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이 가져올 미래변화… “실용적 대처와 본질 둘 다 놓쳐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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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이 가져올 미래변화… “실용적 대처와 본질 둘 다 놓쳐선 안돼”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1.12.3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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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교회 트렌드① 메타버스·블록체인·AI… 목회에 도입하는 신기술


4차 산업혁명 가속화, 교회 안까지 깊숙이 자리잡은 과학기술
미래교회는 어떤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시스템 갖춰야

 

인간과 신에 대한 믿음이 희미해지는 시대, ‘신뢰’를 만드는 기술의 등장으로 이제 과학기술은 교회 안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천연두는 천하무적 로마 군대를 무력화시켜 제국의 멸망을 초래했고, 유럽 전 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킨 페스트 대유행은 중세의 종말로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또다시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인류는 또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될까. 포스트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이제는 누구도 섣불리 미래를 전망하지 못한다. 언제나 예측 불허의 영역이었던 미래지만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 속을 걸어가는 듯하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거룩한 교회의 사역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이고 복음은 만천하에 전해질 것이며 하나님의 나라는 반드시 전진할 것이다. 본지는 엄중한 시대 속에서도 어두운 세상 곳곳에 그리스도의 빛이 비취길 소망하며, 2022년 한국교회 목회를 선도할 트렌드를 조명해본다.

그 첫 번째는 메타버스·블록체인·AI(인공지능)로 대표되는 ‘신기술’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전통적인 교회사역에 접목하는 것에는 분명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기술혁신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신앙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고민인 다음세대에게는 오히려 전통적인 교회의 모습이 낯설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기술의 발달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며 기독교의 존립마저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도, 급변하는 이 시대는 우리에게 ‘변화’와 ‘적응’을 요청하고 있다.

너도나도 “메타버스 올라타자”
지난해 가장 큰 이슈가 됐던 키워드를 꼽으라면 ‘메타버스’를 빼놓을 수 없다.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메타버스가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쏟아졌다. 대선 후보자가 시민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대는 대단했다. 세계적인 IT기업 페이스북은 아예 이름을 ‘메타(meta)’로 바꿨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소셜미디어에 치중된 기존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메타버스를 주력 사업모델로 삼을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목회 현장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대안으로 메타버스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게더타운,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교회와 선교단체 공간이 생겨나고 예배와 수련회, 세미나 등 각종 행사가 진행됐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회학교 사역들이 시도되고 활발한 연구와 토론이 이뤄졌다. KT융합기술원 AI연구소 배순민 소장은 ‘국민미션포럼 2021’에서 메타버스가 특히 다음세대 사역에 주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 소장은 “디지털 유목민인 밀레니얼 세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아날로그의 삶과 디지털을 동일하게 본다”며 “메타버스는 다음세대로 향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월 과학기술인선교회(FMnC)가 개최한 ‘2021 ITMC(IT 미션 컨퍼런스)’ 주 강사로 나선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는 “‘메타’라는 헬라어 속에는 항상 변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미래교회는 어떤 환경에도 유연하게 변화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메타처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목사는 고린도전서 9장 19~23절을 인용하며 “복음을 전하며 사람을 구하고자 한다면 복음은 여러 모양으로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메타버스는 비대면 시대 복음 전파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신뢰를 만드는 기술 ‘블록체인’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함께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다.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교회가 암호화폐로 헌금을 받는다고 했을 때, ‘암호화폐는 검은 돈’이라는 인식 때문에 논란이 됐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카카오 페이나 네이버 페이 등 가상 공간에서 활용되는 온라인 결제 수단을 모두 포함하는 디지털 화폐를 뜻하며, 투명성과 신뢰성이 보장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2021 ITMC’에서 발제를 맡은 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의 이수정 대표는 다소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서로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중립적이고 중앙화 된 인증기관 없이 신뢰를 보장하는 기술”이라며 “간단히 말해서, ‘신뢰를 만드는 기계’가 바로 블록체인”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기부단체의 대국민 신뢰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체리’는 월드비전, 기아대책, 사랑의 열매 등 여러 단체의 후원금 모금을 담당하고 있으며, 교회별 맞춤형 헌금 모금이 가능한 ‘온라인 헌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선한목자교회, 분당 가나안교회를 비롯해 60여 개 교회들이 ‘체리’를 통해 온라인 헌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체리’의 온라인 헌금 서비스를 이용 중인 서울 용산구 충신교회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의 등록 절차만으로 교회 페이지를 개설할 수 있어 편리하고 감사헌금, 십일조 등 다양한 헌금함도 만들 수 있다”며 “그동안 주일마다 계수 요원들이 헌금 봉투를 분류하고 은행에 입금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는데, 번거로움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간과 신에 대한 믿음이 희미해지는 시대, ‘신뢰’를 만드는 기계의 등장으로 이제 과학기술은 교회 안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AI가 우리교회 설교를?
인공지능 대 인간. 세기의 대결로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치러진 지도 어느덧 6년이 지났다. 이제 AI(인공지능)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은 모든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AI의 영향력은 지성의 영역을 넘어 감성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AI가 만든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들이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꿈 같은 시대가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왔다.

사실 AI 기술이 목회에 활용되기 시작한 건 오래된 일이다. 지난 2019년 설립된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대에서 한국교회도 사회를 더 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며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목회자들에게 균형적인 시각을 전하는 도구로 쓰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빅데이터로 본 한국교회 주요 이슈’ 등 한국교회와 관련된 각종 통계 자료를 꾸준히 발표하며 AI 기술을 목회에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점점 진화하는 AI 기술에 대한 교회 내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절반 이상이 AI 기술 등 과학 발전이 종교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개신교인은 달랐다. 특히 AI 설교자의 등장에 대해 큰 거부감을 드러냈다. 전체 종교인들의 경우 AI 설교에 대해 찬성 30%, 반대 50%였던 반면, 개신교인들은 찬성 20%, 반대 65%로 반대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장신대 양동욱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이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인간 설교자보다 더 완벽하게 회중의 필요도를 측정하고 세계에 산재된 온갖 종류의 설교를 모두 취합해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설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인간 설교자보다 뛰어난 ‘설교 봇’의 등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의 ‘설교’는 하나님과 인간의 인격적인 교류를 통한 존재적 만남의 성격을 가지지 못하는, 내장된 정보의 유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생각만 해도 낯선 AI 설교자의 등장은 지금 당장이라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바로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붙들라
한편 기술혁신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목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대해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는 “기술혁신이 가져올 미래변화에 한국교회는 실용적 대처도 준비해야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부상에 맞춰 미래기술과 미래변화에 대한 기독교 신학, 철학, 윤리학에 기반을 둔 종교적이며 영적인 차원의 심도 깊은 분석, 해석, 성찰과 예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열린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소망교회 조성실 목사는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인식하게 되면 교회는 자칫 지금까지 지켜온 소중한 무형의 자산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라고 경고하면서 ‘디지털 전환시대에 필요한 하이브리드 목회 전략’을 제안했다. 조 목사는 △교회의 디지털 성숙도를 파악하라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을 구축하라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실재감을 증폭하라 △온라인 소그룹을 만들라 △일방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말씀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도록 만드는 ‘스토리리빙’으로 전환하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라 △디지털 전문 인력을 개발하라 등 7가지 목회 전략을 제시했다.

또 그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며 “교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가치, 즉, 복음을 유통하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을 붙들 때, 교회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그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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