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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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겨울
  • 김한호 목사
  • 승인 2021.12.2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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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12월 22일 광장에 21명의 사람이 서 있습니다. 사형수의를 입고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한 후, 일행 중 3명이 끌려가 두건을 쓰고 기둥에 묶였습니다. 5분의 여유가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사형수들에게 최후의 5분은 비록 짧았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자기의 순서를 기다리던 사형수는 28년을 살아온 자신의 생의 마지막 5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생각했습니다.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 기도를 하는데 2분, 오늘까지 살게 해 준 하나님께 감사하는데 2분,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나머지 1분을 사용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사형장에 올라서니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죽기 직전에 기적적으로 사형집행이 중지되었습니다. 나팔소리와 함께 황제로부터의 사면을 알리는 칙령이 낭독되었던 것입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쓴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입니다. 구사일생으로 풀려난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5분의 시간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이 경험은 그의 기억에 깊이 새겨져 이후 그의 작품에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만일 여러분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단 5분뿐이라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디모데후서 4장에 바울의 모습은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며 마지막 5분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인생의 겨울을 마주했습니다. 그가 만난 인생의 겨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감옥의 삶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합니까? 그와 함께 했었던 “데마, 그레스게, 디도(10절)”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바울을 떠났고, 바울은 ‘인간관계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이때, 우리도 인생의 겨울을 돌아봐야 합니다. 새해가 되었다고 바로 봄날이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서운하게 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은 없었는지,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는 분의 고백입니다. 출장을 자주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후회하게 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출장 중에 가끔 부인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출장을 가면서 이번에는 꼭 안부를 묻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신없이 출장 스케쥴을 보내다 보니 시간대를 놓치고 안부 묻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돌아갈 날이 되어 미안한 마음도 들어서 전화기를 손에 들었습니다. 연결음을 들으며 ‘당신이 보고 싶었는데 자주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 여보, 사랑해’ 그렇게 말하리라고 생각을 되뇌었습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 아내의 소리가 들렸을 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애들은? 강아지는? 쓰레기는?”이었습니다. 잠시 후 아내는 “당신, 해도해도 너무하다! 전화해서 쓰레기를 버렸는지 그게 그렇게 궁금했냐”라고 울먹거리며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새해이기에 더욱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 있는지, 사랑한다고 고백할 일이 있는지 돌아보며, 그 대상이 자녀 혹은 배우자, 직장의 동료나 직원, 상사일지라도 용기를 내어야 합니다.

2022년 한해 우리는 말씀 붙들고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생의 봄날을 맞이하기 위함이 아니라, 새롭게 오늘 시간들 속에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와 같이 우리의 삶에 해를 입히고 대적하는 이들이 있음을 깨닫고, 그로부터 견딜 힘을 주시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견인하시는 은혜를 누리기 위함입니다. 종말의 시간 속에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와 성령님의 관용에 잇대어 살아가는 마지막 5분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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