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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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기념일
  • 조병성 목사
  • 승인 2021.12.2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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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성 목사/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지난 10월 31일은 우리 개신교 역사에 의미 있는, 아니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던 종교개혁 504년 기념주일이었습니다. 교회의 부패와 잘못된 관습을 타파하고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만인 제사장직’으로 교회를 다시 갱신하고자 했던 종교개혁의 은혜를 기념하는 복된 주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교개혁 주일을 앞두고 저희 집에 예전에 없었던 기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둘째 딸아이가 학교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아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용돈을 모아서 친구들에게 줄 초콜릿, 과자, 사탕 등을 예쁘게 포장해서 정성스럽게 친한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준다고 하면서 제 딸도 친구들에게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선물을 보다가 아내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선물 중에 설명하기도 좀 징그러운 선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지손가락 만한 하얗고 길쭉한 쿠키, 한쪽 끝 위에는 아몬드 한 개가 박혀있고 반대쪽 끝은 붉은 색의 딸기쨈이 발라져 있었습니다. 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 마디로 말해 잘린 손가락 모양의 쿠키였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딸아이가 친구들에게 받아오는 선물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핼러윈 데이’ 풍습인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선물을 친구들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적잖은 문화적 충격이 왔습니다.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은 딸은 자신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브라우니 케익을 선물로 줘야겠다며 엄마에게 마트로 장을 보러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딸에게 “에이 그래도 너 목사 딸인데 할로윈데이 말고 성탄절에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 이런 제 물음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딸아이의 모습을 뒤로 하고 뭔가 찜찜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었습니다.

종교개혁 504년의 역사적 사건이 할로윈데이의 축제 열기보다 못한 현실의 암담한 속에 살아가는 저나 우리 아이들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몇 해 전부터 12월이 되면 주변 사람들이나 언론을 통해 ‘요즘 성탄절은 성탄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성탄캐롤은 사라졌고 교회마다 성탄을 기다리며 새벽을 깨우던 새벽송, 성탄축제등이 점점 축소되거나 사라져 버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새벽을 깨우며 예수님의 오심을 함께 축하하던 거리의 새벽송은 의미도 모른채 크리스마스파티라는 이벤트로 밤새 술을 먹고 거리에서 휘청거리는 사람들의 차지가 되어버렸고 교회마다 함께 했던 성탄예배는 다양한 매체들에게 화려한 연말시상식을 보다 빛내주는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우리 주변은 정말 기념해야 할 것은 그 의미가 점점 퇴색해져가고 존중과 칭송을 받아야 할 대상은 무의미한 존재인 것처럼 취급을 받게 되어 버린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정도 인데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시대는 더한 상황에 직면 할 수 밖에 없겠다 생각됩니다.

성탄의 기쁨이 넘쳐야 할 12월, 거짓된 것에 참 진리를 빼앗기지 말고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찬양하고 우리를 위해 낮고 낮은 곳에 성육신 하셔서 아기로 오신 예수님을 깊이 묵상하며 참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판에 이 복된 소식이 깊이 깊이 새겨지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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