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인간 생각이 아닌 ‘하나님을 아는 지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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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은 인간 생각이 아닌 ‘하나님을 아는 지식’입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11.2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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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S 한국교회를 논하다 // 한국교회 개혁 특집 (2) ‘신학은 학문인가? 경건인가?’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목사는 2003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한 바 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그의 선언은 한국교회 위기를 직시하면서, 한국교회 문제의 근원을 신학교육에서 찾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된 신학은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 말씀에 근거해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신학교육 강단에서 성경의 권위는 사리지고, 사변화 된 학문이 그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장종현 목사는 바로 신학이,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복음이 되지 못하고, 학문이라고 하는 틀에 갇혀버렸다는 현실을 보았다. 그리고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을 배경으로 종교개혁 정신의 회복을 촉구하면서, 2010년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주창하기에 이른다. 

CTS 기독교텔레비전(회장:감경철) ‘한국교회를 論하다’는 지난 봄 장종현 목사가 주창한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주제로 연속 방송을 진행했다. 이제 다시 한 번 연속특집 생방송을 마련하고 개혁주의생명신학의 토대가 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에 대해 심층 토의를 진행했다.
지난 19일 두 번째 생방송에는 백석대학교 박찬호 교수(조직신학)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백석대학교 이경직 교수(조직신학)와 이경재 교수(기독교철학),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한국복음주의신학회장)가 ‘신학은 학문인가? 경건인가?’를 주제로 논의를 전개했다. 

‘CTS기독교TV ‘한국교회를 論하다’는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목사가 선언한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를 주제로 한국교회가 나갈 방향을 모색하는 특집방송을 마련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백석대학교 이경재 교수, 이경직 교수, 박찬호 교수, 합동신대 이승구 교수(왼쪽부터)가 함께했다.
‘CTS기독교TV ‘한국교회를 論하다’는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목사가 선언한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를 주제로 한국교회가 나갈 방향을 모색하는 특집방송을 마련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백석대학교 이경재 교수, 이경직 교수, 박찬호 교수, 합동신대 이승구 교수(왼쪽부터)가 함께했다.

기독교 ‘신학’은 성경에 기초한다
신학교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단지 학문만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당연하다. 그렇다고 학문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고 거부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신학이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경직 교수는 “처음 ‘신학이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을 듣고부터 신학의 본질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하나님을 학문의 틀에 가둘 수 없다는 장종현 목사님의 말씀이 크게 다가왔다”고 돌아봤다. 

이경재 교수는 “신학은 하나님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일반 학문과는 무언가 다르지 않겠냐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정도였다. ‘신학이 학문이 아니다’는 선언은 하나님에 대해 우리가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배우는 것으로 신학을 생각하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스어 ‘테올로기아’(θεολογία)를 어원으로 하고 있는 ‘신학’(theology)은 일반적으로 기독교 용어로 이해한다. 하지만 처음 사용은 주전 380년경 플라톤 대화편 ‘국가’ 2권에서 단 한번 등장한다.

이경직 교수는 “예수님이 오시기 훨씬 전에 나온 용어이고 이방 신들에 대한 신화를 가리키는 말이 신학이었다”며 “기독교는 신학 용어를 사용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부정적 요소를 배제하고 하나님의 말씀 성경에 기초한 가운데 사용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이경재 교수는 “플라톤과 달리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신학을 학문으로 격상시켜 사용하면서, 으뜸이 되는 학문이라는 뜻에서 ‘제1철학’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신학은 인간 이성을 최종 권위로 삼았다는 점에서 영이신 하나님을 다루는 기독교 신학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승구 교수는 “이교도의 용어를 가지고 와서 새로운 의미로 사용한 대표적 두 단어가 교회를 뜻하는 ‘에클레시아’와 신학을 뜻하는 ‘테올로기아’이다. 테올로기아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과 그분의 말에 관한 것이었고, 그 사용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현재도 자칫 잘못해서 학문적 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성경에서 이성 중심으로 신학 변질
그렇다면 신학이 하나님과 성경 중심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 중심으로 변질된 때는 언제일까. 기독교 신학은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 변증가들이 등장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그리고 12세기 서구 사회에서 대학이 등장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전래됐고 이성적 연구방법이 신학분야에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경재 교수는 “중세 대학의 교수이기도 했던 신학자들이 경건을 위해 헌신하기보다 일반적 연구방법을 신학에 도입하면서 학문화가 급속하게 이뤄졌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아니라 인간들의 생각을 모아놓은 지식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경직 교수는 “학문화 과정에서 신학이 발전하기도 했지만 중세 교회에서는 신학과 헌신을 분리시키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신학자들은 학문 차원에서만 신학에 몰두하고, 수도사들은 성경에 기반하지 않는 주술적 신앙 형태로 부패하기도 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경건이 없는 신학, 성경이 없는 종교행위가 나타났고, 그것은 곧 성경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종교개혁으로 귀결된 것이다. 

오늘날 다시 종교개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성경대로 살지 못하는 한국교회 모습 때문이다. 신학교육이 사변화 된 나머지 생명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장종현 목사는 그래서 개혁주의 정신을 다시 강조하면서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주창한 것이다. 

이승구 교수는 “종교개혁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경건의 토대를 잊어버리고 신학과 성경이 분리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더 이상한 것은 성경을 모두 믿지 않는 신학까지 나오고 말았다”며 “성경에서 벗어난 신학에 대한 반발로 경건주의운동이 나타났지만, 오히려 자유주의로 인해 성경에서 떠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하나님 생각 따라 생각해야
이경재 교수는 “인생 말년에 강력한 성령 체험을 했던 토마스 아퀴나스가 80여권 저작들을 모두 지푸라기처럼 여기고 절필을 선언했다. 몇 주 전 설교에서 이 일화를 전한 장종현 목사님은 그 때 아퀴나스가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글을 남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면서 “하나님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영혼은 하나님을 만났을 때 학문이 덧없다는 것을 완전히 깨닫게 되는데, 토마스 아퀴나스의 일화가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경직 교수는 “학문으로 신학을 하면 성경지식은 많지만 기도의 능력이 없게 된다. 신학을 멀리하기만 하면 이단을 구별하지 못하고 분쟁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신학은 기본적으로 교회를 위한, 교회의 신학이어야 한다”면서 “신학이 학문이 아니라는 선언은 신학이 학문에 머무르거나 하나님을 학문화 하려는 어리석음을 경계한 것이지 학문성 자체를 제거하려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지적 능력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에 바르게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구 교수는 “일반 철학자들은 이성과 신앙은 분리된 것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신앙에 근거해서 이성적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계시해주는 것을 수용하는 이성이 됐을 때 제대로 된 것”이라며 “코넬리우스 반필은 이를 ‘하나님의 생각을 따라서 생각하는 일’(Thinking after God’s Thought)이라고 했고, 1938년 박윤선 목사는 ‘계시의존사색’으로 번역했다. 우리 신학도 항상 계시의존 신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래서 목회 현장과 신학교육 현장에서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면서 “신학교는 목회를 성경적으로 제대로 할 사람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을 살리는 복음 가르쳐야
신학이 갖는 학문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성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무릎을 꿇고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 성경을 내용으로만 알아서는 안 된다. 

이경직 교수는 “신학 지식은 많은 데 성경에 대해 모르는 분들도 있다. 깊이 있는 성경교육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백석대 신학대학원은 성경에 집중한 과목들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고 신학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임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경재 교수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인들은 성경을 외우기까지 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들은 생명을 살리는 복음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지식을 갖고 있었다”며 사람을 살리는 복음으로 무장된 교육을 신학교에서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했다. 

이날 방송을 마치면서 박찬호 교수는 “신학을 배운 결과는 신학 지식이 아니라 예수님 사랑이어야 하고 삶을 녹여내는 경건이어야 한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할 때 학문과 경건이 균형있게 설 수 있을 기억해야 한다”며 “신학교육이 경건의 삶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날 토론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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