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 라따 아라따~ 개그맨 끼 알게한 곳 교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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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 라따 아라따~ 개그맨 끼 알게한 곳 교회였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3.25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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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C 순장 출신 개그맨 송준근의 '신앙과 삶'

모태신앙으로 자랐지만, 예수 영접하고 삶 180도 변해
대학 시절 선교단체 활동하며 ‘복음 전도자’의 삶 경험
연예계 활동 가운데 신앙의 동료들과 삶 나누며 ‘격려’
개그맨 송준근 씨를 최근 여의도에서 만났다. 개콘 종영 후 리포터로 변신한 그는 전통시장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개그맨 송준근 씨를 최근 여의도에서 만났다. 개콘 종영 후 리포터로 변신한 그는 전통시장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마무리 음악이 주말의 끝을 의미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전설의 프로그램이 됐지만 ‘개콘’을 보며 울고 웃었던 추억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프로그램의 전성기 한가운데에서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 ‘억수르’, ‘닭치고’ 등의 코너를 통해 종횡무진 활약했던 개그맨 송준근 씨에게도 ‘개콘’은 잊을 수 없는 역사이자 자부심이다. 개콘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각종 방송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최근 ‘트로트 가수’로도 데뷔했다. 동료 개그맨 정범균 씨와 함께 론칭한 ‘슬램덕후’라는 유튜브 채널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의 원동력, 연예인의 ‘끼’를 발견하게 해준 곳은 교회였다”고 말하는 송 씨를 최근 만나봤다.


 
미지근한 신앙에 찾아온 변화

부모님으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교회를 오갔지만 늘 밍숭맹숭했다. 그러던 차에 중등부에서 수련회를 갔고 그곳에서 처음 예수님을 만났다.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다니던 신앙생활에 불이 붙은 거죠. 그전까지는 예수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거든요. 수련회에 갔더니 3일간 예수님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사모하는 자’라는 찬양을 하는데, 그날따라 찬양의 가사가 하나님이 제게 하시는 말씀처럼 와닿았어요. 하나님께서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구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더라고요. 청소년 시기에 어디에도 터놓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나님께 쏟아부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영접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이후부터 교회는 그에게 특별한 곳이 됐다. 성가대에 들어갔고, 온갖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에 관심이 많던 친구들과 함께 교회를 무대로 다양한 활동도 펼쳐나갔다.

“저를 비롯한 튀고 싶은 친구들이 몇 있었어요. 그 친구들과 함께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패러디해서, 수련회 참여를 독려하는 ‘천국의 다단계’라는 콩트를 만들었어요. ‘수련회는 돌아오는 거야’, ‘은혜는 돌아오는 거야’ 하면서 연기를 하면 다들 웃고 뒤집어졌죠. 물론 수련회 참여율도 높아졌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경험이 개그맨 송준근을 만드는 토양이 됐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빚어가셨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따로 배워본 적도 없고, 극단에 소속된 적도 없거든요. 제가 가진 무대 경험이라곤 교회뿐이었습니다.”



전도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

경희대 재학시절엔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캠퍼스 복음화를 위해 뛰며 ‘복음의 힘’을 몸소 체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루는 수업이 끝난 후에 CCC 대표 순장께서 동아리에 관해 설명하러 오신 거예요. 열심히 설명하시는데 다들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보는데 제 안에는 뭔가 찔림이 느껴졌어요. ‘나라도 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찾아갔다가 발목이 잡혀서 훈련받고, 1년 뒤에는 순장까지 됐죠. 하하하.”

이전까진 전도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그였다. 특히 아무 관계도 없는 낯선 이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캠퍼스 안에서 4영리 책자를 들고 복음을 전하는 CCC 선배 순장들의 모습, 그리고 복음을 받아들이고 나중에 순장이 되어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의 안에서도 점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도라는 게 내가 하는 게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죠. CCC 활동 가운데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여름에 일본으로 단기선교를 갔는데, 그때 언어 준비를 많이 못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한테도 복음 전하기가 어려운데 일본사람한테 하려니까 더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일본어로 된 4영리에 밑에다가 한글로 발음을 적어놓고 떠듬떠듬 읽으면서 전했는데, 어떤 분께서 제가 답답하셨는지 뺏어서 읽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본인이 스스로 영접을 받았습니다. ‘셀프’로요. 그분을 교회에 연결해 드리곤 한국에 와서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잘 정착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 기뻤습니다. 모세도 아론도 말을 잘 못 했지만, 하나님께서 만지셔서 사용하셨듯이, 저 또한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일꾼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마음속에 자리한 순간이었습니다.”

송준근 씨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한 장면.(유튜브 캡처)
송준근 씨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한 장면.(유튜브 캡처)

 

활동의 원동력 ‘신앙’

대표작을 다 늘어놓으려면 한참이나 지면을 할애해야 할 만큼 개그맨으로는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무명의 설움’이나 ‘슬럼프’ 같은 단어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의외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제가 2007년에 공채 개그맨이 됐는데요. 그때 교회에서 초등부 교사를 맡고 있었습니다. 개그맨이 됐다고 하는데 도통 방송에 안 나오고, 나와도 작은 역할만 하니까 저희 반 제자들이 엄청 무시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작품이 터지면서부터 아이들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공과 공부시간이 되면 애들이 유행어 한 번만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제 사인을 받아다가 전도 도구로 사용하더군요. 제가 맡아온 여러 캐릭터 가운데 ‘준교수’를 특히 아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좋은 캐릭터를 많이 만나게 해주셔서 활약할 수 있었지만, 중간중간에 코너가 없는 생활도 많이 했어요. 그러면 3개월씩 쉬기도 하고, 수입도 없었죠. 심적으로 낙담도 되고 신앙적으로도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럴 때 저를 붙잡아 준 것이 연예인 연합예배였습니다. 예배하고 기도하는 와중에 ‘나의 상황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나와 함께하시고 또 나를 사랑하신다’는 메시지를 늘 해주셔서, 어려울 때도 힘을 얻어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성광, 오나미, 김혜선, 김진철, 조혜련, 이성미 씨 등 선후배 크리스천 개그맨들과도 종종 교제를 나누고 있다. “개그맨들끼리 모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질문에 “생각보다 그렇게 시끌벅적하고 유쾌하지 않다”며 “일반 크리스천들의 소그룹 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적인 내용을 나누고, 기도 제목을 공유하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반 예배에서 받는 은혜도 크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과 함께 신앙의 이름으로 모이다 보니 큰 힘이 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송준근 씨가 트로트 가수 ‘채윤’과 함께 발매한 ‘으라차차 내인생’.
지난해 송준근 씨가 트로트 가수 ‘채윤’과 함께 발매한 ‘으라차차 내인생’.

 

박수 많이 쳐주세요

개그콘서트 종영 이후 개그 무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은 아쉽다. 그가 트로트에 도전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개그맨으로서 계속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최근 첫 번째 시즌을 마친 KBS 개그 서바이벌 ‘개승자’에도 출연했던 송준근 씨는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개그맨이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원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언제가 되든 개그맨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준비할 겁니다. 선배님들께서 ‘버티는 자가 승자’라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그 말처럼 버티다 보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개그맨들이 설 자리는 더 많이 줄었다. 그는 이 시간을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신앙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았다. 

“너무 바쁘게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개콘도 종영했고, 코로나로 행사도 줄어들면서 시간이 좀 생겼습니다. 부끄럽지만 성경 통독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성경 통독을 시작했습니다. 1회 통독을 마쳤고, 올해도 다시 한번 통독을 이어가려 합니다.”

송준근 씨는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대중매체에서 직접 복음을 전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선한 영향력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독자들을 향해 응원을 당부했다. 

“개그맨 송준근을 좋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제가 어떤 분야든 새롭게 도전할 때마다 박수 많이 쳐주시고,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물론 무대에서 웃음을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웃음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거든요. 최근에는 전통시장을 다니면서 상인분들께 희망을 드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 일 가운데에도 더 많은 분께 웃음을 드리고 힘을 드릴 수 있도록 격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노래도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는 중인데, 더욱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해주세요. 예전처럼 행사장이나 마주칠 그런 기회가 열리면 ‘저 기사 읽었어요. 기도해주세요’ 하고 아는 척해주세요. 그러면 저도 생각이 날 때마다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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