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곳 없는 미혼모들의 작은 방주가 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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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곳 없는 미혼모들의 작은 방주가 되고싶습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12.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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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청소년 미혼모’에 희망을 전하는 이효천 선교사

10년 넘게 청소년 미혼모들의 자립 도와
“미혼모 가정이 건강한 공동체 경험키를”

말 구유에 가장 낮고 초라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처럼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어린 생명을 돌보는 이가 있다. 스무살 초반의 앳된 청년이 미혼모들을 만나 도움을 베풀고 위로를 전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라. 조금은 생경하고 낯선 풍경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면 일식도 없던 미혼모들을 돌보는 일을 10년 이상 지속해가며, 세상에 홀로 남은 ‘미혼모와 아기’를 기꺼이 사랑으로 품어온 이가 있다. 전국 각지의 10대 미혼모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듣고 나누며, 이들의 자립을 돕는 이효천 선교사가 바로 그다.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의 해아리대안학교 사무실에서 만난 사단법인 링커(Linker)의 대표 이효천 선교사는 “생명은 하루를 살아도 생명이기에, 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버둥 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의 해아리대안학교 사무실에서 만난 사단법인 링커(Linker)의 대표 이효천 선교사는 “생명은 하루를 살아도 생명이기에, 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버둥 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눈을 떠보니 ‘미혼모 한가운데’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의 해아리대안학교 사무실에서 만난 사단법인 링커(LINKER)의 대표 이효천 선교사(31)는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눈을 떠보니 하나님이 저를 미혼모들 한가운데 던져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스무살 청년 시절부터 10년 넘게 미혼모 돌봄 사역을 해온 그에게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물었더니 돌아온 겸손한 답변이었다.

처음 그가 어린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게 된 것은 소년원 봉사활동을 통해 알게 된 한 동생과의 만남 때문이다. 이 선교사는 “고교생 시절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뒤 받은 사랑을 표현할 방법이 봉사라고 생각해 고아원과 양로원, 소년원 봉사 등을 닥치는 대로 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원에서 봉사하다가 만난 ‘자칭 동생’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어린 아기를 돌보는 청소년 미혼모를 저에게 소개했다”고 전했다.

당시 우연한 소개로 만난 ‘어린 엄마’는 19살의 나이로 2살 아기를 키우고 있었다. 어린 소녀가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도 신기한데 술집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도 중졸의 십대 미혼모가 세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 선교사는 원룸에 잠든 아기를 홀로 두고 문을 잠궈 둔 채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러 나간다는 ‘어린 엄마’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선교사는 “무엇보다 홀로 있는 아기가 가장 걱정됐다. 그 친구에게 매달 40만 원의 생활비만 있으면 유흥업소를 그만두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 저 역시 대학생으로 용돈 벌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주변 신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과 함께 ‘쌈짓돈’을 모아 그 어린 엄마를 정기적으로 지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혼모들의 아버지가 된 ‘청년’

결국 그 어린 엄마는 유흥업소 일을 그만두게 됐고, 이효천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검정고시를 치러 고졸 학력을 획득하게 됐다. 이후 그 어린 엄마는 ‘번듯한’ 일자리를 구해 자립을 하게 됐다.

그는 “저는 원래 봉사활동을 했던 소년원과 보육원으로 돌아가 계속 섬길 생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미혼모 한 명을 만났고, 그 친구도 자립했으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처 몰랐다. 그 한 명을 도운 것이 전국 단위의 미혼모들을 돌보는 지금의 이효천 선교사를 있게 할 줄이야.

그의 도움을 받은 엄마는 감사한 마음에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렸고, 이 선교사의 연락처까지 함께 기재한 덕(?)에 전국 각지에 있는 수많은 미혼모들에게 ‘물밀듯’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본인도 스무살, 갓 대학교를 입학한 신입생에다 평범한 청년이었으니 황당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이 선교사는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에 처음에는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막막했다. 사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줄 단 한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같은 신학교 친구들과 함께 봉사단체 겸 선교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폭풍같이 밀어닥친 사역이었다. 어떤 동아리 등록이나 사회기관 단체 등록 없이 혈기 넘친 청년 하나를 중심으로 죄없이 끌려 나온 친구들 몇몇이 어린 미혼모를 돕기로 마음 먹었다. 청소년 미혼모들을 만나보니 많은 이들이 노래방 도우미나 성매매로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왕 돕는 거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선교단체인 ‘바람선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이 합법적으로 돈을 벌고,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자격증을 딴 후 직업을 얻어 최종적으로 자립을 하는 것을 단체의 목표로 삼게 됐다. “마치 처음 하나님의 사랑에 빠졌던 그때처럼 그저 ‘하나님을 위해 살고 싶다’는 말만 대뇌이며 이 일에 매달렸습니다. 정말 우리의 절박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일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돕는 손길이 있었고, 지금까지 단체가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이효천 선교사는 원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오갈 데 없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위해 아낌없는 나눔을 펼치고 있다.
이효천 선교사는 원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오갈 데 없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위해 아낌없는 나눔을 펼치고 있다.

이후 이 선교사는 비영리단체 ‘위드맘(with mom)한부모가정지원센터’를 설립했고, 이후 단체가 하는 사역이 확대되면서 사단법인 단체 ‘링커(Linekr)’를 만들었다. 오는 1월에는 재단법인 출범까지 앞두고 있다. 단체는 17세부터 24세 청소년 미혼모들에게 긴급 거주지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기 위한 생계와 교육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연계를 통해 각종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 하나 도움을 줄 수 없는 청소년 미혼모를 대상으로 사역하기에 예상치 못한 긴급한 상황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그럴 경우 새벽 노가다를 하며 사비를 털어 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백혈병에 걸린 아기의 수술이 절박한 상황에서 마음을 다해 도와주고 싶단 마음에 결혼반지마저 팔아 수술비에 보탰다.

그는 “그런 간절함에도 그 아이는 결국 하나님 곁으로 같지만, 부질없어 보이는 이 일을 계속 해보려고 한다”며 “이 일을 하며 생명의 탄생도 많이 보지만 안타까운 죽음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생명은 하루를 살아도 생명이기에, 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발버둥 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미혼모’가 자립할 때까지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공통점이 있다면, 임신과 동시에 학업이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또 ‘원(原)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진 채로 공동육아의 책임이 있는 남성이 책임을 지지 않고 떠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많은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거주지가 없고, 출산이 임박했는데도 모텔이나 찜질방을 돌아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임신한 상태로 화장실에서 노숙생활을 하거나 친구 집에서 얹혀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가장 시급한 것이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마들의 거주지가 확정되어야 나라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받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수 있기 때문.

특히 그는 “거주지 지원이 어린 엄마들의 자립을 돕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이라며, “엄마들의 학력 수준이 낮아 알바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검정고시’를 치르고 이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 엄마들의 주거지가 확정됐다면, 매달 생활을 위해 필요한 ‘휴지, 물티슈, 기저귀’ 등의 ‘고정물품’을 정기적으로 지원해주면 엄마들의 자립이 한결 수월해진다. 이제까지 링커를 거쳐 온전한 자립을 이룬 미혼모의 사례도 꽤 있다. 그는 지금껏 기억에 남는 미혼모 중 한 명을 소개했다.

“제가 처음 만난 미혼모의 경우 초음파 사진 하나를 들고 와 도움을 요청해 도와주었다. 그 아이가 5년 전 제 결혼식 때 화동을 해주었고, 아이가 자라 지금은 초등학생이 됐다”면서 “제가 아버지는 아니지만, ‘동네 선교사’의 모습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받은 사랑을 나누는 ‘프롬맘’

단체를 통해 도움을 받고 빠르게 자립게 성공한 이들은 역으로 단체를 후원하는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자립에 성공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프롬맘(FROM MOM)’이라는 단체를 통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해외 이주여성을 돕기도 하고 국내의 다른 미혼모들을 도우며 서로의 아픈 곳을 보듬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 선교사는 “자신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과 사랑을 받았기에 자립을 하고 난 후에는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 또 청소년 미혼모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자립에 성공한 ‘프롬맘’”이라고 밝혔다. 4년 전 그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해아리 대안학교’를 설립했다. 상대방을 ‘헤아리다’라는 의미를 담은 ‘해아리 대안학교’는 출산과 양육의 문제로 학업을 중퇴한 청소년 미혼모들을 위해 각종 교육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연말이 되면 나눔이 풍성해진다. 하지만 올해 연말은 유난히도 추운 편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심화되면서 한국교회 나눔의 손길이 조금 뜸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연말이 되면 교회에서 큰 후원을 받아 축제 분위기였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후원도 많이 끊기고 예배를 드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교회가 꾸준히 소외된 이웃이 있는 현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향후 계획으로 그는 미혼모들이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혼모들을 위한 방주를 만드는 심정으로 이들을 ‘품어주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혹여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윤리적 문제가 있고,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불쌍한 여성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제 눈에는 “내가 사랑한다”라고 고백하시는 하나님의 사랑하는 딸이라는 시선으로 나눔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효천 선교사는 미혼모 아기들을 위해 산타가 되어 나눔사역을 펼치기도 한다.
이효천 선교사는 매년 연말이 되면, 미혼모 아기들을 위한 산타가 되어 나눔사역을 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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