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전쟁과 폭력을 비기독교·비도덕적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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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전쟁과 폭력을 비기독교·비도덕적으로 판단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12.01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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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2)

초기 기독교회는 전쟁 혹은 평화에 대해 어떻게 가르쳤을까? 우리가 초기 기독교라고 말할 때 이 말은 일반적으로 기독교가 로마제국에서 공인(313)을 받고 제국의 종교(392)가 되기 이전까지의 시기를 말하는데, 이 시기 교회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평화주의적 교회였다는 점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평화교회 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루터교회의 베인튼(Roland Bainton)을 비롯한 다수의 학자들은 초기 기독교는 전쟁이나 폭력을 비기독교적이고 비도덕적인 것으로 배척했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에 산상수훈을 신자들이 지켜야 할 규범으로 가르치고 있었고, “누구든지 네 오른 뺨을 치거든 왼뺨도 돌려대라”(마5:39)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문자적으로 따랐다고 보고 있다. 또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마26:52)라는 구절에 근거하여 비무장, 비폭력을 가르쳤으므로, 초기 기독교는 비폭력적이며 절대평화주의를 신봉했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신약성경을 보면 평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라는 본문(마10:34)이나, 폭력적인 종말에 대한 예언(마24)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본문 등이 반드시 국제 관계에서의 전쟁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비전론(非戰論)을 지지하는 언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도리어 개인 간의 관계에서 충돌로 야기될 수 있는 폭력을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른 해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 기독교가 평화주의를 지향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학자들은 초기 기독교는 폭력이나 전쟁을 반대해 왔다는 주장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첫 2세기 동안에는 이런 문제가 심각한 논의의 주제는 되지 못했다. 전쟁이나 군 복무에 대해 절박하게 씨름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은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BC 27~AD 14)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때(161~180)까지 군사적 우위를 통해 평화를 누리고 있었고, 이 기간 동안 지중해 세계가 비교적 안정을 누렸다. 이러한 평화의 기운은 스코틀랜드·북아프리카·페르시아까지 확산되었다. 이를 로마의 평화(Pax Romana)라고 불렀다. 설사 전쟁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변방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서 제국 내의 일반인들은 그 전쟁 자체를 모르고 살았을 정도였다. 전쟁이 일어나 징집을 할 경우에도 로마제국의 국경이나 변방 지역에서 행해졌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대체적으로 지중해 연안의 여러 도시에 거주하고 있었고, 기독교인들의 군 복무에 대한 논의는 시급한 현안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세기 말에 와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70년경부터 군  복무 중인 기독교인이 있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고, 군 복무와 피 흘림, 그리고 전쟁에 대해 숙고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인의 군 복무와 전쟁 참여가 교회가 직면한 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교부들은 점차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논설을 쓰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 복무 중인 기독교인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군 복무를 반대하는 글도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주제가 교부들의 논의의 주된 논쟁점은 되지 못했다. 173년 이전에는 군 복무중인 그리스도인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다. 설사 있었다 해도 그 수는 결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70년대를 거쳐 가면서 로마제국의 군인으로 복무하는 기독교인들이 점차 많아지게 된다. 다수는 군 복무 중 기독교로 개종하는 경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독교인의 군 복무가 부정되거나 문제가 되지 않았고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을 뿐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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