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 요리사가 만들어낸 ‘통일밥상’ 맛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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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북녀 요리사가 만들어낸 ‘통일밥상’ 맛보실래요?
  • 이현주
  • 승인 2022.01.10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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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 박경희 작가의 동화 『리루다네 통일밥상』


평양소녀 리루다와 서울소년 대성이가 남매가 되기까지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 통해 ‘통일’의 현실 세밀히 묘사
군침도는 북한 음식 ‘환상촌’ 마을주민들 하나로 만들어

남과 북이 만나 하나가 되는 상상을 해보자.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현실도 그럴까? 작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통일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박경희 작가의 리루다네 통일밥상이 출판사 한솔수북을 통해 출간됐다. 탈북청소년 전문작가로 이름난 박경희 작가는 남북한의 가족이 하나가 되기까지 겪는 정체성의 갈등을 통일밥상에 담아냈다. 맛을 잃은 음식처럼 혼란을 겪는 탈북 중학생 리루다의 변화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있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통일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통해 묘사된 통일’, 그 현실적인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제 맛을 찾아낸 환상촌 통일밥상

주인공 리루다의 본명은 리국희다. 국희는 평양 고위 당원의 딸로 어려움 없이 살았다. 일곱 살 되던 해 러시아로 출장을 간 아빠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말이다. 풍요로운 삶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쳤다. 졸지에 엄마는 사라지고, 외할머니 손에 맡겨진 국희는 배신감과 원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엄마가 보낸 탈북브로커와 함께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국정원과 하나원을 거쳐 리루다라는 이름으로 새 국적을 얻은 루다. 엄마와 오붓하게 살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엄마는 낯선 아저씨와 결혼을 하고 환상촌에 가정을 꾸렸다. 남쪽 중식 셰프 출신인 아빠와 아들 대성, 그리고 북한 옥류관 조리사 출신의 엄마와 딸 루다가 한 가족이 된 것이다. 그것도 통일가족...

이 동화는 낯선 남한의 교육과 음식, 그리고 새로운 가족에게 적응하기까지 무수한 고민에 빠지는 루다의 변화와 적응을 다뤘다. 여기에 남북 조리사 출신의 부부가 만들어내는 남북한 음식이 뒤늦게 탈북해 손녀와 함께 살게 된 외할머니의 손을 통해 제 맛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냈다.

기름진 음식만 먹는 동생 대성과 담백하고 밍밍한 평양의 맛을 그리워하는 누나 루다의 갈등은 통일의 여러 과정 중에 밥상의 통일도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오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남북한의 문화를 존중하는 통일가족의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남북한의 통일의 과정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평양 옥류관 조리사 출신이었지만 남한 사람들 입맛에 맞추느라 제 맛을 잃은 엄마의 평양 음식은 고향의 솜씨를 발휘하는 외할머니에 의해 정체성을 찾아가고,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게 된 루다 역시 새 가족을 받아들인다.

동화 곳곳에 등장하는 북한 음식들은 박경희 작가의 감칠맛 나는 묘사로 군침이 돌게 한다. 우리에게 생소한 가자미식해, 노치, 콩나물김치, 가지김치는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동화의 마무리는 환상촌 꼭대기에 새 집을 마련한 루다 외할머니의 김장으로 끝난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팔을 걷어붙인 북한식 김장. 남한과 다른 재료가 듬뿍 들어간 김치는 보기에 낯설지만, 마을사람들은 금세 그 맛에 빠져들었다. ‘서울옥류관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식당은 환상촌 통일밥상이라는 소박한 북한음식점으로 바뀌었고, 루다네 가족은 평양에 2호점을 낼 통일의 그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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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청소년 이야기의 정점을 찍다

류명성 통일빵집을 시작으로 난민 소녀 리도희, 리무산의 서울 입성기, 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등 죽음을 넘나드는 탈북 과정과 대한민국의 정착 과정, 그리고 낯선 땅에서도 꿈을 이루며 적응해가는 탈북 청소년의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세세하게 담아온 박경희 작가는 이번에 출간한 리루다네 통일밥상으로 탈북 연작의 정점을 찍었다.

하늘꿈학교에서 박경희 작가와 함께 하는 인문학 수업을 통해 탈북 청소년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이끌었던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삶에 다가갔던 박경희 작가. 그들의 삶을 허투루 바라보지 않았던 따뜻한 마음은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냈고, 동화와 소설을 소재가 되어 통일의 징검다리로 놓이고 있다.

박 작가는 북한에 살다 온 친구들을 불쌍하다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싶지 않다. 태어난 곳이 북한이기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일을 겪었던 친구들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입맛도 사고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해를 강조했다. 우리 주변에 35천여 명의 탈북자가 있고, 그중 6천여 명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북한과 많은 것이 다른 대한민국에서 탈북 청소년들이 당당히 자신의 삶을 개척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리루다와 같은 씩씩한 주인공을 탄생시킨 것이다.

평양에서 살던 셋, 서울에서 살던 둘이 합쳐 하나가 된 리루다네 가족은 마치 서울 옥류관의 메뉴처럼 어딘가 어색하고 서먹하다는 묘사는, 통일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일깨워주며 이들이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 속에 통일의 해답을 숨겨놓았다.

머잖은 미래에 평양에 있는 친구들도 이 동화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잘 차려진 리루다네 통일밥상을 꼭 맛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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