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사람 히스기야, “우상이 된 놋뱀따위 없애버려라”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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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사람 히스기야, “우상이 된 놋뱀따위 없애버려라” 일갈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01.0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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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모두 바벨론으로 옮긴 바 되고 남을 것이 없으리라” (사 39:6)

이사야 36~39장은 산헤립의 침공 무렵 유다의 역사를 히스기야를 중심으로 기록합니다. 이 장들이 열국의 심판과 이스라엘의 영광스러운 미래를 예언한 35장과 바벨론 유배 세대를 향한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가 시작되는 40장 사이에 위치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예언이 역사 속에 확고히 자리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해석해주는 말씀인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히스기야는 지략이 뛰어난 왕이었습니다. 앗수르의 포위 공격시 예루살렘 성내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한 지하수로는 고대 토목공사의 걸작품으로 꼽힙니다. 전국에 수십 개 요새를 세워 구축한 방어망 역시 탁월한 기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조차도 그의 영적인 헌신에 비추면 소소합니다.

열왕기하 18장은 히스기야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히스기야가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행위와 같이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여 그가 여러 산당들을 제거하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이스라엘 자손이 이때까지 향하여 분향하므로 그것을 부수고 느후스단이라 일컬었더라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으니 곧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그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을 지켰더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시매 그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였더라”(왕하 18:3~7)

이방종교의 우상을 타파한 것에 더해 자신들의 역사에서 유래한 놋뱀을 “놋조각일 뿐!”이라 일갈한 면모가 각별합니다. 느후스단(놋조각)의 배경은 광야에서 불평하다가 불뱀에 물려 죽어가던 자들이 모세를 통해 주신 놋뱀을 바라만 보아도 목숨을 건졌던 사건입니다(민 21:4~9). 간신히 목숨을 건져 약속의 땅에 들어간 세대에게 놋뱀의 추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겠습니까. 그러나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면 산다는 믿음 대신 놋뱀이라는 물체를 “신주 모시듯” 붙들던 후손들을 향해 이 젊은 왕이 “그게 뭐라고 절절 매는가. 놋조각 우상이 되었으니 없애버리라!”라고 말했다는 데서 그의 믿음과 식견이 잘 드러납니다.

히스기야는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바람 앞의 촛불같던 유다의 운명을 어깨에 지고 하나님 앞에 통곡했습니다. 산헤립과 랍사게의 협박장을 하나님 앞에 펼쳐놓고는 하나님의 유일성을 온 천하에 드러내시라고 부르짖었습니다. 그 응답으로 하나님의 사자가 앗수르 군대를 궤멸시켰고 산헤립은 그 아들의 손에 허망하게 죽었습니다(37:33~38). 심지어 불치병에 걸려 “너는 네 집에 유언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는 하나님 말씀을 듣고도 그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호소했습니다. 하나님 저를 잘 아시지 않냐고, 제가 주님을 위해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해 주십사고 읍소하여 15년 수명을 더 허락받았고, 그 표증으로 해시계에 비친 해그림자가 역주행하는 기적을 보기도 했습니다(38:1~8).

히스기야가 자신의 회복 소식에 바벨론의 왕이 보낸 사신 앞에서 왕궁의 보물을 자랑한 것은 실책이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유다의 바벨론 유배가 임한 것은 아닙니다(39장). 오히려 하나님께서 히스기야의 간구에 15년의 생명을 더하실만큼 그를 사랑하셨음에도, 당신의 백성 유다의 정치적 생명은 연장해주지 않으셨다는 것이 이 ‘히스기야 에피소드’의 메시지라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바벨론 유배는 분명 유다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였지만,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국경과 혈연을 넘어 확대하고 교회의 시대를 준비하는 경륜이기도 했습니다. 때로 우리의 기도가 응답받지 못할 때 우리 기대와 간구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마음을 여는 것이 성숙한 신앙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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