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덕하여 따스함이 느껴지는 한국교회
상태바
후덕하여 따스함이 느껴지는 한국교회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1.11.16 0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생 목사/한국교회봉사단 상임이사

“김 목사는 성실하고 정직한데 사람이 좀 깐깐한 것 같아.” 어느 날 한 존경하는 목사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부드럽고 사람 좋아 둥글둥글하다고 자부해 왔는데 너무 뜻밖의 지적이자 평가였기에 한동안 그 의미를 곰곰이 새겨 보았다. 깐깐하다는 말은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사전을 찾아보니 “사람이나 그 행동, 성미가 까다로울 정도로 빈틈이 없고 알뜰하다”라고 되어 있다. 까다롭다. 까탈스럽다가 유의어로 검색이 되었다. 대체적인 의미는 “일이나 그 조건, 절차 따위가 복잡하고 미묘하여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어원은 인도에서 온 ‘까탈’인데 딱딱하게 굳어(固) 어렵고 힘든(難)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당혹스러운 것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여졌다는 점이다.

목사 안수를 받을 때 가까이 지내던 한 전도사님이 써 보낸 축하 편지에 “훌륭하고 똑똑한 목사님 말고 좋은 목사님 되시기를 기도합니다”라는 권면과 부탁의 의미를 지금까지도 되새겨 왔다. 설교 잘하고 성공한 목회자보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이지만 좋은 목회자로 기억되고 평가되기를 원해 왔다. 하지만 어느 분에게는 까탈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졌다는 데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까다로움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어려서부터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가면서 산전수전 겪으며 형성되어 가는 것일까? 타고난 점도 있겠지만 아마도 어떤 결핍을 느끼는 환경적 불안감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풍족한 환경과 넉넉한 조건 속에 있다면 사람은 더 여유로워질 것이다. 환경 자체는 넉넉하지만 욕심이 지나쳐 까칠한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확대해서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를 생각해 보았다.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인상은 어떨까가 궁금했다.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편안하고 후덕한 양상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무엇인가를 따지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나 공동체로 여겨지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의 사명같은 대면 예배를 드리지 못하다보니 코로나 정국에서 다른 종교들과 비교해서 가장 불편해하면서 소리를 내는 곳이 교회가 아닐까?

교회의 사명 못지않게 우리의 생존을 불안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나타나 우리 교회들이 더 까다로워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교회가 코로나로 인해 느끼는 불편함과 불안함을 해소하도록 그 결핍을 찾아 제도적인 지원책을 만들고 정부 또한 교회들의 미래가 불안하지 않도록 함께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의 위기로 결핍을 느끼고 불안해 한다고 모두가 까칠하지는 않다. 어떤 경우는 그 결핍을 계기로 겸손도 배우고 주어진 것을 헤아리며 감사로 나아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점차 조건을 갖추어 성공하면서 수혜자의 입장이 아니라 제공자의 입장에 서게 되면서 갑이 되는 경우에 우리는 까칠함을 경험한다. 을의 입장에 서지 못하고 갑의 입장에서 판단을 하고 자세 타령의 재판관이 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까다로워진다. 이때 우리는 <밥 굶기를 밥 먹듯 했다>거나 <금식기도와 철야기도를 매일 했다>면서 “라떼는 말이야!”를 강조한다. 결핍과 갑질이라는 두 상황이 우리를 잠식하지 못 하도록 기도해야겠다. 주님을 알든 모르든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우리가 주님을 닮아 넉넉하고 편안하고 후덕한 한국교회로 자리매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추워지는 계절에 따스한 교회가 더더욱 그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