세습 반대하면 개혁적인 신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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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반대하면 개혁적인 신앙인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4.05 13:58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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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 이야기 (196)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꽤 오래 전 한 매체 대표가 제게 전화를 해 왔습니다.

목사님~~! 예배당 좀 빌려 주세요~”
왜요?”
교회 세습 반대 세미나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요? 그런데 찬성하는 패널도 있어요?”
? 아니 이 목사님도 세습에 찬성하는 쪽이세요?”

"교회 세습을 반대하면 진보적인 거고, 지적이고, 개혁적인 신앙인이고, 찬성하면 보수고 나쁜 적폐 대상이에요? 그렇다면 우리 교회에서 하세요. 그리고 세습 반대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저는 찬성하는 쪽에 패널로 넣어주세요." 했더니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세미나를 진행하고 말았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장기하라는 가수는 아버지가 밸브 제조회사 대표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가수는 방송에 나와 MC가 아버지가 하는 사업을 물려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자기는 그 일을 해본 적도 없고, 자기만의 일을 하고 있기에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5만 여 교회가 있다고 하는데요.

일부 대형 교회의 세습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세습에 대한 논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재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론, 방송 등에서 계속 세습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만 커지니, 세습을 반대하면 흡사 개혁적이고, 욕심도 없고, 진보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세습(사실 승계라 부르고 싶지만)을 찬성하면 정의롭지 못하고, 진정한 제자도의 원리도 모르는 불공정한 꼰대 이미지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국 5만 여 교회 중 통합측 교회는 출석 50명 이상 교회가 절반이 안되구요. 우리 교단은 그보다 더 안 좋은 통계일 겁니다. 300명 이상 출석하는 교회는 10%가 안된다고 봐야 하구요. 그런데 세습을 말할 땐 대형교회나 중형교회를 타켓으로 하지, 작은 교회를 목회하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길을 가는 자제분 목회자는 거의 유령으로 취급합니다.

아버지가 가셨던 그 어려운 길을 직접 체험하고 그 길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앎에도 그 길을 걷는 젊은 목회자에겐 격려와 박수를 보내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 주는 건 죄인가요? 그 아버지가 아무리 대형 교회를 목회했다 하더라도, 목회자의 자식으로 사는 건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목회한 교회의 후임이 된 친구 목사님이 있는데요, 장로님들과 긴 시간의 당회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끙끙거리며 그 길을 걷는 친굽니다.

그 아버지가 목회했던 배의 부흥도 이루었지만, 그 목사는 죽을 때까지 세습이라는 단어를 목에 걸고 목회해야 하는 겁니다. 한번은 저는요, 제 아들이 목회자가 된다면 절대로 제 아들에게 이 교회에서 목회하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했습니다.

세습(승계)이 옳으니, 그르니를 말하기 이전에 그 목회를 승계할 목회자가 은사가 있고,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해서 교회 지체들과 아버지보다 더 멋지게 목회할 수 있다면 당연히 찬성이고, 은사도 아닌데 단지 아들이란 이유로 세습하면 그건 안되는 거 아닐까요?

목회요?? 함 해보실래요? 이거 장난 아닙니다. 은사 없으면 감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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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영 2022-04-16 13:53:14
승계라는 현상에 대해서 곰곰이 검토하여 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적절한 태도겠지만, 초보적인 시선에서 보기에는 본문에서도 사용된 '물려주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물려준다고 하는 것은 어떤 물건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교회가 과연 물건도 아닐진대, 우리는 어떻게 교회를 물려줄 수 있을까요? 하는 생각입니다. 이 표현 자체에 교회를 '대상'이나 '물건'처럼 다루는 사고방식과 자신의 소유라는 사유가 은연히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어떤 비판이나 비난의 의도로 댓글을 작성한 것이 전혀 아니고, '승계'적인 측면과 '세습'적인 측면을 모두 공정하게 평가하고 이해함으로써 한국교회의 방향을 고민하고 싶은 일인으로서 댓글 남겨드립니다

김찬영 2022-04-16 13:47:51
본문에서 언급하셨듯이, 작은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비판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개척교회들의 목회는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니까요. 오히려 그런 지적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 지적할 사람도 없는 곳도 있고 오려고 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세습은 커녕 교회의 존폐 문제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교회들은 조금 사정이 다르지요. 이곳에서는 목회자의 세습이 교회의 생사 문제가 전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작은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승계'에 관해서는 비판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찬영 2022-04-16 13:43:03
안녕하세요~ 목사님. 웹서핑 하다가 들렀는데요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신학적으로 교회는 목사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라는 것은 지당하고도 이론의 여지가 없으니 언급할 가치가 없는듯 합니다. 그러나, 보통 '세습'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우리는 교회의 '사유화'로 악용될 여지가 있을 때 사용하지 않습니까? 대체 왜 사람들이 '세습'이라는 워딩을 사용할까요? (중립적인 질문입니다.)

서두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세습(혹은 승계)'라는 현상에 대해서 찬반 입장에 따라 진보/보수를 구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겠습니다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같은 교회에서 사역해야만 할 이유가 상당한 혹은 충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찬용 2022-04-06 16:36:12
다른교회 부임해 자제분이 목회한다구요? 그건 교차 세습이라는 딱지를 또 갖다 붙입니다.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그 교회 담임이 되었지, 그 아드님의 실력으로 다른 교회 담임이 되었다는
말 .. 안합니다.
이제 대부분 교회들도 담임목회자를 어떻게 새로 모셔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세습"이라는 딱지를 붙이는게 부담스럽고 힘든거죠.
저는 ..........세습이냐? 아니냐? 보다........... 진짜 그 목회자가 목회의 은사가 있고 그 교회를
담을 만한 그릇이냐? 아니냐? 이것부터 먼저 물어야 한다......... 한국교회 중 몇몇 대형교회들이
단지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기업 물려주듯 촌스럽게 물려줘 . 비판을 자초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교회들이 가야할 길이 .........아들이 진짜 은사가 있는 목회자라면 담임이 되도
괜찮고............아무리 스펙이 좋은 아들이라도 단지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담임이

이찬용 2022-04-06 16:30:10
그리고 세습 반대하는 목회자들 중 몇 몇을 제가 아는 분이 있는데요. 그분들 중 자기 목회를 성실하게 하는 분은 한분도 없었습니다. 어느 큰 교회가 정치싸움에 몰려 혼란을 일으키는 와중 제가 그쪽 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싸우고 나가야 "자기가 그 교회 담임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도 있어 저를 분노케 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세습반대를 외치는 분들 중............ 성실하게 자기 목회를 하는 분들 몇분이나 있을까요? 그리고
겉으로 제법 큰 교회의 담임이었던 분도 세습반대를 외치기는 하는데요. 제가 가까이 그분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약 2년 안되게 교제했는데........... 제 개인적으론 정말 "실망"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는 모습과 많이 달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