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교회가 한 지붕 아래 “내 것 나눌 때 기적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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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교회가 한 지붕 아래 “내 것 나눌 때 기적 일어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2.09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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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김포명성교회가 예배당 팔아 어시스트미션 설립
공간 공유하는 ‘코워십 스테이션’… 작은 교회 위한 디딤판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며”(2:44~45)

소유가 아닌 공유의 시대다. 자신의 집을 숙박 장소로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에서부터 차량 공유 시스템인 쏘카(Socar)나 우버(Uber)에 이르기까지. 신성처럼 등장한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소유를 당연시하던 자본과 시장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그런데 이 공유경제의 원형은 사실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다. 비록 공유의 목적은 지금과는 약간 다르지만 초대교회 성도들은 자신의 소유를 기꺼이 내어놓고 공유하며 필요에 따라 나눴다. 자신에게 남는 것이 있으면 그보다 부족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것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성경에서 시작돼 현대 사회의 한축으로 자리 잡은 공유경제는 연어처럼 교회로 다시 돌아왔다. 한 교회가 하나의 예배당을 소유하는 것이 당연했던 통념이 이제는 깨지고 있는 추세다. 무리한 교회 건축에 대한 반성과 어려운 여건의 미자립교회 지원이라는 두 다리를 딛고 예배당을 함께 쓰는 공유교회문화가 부상했다. 자신의 교회부터 내어놓는 솔선수범을 보이며 공유교회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어시스트미션과 사무총장 김인홍 장로(김포명성교회)를 지난달 21일 만났다.

교회 팔아 세운 공유공간

누군들 월세 걱정 없는 번듯한 예배당 소유의 꿈을 꾸지 않았으랴. 신실한 성도들과 함께 건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김포명성교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츰 교회의 성장이 눈에 띄다보니 자연히 고민은 교회 건축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고민을 거듭할수록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빛과 소금이 돼야 하는 교회인데 건축은 이 아닌 만 남기게 될 거란 생각에서였다.

원래부터 나눔에 대한 고민이 깊은 교회였습니다. 우리도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더 어려운 형편의 교회 리모델링도 도와드리고 힘닿는 대로 나눔을 실천하려 애썼죠. 작은 교회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중직자들을 미자립교회로 파송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첫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어요.”

나눔과 섬김을 기치로 삼던 교회의 정신은 20주년을 맞아 꽃을 피웠다. 20주년을 자축하며 예배당을 짓는 것이 아닌 공유 스테이션 개설이라는 비전을 품은 것. 교회는 오로지 공유교회 사역을 위한 단체 어시스트미션을 설립했고 김인홍 장로가 사무총장을 맡았다. 김 장로는 해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스텔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했다.

호스텔은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간을 공유합니다. 외국 선교 여행을 다니며 호스텔을 보곤 교회에도 충분히 접목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배당을 건축해서 이웃들에게 공간을 공유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칩니다. 하지만 공유교회라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 가능했죠.”

사실 공유 스테이션을 따로 개설하지 않아도 기존 예배당에서 충분히 가능한 사역이었다. 당시 김포명성교회가 자리하고 있던 상가건물 예배당도 130평 정도의 공간으로 다른 교회가 함께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교회는 구태여 기존 예배당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구래역 인근에 첫 번째 공유 예배당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을 오픈했다. 김포명성교회가 베푸는 나눔의 형태가 아닌 완전한 공유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주인 행세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공유라는 타이틀을 내건다고는 하지만 기존 예배당을 함께 쓰면 우리 교인들도 은연중에 우월감을 가질 수 있고 들어오는 교회들도 세입자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간을 공유하는 교회들이 갑을관계가 아닌 동반자로 함께 걸으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코워십스테이션에는 김포명성교회 역시 주최자가 아닌 참여자로 함께 했다. 자신의 것을 대가없이 내어놓는 결단에 교인들 역시 군말 없이 동의해줬다. 공유 예배 공간이 생긴다는 단비 같은 소식이 들리자 교회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공유 예배당의 가치에 공감하는 곳을 중심으로 첫 입주교회 명단이 꾸려졌다. 202032일 입당예배를 드렸고 같은 해 부활절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공유 공간이 가동됐다. 사도행전 2장에서 소유를 팔아 필요에 따라 나눴던 초대교회의 빛나는 정신은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다시 재현됐다.

어시스트미션 사무총장 김인홍 장로.
어시스트미션 사무총장 김인홍 장로.

본질은 강소교회 세우기

공유교회의 가장 직관적인 이점을 꼽으라면 자연히 임대료 문제가 떠오른다. 기존 상가교회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던 임대료 부담에 시름했던 교회들이 코워십 스테이션에서는 약 30만 원 정도면 부담하면 된다. 300만 원 가량의 예배당 월세를 9개 교회가 함께 사용하며 짐을 나눠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코워십 스테이션이 있었기에 새로운 교회가 세워지기도 했다. 교회 개척은 열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매달 임대료는 차치하더라도 공간을 꾸밀 인테리어 비용만 보통 1억을 훌쩍 넘긴다. 첫 번째 공간이 순항하면서 곧이어 세워진 두 번째 공간은 대부분 어려운 형편의 개척교회 중심으로 채워졌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척을 앞두고 너무 눈앞이 깜깜했다고들 하시더군요. 이제 목회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억 단위의 돈은 상상도 못할 만큼 큰 금액입니다. 대출도 넉넉하게 나오지 않죠. 코워십이 아니었으면 개척을 못했을 거라며 감사를 전해오는 목회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임대료 부담이 줄어들다보니 자연히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재정 문제에 대한 목회자들의 부담이 확연히 줄었고 그만큼 목회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교회 유지비용으로 하릴없이 흘러나가던 돈이 선교 사역의 동력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코워십 스테이션을 통해 만난 목회자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같은 예배당과 사무실을 공유하는 이들은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의 목회 동역자가 되고 있다.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드려지는 새벽 예배는 9개 교회 목회자들이 돌아가며 인도를 맡는다.

임대료 절감이 공유 스테이션을 설립한 표면적 이유이고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이긴 하지만 우리의 꿈은 좀 더 높은 곳에 있습니다. 공유교회의 본질은 건강한 작은교회, 곧 강소교회를 키워내는 것에 있어요. 건물과 물질에 매이지 않고 본질을 회복하는 작은 교회들이 코워십 스테이션이라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성장해 건강한 교회로 자립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은 교회라는 뿌리

3년차에 돌입한 코워십 스테이션 운영은 이제 본 궤도에 올랐다. 어시스트미션은 작은 교회들을 강소교회로 키우기 위한 코워십 스테이션을 계속해서 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목회자들이 약한 분야인 행정 분야와 주택 자금 대출 등에 도움을 주는 사역도 하고 있다. 어시스트미션이라는 이름값을 그대로 해내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작은 교회들이 너무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공유교회 사역이지만 교계의 인식 전환과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공간에 많은 교회가 몰리다보니 같은 교단 교회도 있기 마련. 그런데 그 교회들이 속한 교단에 같은 동네에서 교회끼리 거리제한을 두는 법이 있는 경우도 있다. 김인홍 장로는 작은 교회를 세우는 사역이니만큼 신학적 바탕과 헌법 개정, 그리고 격려와 응원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어시스트미션과 코워십 스테이션이 모티브가 되고 디딤판이 되어서 공유교회 모델이 한국교회에 확산되길 소망합니다. 총회나 노회에서, 혹은 역량을 가진 교회들에서 적극적으로 공유교회를 시도하고, 우리보다 훨씬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교회라는 뿌리들이 든든히 세워져야 한국교회라는 숲이 보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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