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리아누스 “세계는 전쟁하는 쌍방의 피로 물들어”… 은유적 비판
상태바
키프리아누스 “세계는 전쟁하는 쌍방의 피로 물들어”… 은유적 비판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2.16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12)

키프리아누스(Cyprianus, d. 258)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활동 시기는 달랐으나 군복무를 강하게 반대했던 테르툴리아누스와 같은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나 오르게네스와 신학적 견해를 달리했던 라틴 교부였기에 키프리아누스의 견해가 우리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키프리아누스는 당대 최고의 수사학 교사였고 마흔 살 쯤에 카르타고의 케킬리아누스의 영향으로 성경을 읽고 246년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었다. 곧 세례를 받고 그로부터 3년이 못되어 카르타고의 주교가 된다. 깊은 학식과 뜨거운 열정을 지녔던 인물로서 교회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그는 발레리아누스 황제 박해 때인 258년 순교했다.

그가 남긴 유명한 경구가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Salus extra ecclesiam non est)는 말인데, 교회사의 긴 기간 동안의 논쟁적 주제가 되었다. 255년경 마구누스라는 사람이 키프리아누스에게 편지를 보내 교회 분열자나 이단종파에서 세례 받은 사람이 가톨릭교회로 돌아왔을 때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하는 가라고 물었다. 키프리아누스는 가톨릭교회 밖에서의 세례는 세례가 아니라 목욕에 불과하다. 교회 밖에는 성령이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효한 세례가 될 수 없고 은총도 없고 구원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는 군복무나 전쟁에 대해 어떻게 가르쳤을까?

이 점에 대해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테르툴리아누스와는 달리 키프리아누스는 이 점에 대한 그의 입장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의 저술 어느 곳에서도 선명하게 군복무를 금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는 군사적 은유를 가장 빈번하게 사용했던 교부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 세상의 병사들이 적군을 무찌르고 고국으로 개선하는 것이 영광스러운 것이라면, 그리스도인들이 마귀를 무찌르고 낙원으로 개선하는 영광은 얼마나 크고 뛰어난 것이겠는가?” 그에게 교회는 하나님의 병영(castra Dei)이며, 순교자들은  하나님의 군대 병사이거나 장교들이었다. 바울이 “전신갑주를 입으라”(엡 6:11)고 말한 경우나,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군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라. 병사로 복무하는 자는 자기 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하나도 없나니 이는 병사로 모집한 자를 기쁘게 하려 함이라”(딤후 2:2~4)는 말씀처럼 믿음의 여정을 군생활로 기술한 것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을 군사적 용어로 기술하는 것은 3세기 이후 라틴교부들에게서 현저했다고 한다. 그래서 키프리아누스는 군사적 은유를 통해 간접적으로 군복무나 전쟁과 관련한 의견을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분명한 점은 그도 전쟁의 폐해에 대한 분명한 의식을 표출하고 있고 전쟁의 참상과 파괴에 대해 혐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는 전쟁하는 쌍방이 흘리는 피로 물들어 있다. 살인이 사적으로 행해질 때는 범죄가 성립되지만 살인이 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오히려 공덕으로 간주되는 세상이다. 그 행위가 결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만행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무죄가 주장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철제 연장들이 밭을 일구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라신다. 살인의 죄를 범치 말아야 한다.” “간음과 협잡과 살인이야말로 치명적인 죄이다. … 성찬을 받들었던 그 손이 칼과 핏자국으로 더렵혀지고 있다.”

선명하게 군복무를 거부하거나 전쟁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에 대한 혐오와 전쟁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메노나이트 학자인 가이 허쉬버그(Guy F. Hershbeger)는 키프리아누스의 기술을 평화에 대한 진술로 해석하고 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