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어려웠던 태국 한인교회, 오히려 ‘회복’과 ‘성장’의 기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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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어려웠던 태국 한인교회, 오히려 ‘회복’과 ‘성장’의 기회 됐죠”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1.11.1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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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오히려 좋아’

백내장 수술 위해 지난 6월 귀국한 방콕중앙교회 최성훈 선교사
“건강도 회복하고, 비자 문제도 열리고, 교회도 오히려 성장해”
태국 방콕에서 한인교회 사역을 하던 최성훈 선교사는 지난 6월 백내장 수술을 위해 귀국해 5개월 동안 회복과 안식의 시간을 가졌다.
태국 방콕에서 한인교회 사역을 하던 최성훈 선교사는 지난 6월 백내장 수술을 위해 귀국해 5개월 동안 회복과 안식의 시간을 가졌다.

“선교 현장에서 병원에 가는 게 쉬운 일인가요? 작년부터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검사를 미루다가 점점 시력이 나빠져 결국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지경이 됐습니다.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올 때는 사랑하는 교회를 떠나오는 것이 매우 힘들었지만, 오히려 저와 가족, 교인들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한인교회 사역을 하던 최성훈 선교사는 지난 6월 백내장 수술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방콕중앙교회 교인들을 남겨두고 오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큰 부흥을 경험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5년 전 한국중앙교회(담임:임석순 목사) 파송으로 태국 땅을 밟은 최 선교사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막막했지만 아내와 딸과 함께 셋이서 예배를 드리며 눈물로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비로소 조금씩 열매를 거두기 시작했다. 딸의 친구들이 부모님과 함께 교회를 찾아오게 되면서 개척 3년 만에 16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하게 된 것. 이런 상황에서 “시력을 잃지 않으려면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의 통보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교인들 대부분이 초신자인데, 담임목사가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인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한국에 가서 치료에 전념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미 온라인 예배와 모임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최 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와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휴식으로 시력을 거의 회복하게 됐다.
최 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와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휴식으로 시력을 거의 회복하게 됐다.

마음의 부담을 덜어준 교인들 덕분에 최 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와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휴식으로 시력을 거의 회복하게 됐다. 방콕의 교인들은 최 선교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신앙이 성숙해졌고, 한국의 목회자들을 설교자로 초청하면서 온라인 예배가 더욱 풍성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감사한 것이 있다. 함께 귀국한 아내 정은경 선교사도 건강검진을 통해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홀로 떠나려던 최 선교사를 향해 “사모님도 꼭 같이 가셔서 목사님을 도와주시라”고 등을 떠밀었던 교인들 덕분이었다.

감사한 것은 또 있다. 비자 문제는 선교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데, 치료를 위해 한국에 머무는 동안 3개월마다 갱신해야 하는 기존 비자에서 1년으로 기간이 늘어난 새로운 비자를 발급받았다. 덕분에 태국으로 돌아가서 더 오랫동안 온전히 사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선교지로 떠날 당시 본인의 의사로 한국에 남았던 첫째와 5년 만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도 최 선교사 가족에겐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던 아들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특히 작년에 고3 수험생활을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고 멀리서 기도밖에 못 할 때는 정말 속상했죠. 한인교회 사역자들은 긴 안식년을 공식적으로 갖기 어려운 실정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5개월의 안식을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셔서 저희 가족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최 선교사의 아들은 올해 백석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에 입학했다. 최 선교사는 그의 기도대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엇나가지 않고 부르심을 따라가는 아들을 보며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5개월의 안식으로 발생한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선교지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둘째가 한국 생활에 익숙해져서 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방콕중앙교회 부흥의 가장 큰 주역임을 잘 알고 있는 둘째는 이내 부모님을 따라가겠다고 생각을 바꿨단다. 단, 겨울이 없는 태국으로 떠나기 전에 첫눈을 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기도제목이다. 비록 어리지만 그도 어엿한 선교사로 하나님 나라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와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휴식으로 시력을 거의 회복하게 됐다.<br>
최 선교사와 가족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물 흘러가듯 선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경험했다.

오는 11월 말 방콕으로 다시 떠나는 최 선교사와 가족들은 이제 어떤 어려움과 문제가 다가오더라도 두렵지 않다.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물 흘러가듯 선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선교 역사가 오래됐음에도 기독교인이 1%가 되지 않는 강력한 불교의 나라 태국이지만,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믿고 사명을 따라 달려갈 때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펼쳐질 것이라고 최 선교사는 고백한다.

“사역자는 늘 부르심을 따라가잖아요. 5년밖에 안 된 초보 선교사지만 ‘그 길은 즐거운 길이요’라는 잠언 3장 17절 말씀대로 즐겁게 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방콕중앙교회도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제자훈련, 다문화가정 사역, 다른 한인교회와의 협력 등 돌아가면 할 일들이 많아요. 다가오는 성탄절에는 교인들과 함께 빈민가나 고아원을 찾아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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