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게네스, 구약의 전쟁 기록을 ‘영적 전쟁’으로 우의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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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게네스, 구약의 전쟁 기록을 ‘영적 전쟁’으로 우의적 해석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1.11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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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8)

동방의 오리게네스(Origenes)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을까? 182년에서 185년 사이에 알렉산드리아의 기독교인 가정에서 출생한 오리게네스는 신앙교육과 함께 세속 교육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 레오니데스(Leonides)는 202년 셉티미우스(Septimius) 황제 치하에서 참수형을 당해 순교자가 되었다. 이때 오리게네스도 체포될 수 있었으나, 그의 어머니가 집을 나가지 못하도록 옷을 감추었다고 한다. 그래서 체포를 피할 수 있었고 죽임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18세 때에는 알렉산드리아의 감독 데메트리우스(Demetrius)의 요청으로 세례지원자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고, 후에는 교리문답학교 교장이 되었다. 이후 알렉산드리아를 떠나 가이사랴에 정착하여 저술에 종사하였는데, 250년 데시우스(Decius) 황제 치하에서 투옥되어 심한 고문을 받았고, 석방된 후 오직 3년간 생존하다가 254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저명한 신학자로 명성을 얻었는데, 클레멘스가 알렉산드리아 신학의 기초를 놓았다면, 오리게네스는 알렉산드리아 신학의 골격을 세웠다고 말한다. 그는 설교문, 성경 주석, 기독교 교리적 작품, 변증서 등 6,000권의 책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저술이 『제일원리에 관하여 Peri Archon』였다. 그는 최초의 조직신학서로 간주되는 이 책에서 신론, 창조, 타락, 인간론, 윤리학, 성경의 역할과 성경해석 원리, 자유의지, 부활 등의 주제를 취급했다. 

또 28년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여섯 가지 구약성경 번역판을 종합한 『헥사플라 Hexapla』를 편찬했는데, 육중역본 구약성경으로 일종의 대조 성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또 한권의 작품이 『켈수스 논박 Contra Celsum』이라는 변증서인데, 이 책은 이방인 철학자 켈수스의 『참 말씀 ἀληθὴς λόγος』에 대한 논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게네스의 이 『켈수스 논박』은 이 시기에 생산된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켈수스의 작품은 남아 있지 않고 소실되었지만 오리게네스의 논박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그 내용을 복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문헌사적 가치가 있다. 그런데 오리게네스의 글은 켈수스의 기독교 비판서가 나온 지 70여 년 후에 쓰여 졌다는 점이다. 이 점은 오리게네스의 작품이 직접적으로 켈수스에게 대항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당시 교회를 위한 변증적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오리게네스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보지 않고 문자 그 너머의 영적인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그는 성경 해석에 있어서 문자 배후에 숨은 뜻이 있다고 보아 그 뜻을 밝혀내는 것을 성경해석의 과제로 여겼다. 이런 입장을 ‘우의적(寓意的) 해석’ ‘풍유적 해석’ 혹은 ‘알레고리적(Allegorical) 해석’이라도 말한다. 그는 구약성경에 기록된 전쟁 기록도 우의적으로 해석했다.

예컨대, 가나안 정복전쟁과 같은 전쟁 기록을 실제의 물리적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의 영적 싸움으로 해석했다. 가나안 정복 전쟁을 실제 발생한 전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런 그의 입장은 구약의 다른 본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예를 들면, 이사야서 2장 4절, “그가 열방 사이를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 하리라”라는 본문에서 ‘칼’을 투쟁과 교만을 뜻하는 것으로, ‘보습’이나 ‘낫’은 겸손의 의미로 해석하여 이 본문을 물리적 전쟁과 관련시키지 않았다. 

이처럼 그는 구약에 나오는 전쟁 기사를 실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영적 전쟁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한 것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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