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이 비참함을 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실’이었다
상태바
장발장이 비참함을 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실’이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11.16 0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 (36)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순간에 진실을 택한다. 장발장의 선택은 자아실현이 최고의 목표이고 이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전부인 시대에 울림을 전한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순간에 진실을 택한다. 장발장의 선택은 자아실현이 최고의 목표이고 이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전부인 시대에 울림을 전한다.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

‘거짓말의 발명’(2009)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진실밖에 말할 줄 모른다. ‘아무도 거짓말을 터득하지 않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 안에서 ‘패배자’로 살아오던 주인공이 우연히 ‘거짓말’ 하는 능력을 깨우치고 하루아침에 신적인 존재로 부상하게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은행 창구에 가서 있지도 않은 예금을 찾으러 왔다고 해도 거짓말이 없는 사회이기에 얼마든지 돈을 찾아갈 수 있다. 신의 뜻을 안다는 말에 전 세계 언론이 그를 주목한다. 거짓말로 못할 것이 없다. 

단 하나. 거짓말로도 쟁취할 수 없는 것은 진실한 사랑이었다. 주인공은 결국 사랑을 위해 자신의 거짓 만행을 털어놓는다. 

인간은 거짓말을 사랑한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위대한 문학 작품들을 정리해 단순화하다 보면 아마 두 단어만 남을 것이다. ‘사랑’과 ‘거짓’.

성경도 마찬가지다. 피조물인 인간을 사랑하사 에덴동산에 살게 하신 하나님과,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라는 뱀(마귀)의 거짓말에 속은 인간의 이야기로부터 창세기가 출발한다. 최초의 거짓말이다.

이밖에도 거짓말에 관한 사건이 성경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입맞춤으로 예수님을 팔아넘긴 가룟 유다는 거짓의 정점이다. 인간은 거짓말을 사랑하고 그 거짓말로 파멸한다. 에덴동산의 뱀이나 가룟 유다까지는 아닐지라도, 살다 보면 거짓말을 피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착한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9계명이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분명하게 명하신다. “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 하지 말라”고.

 

거짓의 열매

백석대 장동민 교수는 “십계명은 인간을 억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들”이라고 말한다. 9계명도 예외가 아니다. 장 교수는 “십계명을 들여다보며 묵상하노라면, 이 계명들이 인간의 본성과 관계된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무엇에 자주 걸려 넘어지는지를 알 수 있다”며 “인간을 디자인하신 하나님께서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매뉴얼을 주신 것”이라고 말한다. 9계명도 예외가 아니다. 

거짓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거짓의 열매가 결코 선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태복음 7장 15~20절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느니라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장 교수는 빅토르 위고의 대하소설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을 예로 들었다. 과거의 범죄를 숨기고 열심히 노력해 도시의 시장이 된 장발장. 그를 쫓는 자베르 경감은 장발장을 쏙 빼닮은 어떤 이를 잡아 재판에 넘겨 감옥으로 보내려 한다. 장발장이 거짓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 무고한 사람이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는 고민 끝에 진실을 택한다. 

장 교수는 “자아실현이 최고의 목표이고 이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전부인 시대에 충격적으로 다가온 장면”이라며 “거짓의 가면으로 천하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영혼을 잃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9계명의 딜레마들

9계명에 관해 이야기할 때 어떤 이는 모든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만, 혹자는 ‘선의의 거짓말’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사람의 목숨을 살리려는 의도라 해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람의 생명을 죽이려는 사람은 그 사람의 육신은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영혼을 죽일 수 없는데, 만약 내가 그의 육신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그의 육신은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영혼을 죽이게 된다”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편 5장 6절을 근거로 제시한다. 

“거짓말하는 자들을 멸망시키시리이다 여호와께서는 피 흘리기를 즐기는 자와 속이는 자를 싫어하시나이다”

‘십계명 강의’의 저자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는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만일 어떤 사람이 칼을 들고 찾아와서 자기가 찾는 아무개가 있느냐고 물을 때, ‘예, 아무개가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라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무개가 없습니다’라고도 하지 말라고 한다”며 “대신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답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출애굽기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다 죽이라’는 명령을 어기고 모세를 살린 산파 △여호수아서에서 거짓말로 정탐꾼들을 숨겨준 기생 라합 △사무엘하에서 압살롬에게 쫓기던 요나단과 아히마아스를 거짓으로 구해준 여종의 예를 들면서 “세 경우의 공통점은 거짓말을 한 동기가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경우에는 거짓말이 부당하기보다는 오히려 정당하고 산파와 라합의 경우에는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과 믿음의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입장에 따라 진실이 달라지는 경우도 9계명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속담처럼 한 사건에 두 개의 진실이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갈수록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세태 속에서 동일한 팩트를 두고 다르게 해석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강영안 교수는 “우리는 항상 내가 보는 관점에서, 나의 이익과 관련해서 사물과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객관적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