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우상숭배와 이교문화 가능성으로 인해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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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우상숭배와 이교문화 가능성으로 인해 부정적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12.07 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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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3)

당시의 교회 지도자들은 군복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군인들의 생활 방식이 의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고 보고한다. 세례 요한이 군인들에게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라고 책망하는 말씀(눅3:14)에서 암시되듯이 군인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다. 또 군인들은 이교(異敎)의 종교 행사에 참여하거나 군인의 서약을 해야 했으므로 우상숭배적 관행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징병제(徵兵制)가 아닌 모병제(募兵制, Volunteer military) 시대였음으로 모든 이들의 의무가 아니었다. 군인이 되는 것이 기독교인들에게 권장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군 복무중인 기독교인의 수가 증가해 가자 교부들도 기독교인들의 군 복무를 반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군 복무가 황제 숭배와 관련되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가르쳤던 하르나크는 황제 숭배 외에도 세 가지의 더 중요한 반대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하는데, 첫째는 전쟁과 피 흘림을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 장교는 사형을 명하고 병사는 이 사형을 집행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이고, 둘째는 군에서의 ‘군인들의 맹세’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 군 복무로 이교문화에 가담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는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데, 첫째는 우상숭배의 가능성이고, 둘째는 피 흘림과 전쟁에의 참여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초기 기독교가 군 복무를 반대한 이유가 평화주의적 동기보다는 우상숭배의 가능성 때문인가? 아니면 양자를 다 포함하는가? 이 점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있어왔다. 캄펜하우젠(Hans Campenhausen), 존 헬게랜드(John Helgeland) 등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군 복무를 반대한 것은 단지 군 복무 중의 우상숭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르나크, 베인톤, 그리고 역사적 평화교회 신학자들은 우상숭배의 가능성뿐만이 아니라 피 흘림과 살상, 그리고 폭력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정당전쟁론을 지지해 온 이들, 특히 로마 가톨릭 신학자들은 우상숭배 반대라는 동기를 강조한다. 반면 역사적 평화교회 신학자들은 성경이 가르치는 비폭력 평화주의에 대한 가르침과 더불어 우상숭배를 반대하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로마제국에서 그리스도인들의 군 복무, 전쟁 참여, 폭력의 문제, 그리고 평화 문제는 1900년 이후 다시 논의되기 시작하는데, 초기 기독교회는 비폭력 평화주의를 지향했다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쟁 수행을 위한 조직인 군 복무도 반대했다는 점을 뜻한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하르나크, 옥스퍼드대학의 캐둑스(C. J. Cadoux), 레이든대학의 헤링(G. J. Heering), 메노나이트 학자들인 홀쉬(John Horsch)와 헐스버그(Guy F. Hershberger)의 연구를 통해 분명히 제시되었다. 이들은 초기 기독교인들은 폭력이나 전쟁을 비도덕적이고 비기독교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배척했다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초기 기독교회가 군 복무나 살상, 폭력, 전쟁을 반대한 것은 근본적으로 신약성경, 특히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문자적으로 따르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에 대한 철저한 실천을 제자도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초기 기독교회가 군 복무나 폭력, 전쟁을 반대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흔적이 초기 교부들의 글 속에 나타나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 서머나의 폴리카르푸스, 변증가 아데나고라스(Athenagoras), 카르타고의 테르툴리아누스 등이다. 이들은 생명파괴와 살상을 반대하고 결국 군 복무도 문제시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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