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명예교수, ‘영성’으로 삶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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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명예교수, ‘영성’으로 삶 마무리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3.0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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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암 투병 끝에 향년 89세 일기로 주님 품에
무신론자에서 딸 이민아 목사 통해 예수 그리스도 영접

“나는 예수님의 옷 끝자락이라도 잡고 싶습니다. 슬픔 속에 기쁨이 있고 죽음 속에 생명이 있습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표상되는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지난 26일 암 투병 끝에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평생을 적극적인 무신론자로 살아왔던 고인은 노년에 접어들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깊이 있는 영성을 추구하는 생애를 보냈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인은 문화평론가이자 언론인, 작가,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20대 초반 평론 ‘우상의 파괴’로 한국교회 문단을 차지하고 있던 원로들의 권위의식을 질타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여러 일간지 논설위원으로 빼어난 글을 쓰고,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빼어난 후학들을 가르쳤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기획하고 대본을 집필했으며,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등장시켜 전 세계의 이목을 한눈에 집중시킨 일화로도 유명하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을 역임하며 한국종합예술학교를 설립하는 등 우리나라 문화 인재양성을 위한 기반을 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명예를 지녔던 고인은 지난 2007년 당시 73세 나이에 일본 도쿄에 온누리교회를 시무하던 고 하용조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암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장녀 이민아 목사(2012년 별세)와 자폐증을 앓던 손자가 치유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신앙의 삶을 결단하하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영성의 체험을 간증했다.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저술하고, 국내외 곳곳을 다니며 자신이 왜 예수를 믿게 되었고 또 믿어야 하는지를 강연하고 간증했다. 한 때 예수를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지성인은 영성으로 가득한 신앙인으로 여생을 헌신한 것이다. 

그는 “용서하소서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고, “나는 예수님의 먼지 묻은 옷 끝자락이라도 잡고 싶습니다”며 예수님을 소망했다.

고인은 2019년 암 선고를 받았지만 항암치료 대신 암과 동행하기로 결단하고, 지금까지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고 남은 기력을 모아 저술활동에 몰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백석대학교 교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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