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재앙 속에 읽기가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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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재앙 속에 읽기가 깊어졌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11.16 03: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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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오히려 좋아’ - 책으로 사역하는 ‘일하는 목회자’ 박진 목사
비대면 상황 닥치면서 물리적 장벽 허물어지며 ‘독서모임’ 활발
박진 목사에게 책 읽기는 단순한 유희나 지적 탐구의 영역이 아니다. 박 목사는 “코로나 이후 더욱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박진 목사에게 책 읽기는 단순한 유희나 지적 탐구의 영역이 아니다. 박 목사는 “코로나 이후 더욱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올해로 마흔 살인 박진 목사. 2018년부터 시작한 크리스천 독서 모임이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4년 전 교단 교회를 사임한 후 교회법상 미조직 교회라 할 수 있는 이태원 웨이처치(리더:최성묵 전도사)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일하는 목회자’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내 500여 대의 사무용 PC를 관리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육아를 비롯한 가정사역과 주일 예배를 제외하면 일주일 중에 그가 가장 많은 정성을 쏟는 시간이 바로 크리스천 독서 모임이다. 그가 1기 리더로 있는 CRD는 ‘크로스 디사이플스’의 약자로 ‘삶의 현장 속 크리스천 독서 모임’을 표방한다. 박 목사가 처음 모임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현재는 유료임에도 크리스천 독서 모임 가운데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활동 초창기부터 목사임을 알렸다. 정식 모임이 끝난 후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에프터 모임’을 만들었다. 정식 모임과 달리 무료다. 하나둘씩 모임이 더해져서 많을 때는 4~5개 모임을 동시에 운영하기도 했다. 몇 년씩 모임이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모임에서는 책의 내용을 넘어 목사로서 신앙의 깊은 부분까지도 다룬다. 독서 모임이 사역의 한 표현이 된 셈이다. 모임이 목회적 성격을 띠더라도 멤버들을 자신의 사역으로 끌어들이거나 소속 교회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지양한다. 다만 멤버들에게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크리스천다움’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코로나가 찾아온 건 그렇게 일과 사역이 균형을 이뤄갈 무렵이었다. 코로나 초창기에는 모두가 그랬듯이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비대면 상황을 극복했다. 지금은 오히려 줌이나 SNS를 통한 모임의 장점이 워낙 커서 코로나가 잠잠해지더라도 과거대로 돌아갈 마음은 없다.

“비대면의 장점이 독서 모임을 통해서 확연하게 나타났어요. 물리적인 거리의 문제가 사라지면서 거제도에서도 강원도에서도 저희 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센터가 강남에 있으니 경기도권에 사는 친구들조차 모임에 참석하기 어려웠거든요.”

오가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책을 읽거나 그 시간을 다른 일상에 할애할 여유도 생겼다. 그는 “코로나로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책을 더 많이 읽는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다른 곳에 빼앗길 여지가 줄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가 읽는 책의 양은 1년에 40권 안팎으로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달라진 건 책을 읽는 박 목사 자신이었다. 현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재앙을 만나면서 책을 읽는 태도도, 관점도, 깊이도 변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온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지금이야말로 크리스천들이 하나님과 ‘독대’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예배에서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았나요. 예배당과 화려한 찬양, 믿음의 공동체까지, 그런 것들이 다 손에 잡히지 않게 되었을 때도 우리는 예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하나님과 독대할 시간이죠. 신앙 서적이야말로 우리가 하나님과 독대할 때 굉장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책 속의 문장들이 기도가 되기도 하고, 설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는 분량은 변하지 않았지만, 책을 대하는 태도와 묵상의 깊이, 선정하는 주제가 코로나로 인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박 목사는 “신앙 서적을 많이 본다고 해서 생기는 오해가 있다. 절대 신앙 서적은 성경을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는다. 될 수 있으면 전자책보다는 실물이 있는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자신의 ‘인생 책’으로는 폴 워셔 목사가 쓴 ‘복음’(생명의말씀사)을 꼽았다. 

신앙 서적 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박 목사는 “먼저 본인의 관심을 끄는 책을 고르는 것이 첫 번째 비결”이라며 “선택이 어려울 때는 베스트 셀러를 고르고, 점차 취향을 넓혀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밑줄’만 긋기보다는 색깔 테이프 등을 활용해 표시해주는 것이 후에 찾아보기에 더 편하다고 덧붙였다. 

박진 목사.
박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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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태 2021-11-16 11:21:00
하나님과의 독대, 정말 필요한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