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거북이가 외칩니다 “우리 바다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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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거북이가 외칩니다 “우리 바다를 지켜주세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12.08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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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 이야기를 쉽게, ‘환경동화 작가’ 최주섭 장로

그물에 갇힌 저희들을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플라스틱 괴물이 파도에 휩쓸려 펄럭일 때는 먹이와 구별하기 힘들어요.”

플라스틱 그물 쓰레기에 갇힌 아기 거북이의 하소연이다. 최주섭 장로(자원순환정책연구소장, 시냇가심은나무교회)의 환경동화에서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는 바다생물들에게 괴물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는 아기 상어가, 숲 속의 다람쥐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아껴달라며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40년 가까이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던 최주섭 장로가 환경동화집 대왕고래의 분노를 펴냈다. 환경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인 최 장로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 작가로 변신한 사연은 무엇일까. 지난달 26일 최 장로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일상이 곧 환경

환경 분야와는 오랜 인연이다. 1975년 서울대 농학대를 졸업하고 환경대학원을 다니며 환경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이후 환경부와 환경단체에서 일을 이어왔다. 폐플라스틱 처리가 그의 주된 업무였다. 2014년 퇴직한 이후에는 에세이를 쓰거나 강의를 다니는 것에 바빴던 그였다.

환경은 오늘의 일이기도 하지만 내일의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의 행동이 내일의 지구에 엄청난 여향을 미치죠. 그래서 문득 내일의 주인공이자 미래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가질 아이들을 위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아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소재로 잡았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 어떻게 재활용 되는 걸까’, ‘재활용 제품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처럼 전공을 살린 주제들을 이야기로 풀어냈고 점차 범위를 넓혀나갔다. 정성이 담긴 글들이 하나둘 쌓여 20159월 등단작인 담배꽁초 할아버지가 나왔다.

주변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모두 동화의 주제가 됩니다. 펑크 나 버려진 자전거, 거리의 길고양이들 모두가 아이들에게 들려줘야할 환경 이야기로 가득해요. 비둘기의 입장이 되어 인간들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여정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환경동화집 대왕고래의 분노에는 표제작인 대왕고래의 분노를 포함해 17편의 단편동화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수록됐다. 오랜 시간 환경 분야에서 일하며 느꼈던 긴박함과 환경에 대한 사랑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녹여냈다. 올해 6월에는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제49회 한정동 아동문학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순히 분리수거를 잘하자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 환경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들을 쉽게 풀어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더 나아가 아이들이 동화를 보고 평소에 이렇게 실천하면 되겠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최주섭 장로의 이야기 속에는 하나님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크리스천만이 아닌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은연중에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 세상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하지 못하더라도 크리스천만은 환경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최 장로는 강조한다.

“1993년에 환경 전문가들이 모인 심포지엄이 있었습니다. 유명 대학의 교수님이 발제를 하는데 서구 기독교 사상이 환경파괴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말하더군요. 창세기에서 만물을 다스리라고 했기 때문에 환경이 파괴됐다는 논리였어요. 그때 제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굉장히 기뻐하셨는데, 창조한 것을 맘대로 쓰고 파괴하면 하나님이 어떻게 생각하시겠느냐고 했죠. 성경은 분명히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볼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환경동화를 통해 교회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으면 하는 것이 최 장로의 바람이다.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막연하고 어렵다면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교회 주보나 단체 행사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도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최근에는 환경동화를 크리스천들과 나누기 위해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유미호)을 통해 연재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최주섭 장로의 환경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지금처럼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재들과 더불어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지구창조주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장편을 써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포함해 생태계 문제를 포괄하는 거시적인 관점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싶어요. 제 동화가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계의 모습을 회복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쓰임받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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