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일주일 끊었더니 성경이 더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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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일주일 끊었더니 성경이 더 재밌어졌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3.1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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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프로젝트 ② 하나님께 집중하는 미디어 금식 체험
‘미디어 금식’ 이틀째를 맞은 기자가 사무실에서 말씀 묵상을 하고 있다.
‘미디어 금식’ 이틀째를 맞은 기자가 사무실에서 말씀 묵상을 하고 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미디어 금식 주간’이 찾아왔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용어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살아가며 접하는 거의 모든 것이 ‘미디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포드 사전은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미디어’를 정의한다. 그야말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지는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캐나다의 문화 비평가 마샬 맥루한 역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어려운 제목의 책을 통해 자동차와 비행기, 전기까지도 미디어로 분류했다. 이대로라면 ‘문자적인’ 미디어 금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른다.

좀 더 쉽게 접근해봤다. 과거 ‘미디어 금식’을 주제로 쓰인 기사들을 찾아보니 15년 전엔 ‘휴대폰·TV 자제하고, 기도와 묵상’이라는 제목이, 8년 전엔 ‘스마트미디어 중독, 이제는 로그아웃 라이프로’라는 제목이 뜬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등장 등의 시대 흐름이 느껴진다. 조금 더 뒤로 가니 ‘미디어 회복’, ‘미디어 절식’ 등의 용어가 등장한다. 그렇다! 이 흐름대로 가보면 되겠다. 일단 TV와 인터넷 모두 스마트폰에서 주로 사용해왔기에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되, ‘원천차단’이라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바르게’ 사용하고 ‘줄이는’ 방향으로 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무엇을 어떻게?

지난해 말 한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이 국가별 하루평균 모바일 앱 이용 시간을 분석했는데, 한국인의 하루평균 모바일 앱 이용 시간이 5시간으로 전세계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인도네시아(5.5시간), 2위는 브라질(5.4시간)이 차지했다.

‘미디어 금식주간’이 시작되는 3월 6일을 하루 앞두고 기자는 그간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분석해봤다. ‘스크린타임’ 기능을 통해 본 2월 27일~3월 6일까지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6시간 5분이었다. 그야말로 세계 속의 한국인이 따로 없다. 그중 ‘소셜 미디어’ 사용이 17시간 59분으로 가장 많았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여기 해당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웹툰 등이 포함된 ‘엔터테인먼트’는 5시간 33분에 달했다. 그 외 기타가 6시간 23분이었는데 전화통화와 문자 메시지, 인터넷 브라우저와 네비게이션, 메모장 등이 여기 해당한다.

해당 통계를 중심으로 하지 말 것과 줄여야 할 것, 어쩔 수 없이 허용할 것을 구분했다. 먼저 ‘카카오톡’은 제외했다. 대부분의 업무상 연락을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 만큼 원천 차단은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 외의 모든 SNS는 일주일간 켜지 않기로 했다. ‘엔터테인먼트’ 항목도 일주일간은 차단이다. 그리고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출입 자체를 않기로 했다. 출퇴근길의 좋은 친구인 음악도 ‘가사’가 있는 곡은 듣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마음을 뺏길 것 같아서 그렇다.

그럼 이로 인해 텅 비게 될 시간은 무엇으로 채울까. 당장 ‘엔터테인먼트’ 항목만 줄여도 일주일에 5시간이다. 우선 제대로 하지 못했던 큐티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책장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3권의 책을 골랐다. 우연히 세 권 모두 기독교 신앙과 관련한 책이다. 한 권은 출퇴근용으로 가방 안에, 나머지 두 권은 화장실에 두었다. 또 한가지는 육체 활동이다. 마침 지난주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총회장:장종현 목사)와 기독교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이사장:양병희 목사)가 ‘사순절 매일 7천보 걸어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니 참여하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미디어 금식’의 취지를 상기했다. ‘취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사순절을 맞아 예수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다.’

 

막상 시작하니 ‘좋아’

주일로 넘어가는 3월 6일 0시 00분.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니 허전하다. TV도 꺼져있으니 사방이 고요하다.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다음 날 주일예배 시간에도 정신이 평소보다 또렷하다. 설교 말씀이 더 잘 들어오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 ‘예배 중 스마트폰 보지 않기’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왜 이제야 지켰는지 후회가 됐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니 기쁨이 배가 됐다. 아이들의 표정이 더 보이고, 작은 요구들도 놓칠 일이 없다. 저녁 시간에는 아이들을 재워놓고 바깥으로 나갔다. 7천 걸음으론 부족한 감이 들어 좀 더 걷고 들어오니 잠도 잘 왔다.

가장 놀라운 효과는 업무에서 나타났다. 평소 반나절씩 걸리던 일들도 한두 시간이면 뚝딱 끝이 났다. 업무 중에도 스마트폰 활용으로 소모되는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부작용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재미없었을 온갖 활자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용설명서까지도 재밌을 판이다. 취재 사이 이동 중에도 SNS 대신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자칫 어려웠을 내용도 여유롭게 보고 또 보면서 음미하니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가장 큰 유익은 선거날을 전후로 나타났다. 평소 성향이 반대되는 두 곳의 커뮤니티를 오가며 여론을 살피는 것을 ‘취미’로 여겨왔는데, 막상 둘 다 보지 않으니 마음이 평화로웠다. 물론 선거 당일 개표방송을 보지 않는 것까지는 지키지 못했다. 어디를 가든 개표방송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아내 옆에 앉아 멀찌감치 안 보는 척 TV를 봤다. 다만 시시각각 터져 나오는 인터넷 여론전에 참여하지 않는 것만으로 마음에 큰 유익을 얻었다.

 

미디어 금식 종료 직전의 스마트폰 바탕화면. 읽지 않은 페이스북 알림 숫자는 49에서 멈췄다.
미디어 금식 종료 직전의 스마트폰 바탕화면. 읽지 않은 페이스북 알림 숫자는 49에서 멈췄다.

 

감각을 깨우다

일주일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났다. 골랐던 3권의 책 가운데 출퇴근용 1권은 완독했고, 나머지 2권도 제법 많은 페이지를 넘겼다. 단순히 책을 봤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책을 통해 내가 믿는 신앙에 대해, 하나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해 성서유니온에서 펴낸 ‘개인주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랜돌프 리처즈, 리처드 제임스 지음)’는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성경의 세계를 빚어낸 고대 지중해 문화권의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의 성경 읽기에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밖으로 나가 스마트폰이 아닌 주변을 보며 걸었던 시간도 유익했다. 하나님과 대화하며 기도하듯 걸었더니 1시간 남짓의 시간도 짧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큐티 시간이 기다려졌다. 전에 없던 기쁨이 마음 속에 샘 솟았다. 말씀이 달았다. 이런 감각이 얼마만인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단순히 문장을 읽는 차원을 넘어 성령의 일하심을 기대하게 됐다.

오른쪽 사진은 ‘미디어 금식’을 진행한 일주일간의 스마트폰 사용 통계.
오른쪽 사진은 ‘미디어 금식’을 진행한 일주일간의 스마트폰 사용 통계.

지난 1주일간 스마트폰 하루평균 시간은 3시간 49분으로 최종 집계됐다. 2시간 16분이 줄었다. ‘엔터테인먼트’ 항목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있던 증권 앱이나 사진 앱,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머문 시간이 평소보다 높게 나타난 점은 부끄러운 대목이다.

일로 시작한 도전이지만 의미가 적지 않았다. 평소 얼마나 스마트폰 의존이 높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한 공간에 있는 동료들과 가족들이 얼마나 스마트폰을 오래 들여다보는지, 그 자세와 모습들이 어떠한지를 자화상처럼 볼 수 있었다. 취재는 끝났지만 당분간 이 흐름을 이어가 볼 작정이다. 스마트폰 바깥의 세계,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의 풍경과 소리, 그리고 잊었던 영적 감각들을 조금 더 깨워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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