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힘든 것은 피폐해진 삶… 우크라이나 위해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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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힘든 것은 피폐해진 삶… 우크라이나 위해 기도해주세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2.22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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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선교 22년 이창배 선교사 “남북한 대립과 비슷해”
전쟁 배제할 순 없지만 경제가 더 문제, 위로의 예수님 만났으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0(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곧 전면 공격할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 역시 현지 상황을 주시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문체부가 종교단체 대표들에게 선교사 철수 권고 공문을 보낸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여행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우크라이나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 국민은 즉시 철수해야 하며 신규 입국도 금지된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현지인과 결혼한 몇몇 특수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선교사들이 우크라이나 현지를 빠져나온 상황이다.

이렇듯 미디어의 눈을 빌려 바라보는 우크라이나는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긴장하고 있어야 할 우크라이나 현지는 생각보다 평온하다. 어찌된 일일까. 여행금지 조치로 인해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에서 긴급 귀국한 이창배 선교사를 통해 현지 상황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전화로 진행했다.

 

떠들썩한 보도와 달리 내부는 평온

북한이 또 미사일을 쐈단다. 외신은 한반도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헤드라인을 내건다. 일명 코리아 리스크로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린다. 여기저기서 한국이 위험하다며 떠들썩하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상은 그 전날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북한이 38선 이북에서 무슨 짓을 했다 한들 전쟁이 일어나리라 지레 겁을 먹는 이는 거의 없다. 아니 위기감이 없다기보다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외국인들과 우리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이창배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의 생각을 이에 빗대 설명했다. 한반도가 전쟁위기라며 외국에서만 떠들썩한 상황과 현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 이 선교사는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급박한 보도와는 달리 현지 분위기는 굉장히 차분하다. 저 역시 외교부에서 여행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면 귀국하지 않고 현지를 지켰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창배 선교사 외에 다른 우크라이나 선교사들 역시 외신에서 우크라이나 전면전이 거론될 때도 선교지를 지키겠다고 결정한 이들이 많았다. 선교사로서 선교지와 현지 성도들에 대한 책임감도 물론 크지만 잔류 결정엔 이런 현지 분위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분위기엔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지역 갈등이 있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역시 동과 서로 갈라져 정치적 갈등이 심하다는 것이 이창배 선교사의 설명이다.

서쪽이 EU와 나토로 대표되는 소위 서구진영을 지향하는 반면, 동쪽은 민족적 뿌리를 러시아에 두고 있는 이들이 많아 러시아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매번 선거마다 동과 서로 갈라져 날카롭게 날을 세운다. 우리나라에서 약 2회의 주기로 양당이 번갈아 대통령을 배출하고 있는 것처럼 우크라이나도 서구 지향 정당과 러시아 지향 정당이 번갈아 대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른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 상태도 꾸준히 지속돼왔다. 이런 분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단적인 예가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즉 지금과 같은 군사적 대치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겐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얘기다.

이창배 선교사는 현지 선교사들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지만 몇 개 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여행금지 조치를 내렸고 우리나라 역시 같은 조치를 취했다.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우크라이나에 복귀하려면 3개월 정도 소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일단 러시아군이 국경지대에 접근했고 언제든 침공 가능한 상황인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지 않도록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사실 우크라이나 선교사들의 걱정은 전쟁 그 자체보다 악화된 현지 주민들의 살림살이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는 우크라이나에도 심각했다. 자영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이창배 선교사가 우크라이나 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0411. 햇수로 치면 벌써 22년째 현지인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노숙자들과 알코올 중독자, 마약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급식 사역을 펼치며 복음을 전하는 이 선교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분위기가 체감된다고 했다. 이전에는 노숙자들과 알코올 중독자 등 취약계층만이 급식소에 왔다면 이제는 평범한 시민들도 경제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급식소를 찾는다는 것.

이 선교사는 정치가 안정돼야 살림살이가 나아지는데 코로나19에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가 많이 뛰었고 주 원료인 가스도 부족하다. 경제가 살아나리라는 희망적 관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으면 한다. 위기를 통해 오직 유일한 위로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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