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랑 안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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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랑 안 맞아요”
  •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 승인 2021.11.1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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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결혼 30년이 지난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 나랑 참! 안 맞아요~ 근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안 맞아요”라고 했다죠. 의정부에 있는 성만교회 한용준 목사님이 지난 10월 마지막 주를 끝으로 목회 33년의 마침표를 찍고 은퇴를 하셨습니다.

평생 한 교회에서 30년 이상 목회를 한다는 게 보통 일일까요?
평생 한 교회를 개척하고 그 교회에서 아름답게 은퇴한다는 게 보통 일일까요?
대한민국 목회자들 중에서 3% 미만의 목회자들만이 그런 영광된 자리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 목사~~ 근데 막상 그만두려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감사하고 행복한 여정이었던 것은 맞는데, 일순간 내 모든 기반이 무너져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내가 그동안 수고했다고, 여기저기 우리 여행도 다니자고 리스트를 스무개 넘게 적었었는데 다 치워버렸어요. 그리고 누가 내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니고, 새로 온 담임 목회자도 참~! 좋은 사람인데, 이게 내 스스로가 견디고 이겨내야 할 것들이 있더라구.”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그걸 ‘고독력’이라고 하는데요. 한용준 목사님은 홀로 그 고독력과 싸우고 계셨습니다. 사실 제가 한용준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 첫 번째 남자 부교역자이기도 했구요. 저보다 먼저 여자 전도사님으로 수고한 김은주 전도사님은 한 목사님과 33년을 함께 사역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부임해 갔을 때 저보다 먼저 계셨구요. 올해를 마지막으로 김은주 전도사님도 은퇴하신다 하더라구요.

그 김은주 전도사님 입에서 뜻밖에 말이 나왔습니다.
“저요~~ 한용준 목사님이랑 참~! 안 맞았어요. 안 맞아도 보통 안 맞는 게 아니었다구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33년을 충성스럽게 동역한 전도사님이 그 말씀을 하시니 믿어지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말씀하시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깔깔대고 웃었다 해요.

‘사명!’ 이게 김은주 전도사님 가슴에 있는 단어였을 거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부부가 30년 넘는 세월을 살아도 안 맞는다 하구요. 부모 자식 간에도 사실 잘 맞아서 재밌게 지내는 관계가 얼마나 되겠나 싶기도 합니다.

사명이 무섭습니다. 언제나 한결 같이 한용준 목사님 곁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동역하고 이제 은퇴하는 김은주 전도사님의 가슴엔 그 ‘사명’이 자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 사명이 오늘 한용준 목사님을 영광스럽게 은퇴하는 자리까지, 김은주 전도사님을 조용하지만 굳세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여기까지 오게 한 이유였을 거구요.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제 곁에도 저랑 참~! 안 맞지만 같이 살아주는 아내가 있고, 동역자들이 있을 터이니…. ‘저라도 착하게 살아야 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입니다.

의정부에 있는 성만교회 한용준 목사님이 지난 10월 마지막 주를 끝으로 목회 33년의 마침표를 찍고 은퇴를 하셨습니다.<br>
의정부에 있는 성만교회 한용준 목사님이 지난 10월 마지막 주를 끝으로 목회 33년의 마침표를 찍고 은퇴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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