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노비우스, 전쟁의 참화 비판하며 ‘평화의 기독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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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비우스, 전쟁의 참화 비판하며 ‘평화의 기독교’ 강조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2.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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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13)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지만 4세기 북아프리카 변증가 중에 아르노비우스(Arnobius, 240?~327?)라는 인물이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토착민족인 베르베르(Berber) 출신인데,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 치하(284~305)에서 활동한 변증가였다. 히에로니무스의 연대기에 따르면, 아르노비우스는 개종하기 전 아프리카 속주의 주요 기독교 중심지 시카 베네리아(Sicca Veneria 튀니지 엘 케프)의 탁월한 수사학자였다고 한다.

그가 남긴 저작이 『이교도 반박론 Adversus nationes』인데, 이 책은 디오클레티누스의 기독교 박해에 대한 응답으로 쓴 변증서이다. 그의 변증서는 테르툴리아누스의 변증서(Apologeticum), 키프리아누스의 데메트리우스에게(Ad Demetrianus) 와 비슷한 변증서라고 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 볼 때 그의 제자인 락탄티우스(Lactantius)의 『신적 원리 Divinae Institutiones』가 나오기까지 중간 시기의 변증서라고 할 수 있다.

아르노비우스는 이 책에서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정당하다는 이교도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로마제국이 직면한 여러 재난들은 로마의 고래의 신들을 분노케 한 결과로 보아 기독교를 비난하고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아르노비우스는 자신의 『이교도 반박론』에서 분명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두 가지 방식으로 반박하고 있다.

첫째, 만약 현재의 자연 재해나 전쟁이 기독교회에 책임이 있다면 그리스도와 아우구스투수 이전에 발생했던 재난이나 전쟁은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묻고 있다. 둘째, 역사적으로 검토해 볼 때, 기독교가 로마제국에 전파된 이래 전쟁은 증가하지 않았고, 도리어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로마제국의 재난이나 전쟁이 기독교 때문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기독교에 대한 오해와 비난에 대하여 역사적 사실(fact)을 제시하면서 반박한 것이다. 여기서 아르노비우스는 제국의 모든 재난과 전쟁의 원인은 기독교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호전적이고 부패한 로마의 종교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정에서 아르노비우스는 자신의 평화사상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은 전쟁이 우리의 종교에 대한 당신들이 믿는 신들의 혐오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로 말하면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한 이후로 전쟁은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복음에 의하여 거친 정욕들이 억제된 결과로 인하여 전쟁은 크게 감소되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로부터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악한 대적에게 앙갚음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악을 감내하는 것이 더 좋고, 다른 사람의 피로 자신의 양심과 손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이 낫다는 교훈과 율법을 받았다. 은혜를 모르는 이 세상도 그리스도의 덕화에 의하여 만행의 난폭성이 크게 완화되었고, 같은 인간끼리 피 흘리는 일을 삼가게 되었다.” 

또 아르노비우스는 기독교는 평화적이고 전쟁을 반대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쟁의 참화와 그 도덕적 사악성을 비판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아르노비우스는 자신의 반전 평화 사상을 피력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전쟁은, “사람들이 모두 한 근본, 한 부모, 한 머리에서 나온 사실을 망각하고 인간들끼리 혈족의 의를 파괴하고, 도읍을 파멸시키고 증오심으로 이 땅을 황폐하게 하며, 자유인을 노예로 만들고 처녀들과 유부녀들을 유린하고, 서로 증오하고 다른 사람의 기쁨과 행운을 시기하며, 저주의 말로 다른 이를 비방하고 잔인한 이빨로 서로를 물어뜯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변증서에서 전쟁의 참화를 지적하면서, 기독교는 로마의 호전적 특성과 달리 평화적 특성을 지닌 종교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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