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정, 이제 건물이 아닌 섬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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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재정, 이제 건물이 아닌 섬김으로 향한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1.14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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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2022 한국교회 트렌드 ⓷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공유교회

교회=건물이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본디 교회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의 공동체를 뜻하지만 오랜 기간 간판을 단 건물이 교회의 자리를 대신해왔다. 신앙인들조차도 ○○교회를 떠올릴 때 모임과 공동체가 아닌 예배당의 모습이 먼저 머리를 스쳤다.

잘못된 상식으로 인한 폐해도 적지 않다. 한국교회는 너나 할 것 없이 우러러 볼만한 예배당 건물을 세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건축을 위해서라면 수십, 수백억대의 빚도 개의치 않았다. 출석 교인들에게는 은근히, 혹은 면전에서 헌신이라는 이름의 건축헌금을 종용했다. 건축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다보니 자연스레 사회를 위한 섬김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런데 이런 패러다임에 역행하는 교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토록 중요시 여겼던 예배당을 마련하지 않고 다른 교회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이른바 공유교회. 2022년 한국교회를 주도할 새로운 트렌드로 공유교회를 해부해봤다.

 

작은 교회도 꿈꾸게 하는 공유

사실 공유교회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오르기만 할 줄 알았던 한국교회의 성장그래프가 꺾이고 정체를 넘어 쇄락을 우려하는 시기가 온 것. 이제는 일단 건물을 올리기만 하면 사람이 모이리라는 낡은 믿음으로 무리하게 건축을 추진하다간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건축은 꿈도 못 꾸고 상가건물 임대만으로 만족했던 교회들의 재정 상황도 점점 나빠졌다.

상가 임대료도 벅찬 미자립교회에게 예배당 공유는 한줄기 햇살과도 같다. 현재 5개 교회와 예배당 건물을 공유하고 있는 수서교회 담임 황명환 목사는 매달 임대료를 내는 것도 벅찬 미자립교회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줄면 교회 공동체가 꿈꾸는 사역을 재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유교회를 단순히 임대료차원에서만 접근하면 오산이다. 공유교회 담론은 새로운 목회에 대한 가능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규모가 작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사역과 행사들이 예배당을 공유하는 교회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해진다. 건강한 교제와 나눔이 일어나며 상처의 치유와 회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은혜교회 예배당을 공유하고 있는 변두리교회 김혁 목사는 하나의 공간에서 오전 11시에 은혜교회가, 오후 2시에 변두리교회가 예배를 드린다. 두 교회 성도들이 각자 교회의 시간에 맞추지 못할 땐 자연스레 다른 시간에 열리는 예배에 참석한다. 흡사 대형교회에서 봄직한 모습이라면서 예배당 공유 이후 이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성탄절 칸타타를 하기도 했다. 두 교회 성도 모두가 모여야 겨우 성가대원 구성이 가능해 관객은 아무도 없었지만 우리에겐 감동적인 성탄절의 기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예배당 공유의 목적에 단지 현실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배당 공유가 성경적 가치관에도 더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개척 단계부터 예배당 공유를 목표로 했다는 김혁 목사는 하나님 나라의 견지에서 세상의 주인은 하나님 한 분 뿐이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가치이며 인류가 만들어야 할 구원의 핵심가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교회는 공유의 통로요 유통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당 공유는 사역과 나눔의 선순환으로도 이어진다. 변두리교회는 예배당을 공유 받고 예배 공간에 재정이 필요하지 않게 되자 교회 주변에 작은 카페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카페는 예배당을 내어준 은혜교회 성도들도 즐겨 찾는 힐링 공간이 됐다. 변두리교회는 여기서 더 나아가 초중고 기독대안학교를 설립하기까지 했다. 예배당 공간에 재정을 써야 했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기간·범위 등 사전 조율해야

공유교회에 대한 논의는 보통 예배당을 빌려 쓰는 작은 교회의 필요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렇다면 예배당을 내어주는 교회의 입장은 어떨까. 물론 미자립교회를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크지만 그 나름의 장단점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황명환 목사는 개교회주의가 강한 한국교회에서 예배당 공유는 공교회 의식과 선교하는 교회로의 전환에 대해 인식하게 만든다. 사실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교회 내 빈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면서 예배당을 공유하는 교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교제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성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할 영역도 있다. 예배당의 여유 공간을 내어주는 만큼 본 교회에서 행사 장소가 필요할 때 공간의 제약이 생긴다. 공간을 사용하는 주체가 늘어나 시설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공간을 이용하는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기나 소모품에 대한 책임 분배 문제도 난감할 때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재정 위기를 겪는 교회가 늘면서 예배당 공유의 필요는 더 늘었다. 하지만 예배당을 공유해주는 교회 입장에서는 곤란한 점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황 목사는 코로나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교회에 많은 시선이 집중됐고 그만큼 방역조치도 철저하게 해야 했다. 이때 공간을 여러 교회의 멤버십이 이용하는 것에 대한 관리가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예배당을 공유하기 위해선 준비도 필요하다. 우선 성도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니만큼 성도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장소 사용 기한을 언제까지로 설정할지도 예배당 공유를 시작하기 전 미리 규정해놓는 것이 좋다. 공유하는 교회가 물품 보관을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지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공유하는 교회가 주소지를 본 교회로 옮겨야 하거나 규모가 늘어 주차장 등 부대시설 사용이 늘어날 때도 협의가 필요하다.

황 목사는 수서교회의 경우 사용료는 일절 받지 않고 청소비만 받고 있다. 사용기한은 3년으로 제한하여 지금 상황에 안주하지 않도록 했으며 물품은 수서교회에 있는 물품을 사용하도록 했다면서 선한 사역을 하면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회 내부에서 미리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위기 속 빛 발하는 공유교회

공유교회에 대한 합의는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도 예배당 공유제를 제대로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 지난해 10월 입법회의에서 교단 헌법인 교리와 장정에 공유 예배당개념을 명시해 예배당 공유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줬다.

예장 통합총회에서도 지난해 공유 예배당 시행에 대한 연구결과가 보고되는 등 공유교회 확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통합 소속 서울관악노회는 지난해 6워십서포트센터, 부천노회는 지난해 11더좋은 코워십스테이션을 설립해 노회 차원의 예배당 공유 사역을 시작했다.

임대료 문제에서 출발한 공유교회 담론은 이제 한국교회가 다시 도약할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배를 드릴 공간에 대한 걱정과 재정 부담에서 벗어나 교회의 본질인 예배의 회복, 그리고 이웃을 향한 복음전파와 나눔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다. 예배당 공유를 시도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은 공유교회가 더 활발히 논의돼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김포에서 5개 교회와 함께 예배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김포명성교회 김학범 목사는 사회는 이미 공유 경제에 돌입했고 공유 사무실도 일반적이다. 교회도 기존의 목회 방법을 뛰어넘어 공유 예배당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목회 성공은 교인 수가 아니라 본질을 순종과 기쁨에 두는데 있다. 목회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공유 예배당이 늘어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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