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삶의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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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삶의 예배”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2.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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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크리스천④ 기독 의사 김우상 집사

"하루 2시간 하나님과 독대하며 새 힘 얻어"

김우상 집사
김우상 집사

올해 44살인 김우상 집사(평택비전병원 가정의학과, 누가통증연구회 학술이사 및 통증의학 강사)에겐 환자 진료가 곧 삶의 예배다. 김 집사는 “신앙연수는 30년이 훌쩍 넘지만, ‘진짜’ 하나님을 만난 건 불과 3년 전”이라고 소개했다. 하나님을 만난 그날부터 인생이 뿌리째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

3년 전 그날부터 김 집사의 하루는 성경 말씀 묵상과 기도로 시작한다. 매일 2시간씩 말씀을 보고 기도하고 묵상하는 것이 그에겐 하루를 살아가는 양식과도 같다. 그사이 통독도 3번이나 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 신앙생활은 했지만 정작 제 안에 기쁨이 넘치진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말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죠. 이제는 말씀이 읽어집니다. 재미가 있으니 2시간을 봐도 지루하지 않고 진리임이 와닿아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이 2시간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게 깨지면 다른 일들도 조금씩 무너지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이 2시간이 강박적이거나 율법적인 시간은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늘 새롭게 정립하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한 뒤에 환자들을 만나면 아무래도 하나님 뜻에 더 합당한 진료를 하려고 애쓰게 되죠.”

김 집사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8살 무렵 이웃의 장로님 집 아들과 딱지치기를 하다가 싸움이 났고, 이를 계기(?)로 교회에 다니게 됐다. 그때부터 쭉 교회 문턱을 오갔지만 정작 그의 안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스무 살 이후부터 우울감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의사가 된 후에도, 가정을 이룬 후에도 우울한 감정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기독 의사들의 모임인 ‘누가통증연구회’에서 통증 의학을 주제로 발제 요청을 받았고, 이 일을 계기로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갖게 됐다.

“이전에 통증 분야에서 책을 감수한 경험이 있어서 제게 부탁이 온 것 같아요. 발제를 위해 과거 감수했던 내용을 다시 살펴보는데, 웬걸. 맞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다 잘못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서 ‘멘붕’이 온 거죠. 그래도 준비를 해야 하기에 하나님께 도움을 구했습니다. 대략 40일 동안 간절하게 기도를 했는데 그때 하나님께서 저를 만나주셨죠. 저에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날이 2019년 3월 15일이었는데요. 그날의 순간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합니다.”

김 집사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아닌 ‘하나님’이 드러나도록 써달라며 거듭 당부했다. 그리고 ‘교만’이야말로 모든 기독교인이 평생 싸워나가야 할 숙제임을 강조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는 항상 우울해서 눈을 감으면 다음 날 눈 뜨기가 싫었습니다. 10시간을 자도 피곤했죠. 그런데 지금은 항상 은혜 속에 삽니다. 생각이 단순해졌습니다. 계산할 필요 없이,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돕고, 가진 것을 내놓게 됩니다. 머릿속이 깨끗해지니 무슨 일을 해도 능력이 발휘되는 것 같아요. 강의에서도 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제가 몇 시간을 술술 떠들 수 있게 됐습니다. 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다만 교만은 언제든 믿는 자의 빈틈을 노립니다. 아무리 우리의 능력이 좋아진다 한들 교만하다면 헛된 것입니다. 교만해질 바엔 능력을 없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수년간 네팔 이주노동자 진료를 돕고 해외 의료 봉사도 떠난 바 있는 김 집사이지만, 최근에는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진 않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봉사’만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은 아니라는 확신이 그의 안에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매일 만나는 환자 모두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최선의 진단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에 더 합당한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어떤 작은 증상이든지 환자를 정확하게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 해서는 안 됩니다. 정책이 어떻고 진료비가 어떻고 말이 많지만 그런 것들은 제 관심 밖의 일입니다. 환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해서 도와주는 것, 그것이 진료실을 찾아온 내 이웃을 돕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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