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의 주어는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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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의 주어는 바로 ‘나’!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2.03.16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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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④

대선 과정에서 휘둘리며 여야로 나뉜 교회

대선이 끝났다. 되돌아보면, 이번 선거만큼 유권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선거도 없었던 것 같다. ‘갈등’으로 인한 상처가 너무 크다. 세대 간에, 남성과 여성 간에 선택이 이 정도로 다를 줄은 미처 몰랐다. 이 사이를 파고들어 간격을 더 벌리고 갈등을 확대해 상대를 적으로 여기게 한 정치꾼들이야말로 모든 국민의 적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같은 기독교인 간에, 심지어 목회자들 간에 선택이 이 정도로 다를 줄은 미처 몰랐다. 정말 큰 실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회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걱정이었는데, 이번 선거로 한국 교회의 신뢰는 더 추락하고 말았다. 가장 큰 충격은 목사들이 말씀보다 이념으로 교인들끼리 편을 가르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한국교회도 여야로 나뉘는 건 아닌지…

이 와중에 어느 신학 교수가 신대원 동기회 단톡방을 탈퇴하면서 SNS에 남긴 글을 보았다.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과 그에 동조하는 이들의 주장에 교수로서, 목사로서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색과 질문을 막는 가스라이팅의 폐해

요즘 ‘집단지성’이란 말을 많이 쓴다. 어떤 이슈에 관련이 있는 구성원들이 모여 충분한 토론과 설득을 거쳐 이뤄내는 협의 과정을 그렇게 부른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합리적 결과를 얻을 수 있어 학문과 정치, 행정에서 많이 활용된다. 집단지성에서 중요한 것은 근거(reason)와 사례(example)의 제시, 반론 보장, 충분한 시간 보장 같은 것들이다. 개인의 신념, 일방적인 주장과 압력, 발언 독점 같은 것은 철저히 배제된다. 그렇지 못할 때 집단지성은 ‘반(反)집단지성’이나 ‘가스라이팅’이 되고 만다. 

그동안 우리 교회는 신자들에게 ‘믿음’,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걸 주입해 왔다. 이는 파블로프의 ‘자극(S)-반응(R)’이라는 이론 수준을 연상시킨다. 목회자가 입력해준 대로 교인들이 반응할 거라는... 이러한 반집단지성이나 가스라이팅 같은 교육 방식이 남긴 폐해가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났다.

이런 방식은 교인들로 하여금 사색하지 못하게 만든다. 신천지나,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인 중  신천지 교인이나 동성애자와 토론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반대하라는 말만 들었지,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사색해보지 않았으니 상대가 되지 못한다. 스스로 사색하지 못하고 목회자에게 검색만 하게 되면 목회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누군가로부터 쉽게 휘둘리게 된다.  

고 이어령 박사의 어록이 생각난다. “질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宗敎’의 ‘敎’는 ‘가르침’이다. 신앙인이 되려면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학습(學習)‘은 배우고(學) 익히는(習)’ 것. 학습의 주체는 학습자 자신이다. ‘학문(學問)’은 배우고(學) 묻는(問) 것. 궁금한 것, 의심이 가는 건 물어야 알게 된다. 몰라도, 의심이 생겨도 묻지 않는다면 결국 모르고 만다. 교회가 질문을 허용해야 한다. 질문을 잊은 교인들이 분별력을 잃고, 가짜 뉴스를 퍼나르고, 엉터리 메시지를 맹종하고, 쉽게 배교하게 된다.


5가지 자립

흔히 인생에 4가지 자립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학습해나가는 지식적인 자립, 부모의 보호와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자기 생각이나 행동에 책임지는 심리적인 자립,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사회적인 자립, 생활 비용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경제적인 자립이 그것이다. 

여기에 하나 추가해야 할 것이 신앙적인 자립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하나님과 직접 소통하며 삶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립이 필요하다. 돈이나 물건은 빌릴 수 있지만, 신앙은 차용할 수가 없다. 내가 내 신앙생활의 주어가 돼야 한다. 남이 강요하는 대로 휘둘리지 말고, 안테나를 주님께 향하고, 다이얼을 말씀의 주파수에 맞추고 사색하며 살자!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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