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사회에서의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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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사회에서의 목회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2.01.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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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나오는 ‘트렌드 코리아 2022’는 2022년을 예측하는 첫 키워드로 나노사회를 내놓았다. 나노사회는 극단의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사회가 나노 수준으로 파편화 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언택트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특히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누군가 나를 감염시킬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공포’가 존재한다. 또 거꾸로 내가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도 있다는 공포 역시 존재한다. 즉 이러한 공포는 자기 스스로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립시켜 나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가도 그가 받아줄지 모르는 거리낌까지 있다. 이러한 사회적, 심리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도, 그리고 누군가를 받아주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사람들은 개인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이러한 나노사회가 미치는 영향을 마케팅 측면에서 책은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한다. 즉 트렌드가 개인별로 세분화되어서 서로의 트렌드를 모른다는 말이다.

둘째는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각자의 몫이 되어버려서 긱(Gig)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의 파편화가 이루어진다. 긱 노동이라고 하는 것은 정기적이거나 장기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배달알바와 같은 형태이다. 이런 노동들을 이어가며 직업을 삼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셋째는 가정이 분화되고 그 기능이 시장화되면서 사회 인프라와 유통업 등으로 나타나며 산업이 세분화될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비가 1인에 맞추어질 것을 말한다. 특히 분량만 소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들이 나타나고, 소비의 루트 역시 개인별로, 직접 온라인을 통하기에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주일에 함께 모이는 것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세계교회에서 제일 열심히 모이는 교회일 것이고, 세계 역사를 다 털어보아도 이렇게 주일에 활발한 교회는 한국교회가 유일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과 장점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주일이면 하루 종일 교회가 바쁘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교회에서 모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교회에 성가대도, 찬양단도, 식당도, 교통봉사도 다 모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교회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중계하는 것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결국, 교회는 강제적으로 나노사회로 돌입하게 되었다. 이제 개인이 알아서 자신의 신앙을 챙겨야 한다. 

교회가 이제 이러한 상태로 돌입한 것이 2년이 지나 3년으로 돌입하고 있다. 전문가들 예상은 올해 말까지 코로나 상황이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는 지역 교회라는 당연한 조직에의 소속감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령별로, 관심사별로, 교육프로그램별로, 사역별로 모여서 교제를 나누고, 신앙과 교회 생활의 성장을 이어왔던 한국교회의 메카니즘이 무너지게 되었다.

이러면 교회를 이끌어 왔던 ‘일꾼’들이 사라질 것이다. 교회에서 열심을 내며 활동하던 중간조직, 즉 구역장, 집사, 권사, 안수집사 등등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고, 이들이 할 일 역시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교회 조직은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담임목사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교회의 사역은 많이 위축되었지만, 그나마 내가 직접이 아니라 교회의 유급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역을 간접 경험하고 지원하는 형태로 변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소그룹이다. 교회당에 모일 수 없다면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서로에 맞추어주는 그룹이 필요하다. 재난과 필요 앞에서 임시적으로 모이게 되는 그룹처럼 신앙의 위기 앞에서 함께 모여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고, 케어해 줄 수 있는 소그룹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로써 나노사회를 만들어 놓은 개인들을 연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현재 중간조직의 리더를 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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