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외국계 금융회사의 FP(Financial Planner의 약자, 재무설계사)로 활동했던 서경준 집사(소풍교회)는 자신의 전문성을 무기로 어려운 도시 서민, 특히 금융 약자들을 돕고 있다. FP로 일하던 시절, 그는 경험과 지식이 쌓일수록 역설적으로 점점 더 개운치 않음을 느꼈다. 기업 중심의 사고방식을 깨지 않는 한 서민들의 현실적인 문제에 답이 되지 않음을 깨달은 것. 그가 만난 수많은 ‘보통사람들’이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금융 약자’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였다. 회의감을 느낀 서 집사는 그때부터 차츰차츰 약자들을 위한 FP로 전환했다. 서 집사 자신도 오랜 과다채무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예수께 받은 것을 이웃에게 돌려주고, 예수님의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움직였다. 그때가 2010년 무렵이었다. 2012년부터 7년간은 본격적으로 빚 문제만 전문으로 다루는 사회적기업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2019년에는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단체를 나와 ‘돈병원’을 설립했다. 돈병원은 ‘빚 때문에 병든 돈과, 돈 때문에 병든 사람을 고치는 곳’을 표방한다.
처음 서 집사가 이 일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빚 문제는 채권을 소각한다거나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전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서 집사는 ‘단순한 돈의 공급’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확신했고, ‘상담’을 강조하고 있다.
“돈의 공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인 거죠.”
서 집사 자신부터 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형편에 맞는’ 삶, 그에 걸맞게 이웃을 돕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영업활동을 하고 소득 증가를 위한 마케팅을 합니다. 다만 ‘내가 어떻게 더 벌까’를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풍성하지는 않지만, 가족과 함께 부족하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뜻을 구하면, 필요는 하나님께서 채우십니다.”
서 집사는 상담을 통해 내담자의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가계부를 쓰는 것부터 채무조정제도를 활용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된다. 무엇보다 ‘꼭’·‘당장’·‘행복’·‘사명’·‘은혜’의 다섯 가지 자원관리 원칙을 숙지하도록 한다.
“꼭, 당장, 행복이라는 기준은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 뒤의 ‘사명’과 ‘은혜’는 자원을 사용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사명에 부합하는지, 어디에 쓰는 것이 세상에 은혜를 끼치는지 살펴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원은 비단 돈뿐만 아니라, 시간, 체력, 끈기, 성품, 인간관계 등 다양합니다. 이런 것들을 쓸 때 꼭 이 다섯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서 집사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 희년운동가들과 만남이 이어지게 됐다. 성경 속 ‘희년’이 말하는 모든 사람의 자유와 해방, 거기에 이르는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인 부채 탕감의 정신이 서 집사의 활동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는 ‘희년함께’의 상담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금리 부채를 가진 청년들이 구제나 대출을 요청해 오면 희년함께는 서 집사와의 상담을 먼저 연결해준다.
서 집사는 끝으로 ‘성경적 재무상담’이라면 분명한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경’을 운운하면서 결국에는 ‘돈 관리 자체’를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는 것. 그러면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30평 집이 자신에게 ‘필요’인지 ‘욕망’인지 엄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