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받침대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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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받침대 달력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12.28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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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183)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아내가 언젠가 나무받침대 달력을 보여줬습니다.

“목사님~ 이거 한번 보세요. 아주 고급지죠~ 우리 교회도 이런 식으로 교회 달력 만들면 안 될까요?” 그걸 우리 브라더스(우리 교회에서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는 팀입니다) 책임자 백철용 장로님에게 보여주며, “우리 교회 2022년 달력을 이런 식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했습니다.

그 후 어떻게 됐냐구요?

백철용 장로님은 또 디자이너 김범준 간사, 나무 디자인 전문가 이건하 집사님에게 보여줬구요. 이건하 집사님이 뚝딱 샘플을 만들어 와 그것을 따라 나무 달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2주간 저녁마다 브라더스 팀이 모여서 일을 하더니 근사한 나무 받침대 달력 750개를 완성했는데요. “나무 받침대 달력” 이게 말이 쉽지, 막상 완성된 나무들을 보니 제가 참~! 많이 미안했습니다.

사이즈에 맞게 나무를 재단하고, 캘린더가 들어갈 자리에 길을 내고, 사포로 밀어내고, 교회 명판 불도장을 찍고, 표면까지 칠을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나하나 칠을 다섯 번 이상이나 하는 거였습니다.

이건하 집사님에게 “이거 시중에서 사려면 얼마나 할까요?” 물었더니~ “아무래도 3만 원 이상은 줘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했습니다. 이건하 집사님의 그 말을 듣는 순간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요. 제작 과정을 보니 이게 비싼 게 절대 아니라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요 며칠 눈도 오고, 추운 날들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브라더스 형제들은 만나기만 하면 뭐가 좋은지 낄낄대고 그 어려운 일들을 기쁨으로 해내고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들고, 표면에 칠하는 손길들이 얼마나 정성스럽던지, 그냥 브라더스 지체들의 진심이 보여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더라니까요."

오늘 저녁 식사는 브라더스와 함께 교회에서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너무 힘들지 않아요?”
“목사님~ 이거 없으면 우리가 모두 실업자였을 겁니다. 할 일이 없었습니다.”
“교회 창립기념으로 나무 도마를 만들었고, 이번에 이거 제작하고 참~! 감사합니다. 다른 때에 비하면 우리 브라더스는 안식년이었다니까요~” 하는 것입니다.

나무 받침대 달력을 이번 송구영신 예배에 오는 성도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려고 하는데요. 이 달력은 아마 전 세계 교회에서 우리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달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교회에서 이렇게 시간을 내고, 정성을 쏟아 나무 받침대 달력을 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하나하나 들고, 표면에 칠하는 손길들이 얼마나 정성스럽던지, 그냥 브라더스 지체들의 진심이 보여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더라니까요.

우리 교회 브라더스는요… 제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부서랍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부서, 성도들이 꽤 많은데… 하는 마음도 드는 행복한 저녁 시간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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