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신탁’, 예언서 전체 14~15%에 달하는 중요한 예언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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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방신탁’, 예언서 전체 14~15%에 달하는 중요한 예언 형식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11.11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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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이는 오래 전부터 모압을 들어 하신 말씀이거니와” (사 16:13)

이사야 13~23장은 여러 이방 나라들을 꾸짖는 메시지로 구성되어 ‘열방을 향한 신탁,’ 혹은 ‘열방신탁’이라고 불립니다. 이러한 열방신탁은 호세아를 제외한 모든 예언서에 나타나며 분량상으로도 예언서 전체의 14~15%에 달하는 중요한 예언 형식입니다. 

열방신탁의 청중(수신자) 목록은 앗수르와 바벨론, 이집트를 넘어 블레셋, 모압, 암몬, 시리아, 에디오피아 등 예언자들의 당대는 물론 과거로부터 이스라엘과 교섭이 있었던 나라들을 두루 망라합니다. 

왕정 시대 예언자들이 이 나라들로 건너가서 그들에게 예언의 메시지를 전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요나처럼 외국(앗수르)으로 파송되어 이방인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요나서는 예언자의 메시지보다는 행적을 기록한 책이며 “앞으로 40일이면 너희는 다 망한다”라는 예언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언사 외에는 이렇다 할 예언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열방신탁이 애초에 듣지 않을 사람들을 향한 공허한 수사일 리 없습니다. 이방인들을 향한 메시지를 듣고 그 실제 청중인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들이 하나님의 경륜과 의도를 깨닫게 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모압의 파멸을 예언한 16장에 다윗 왕조의 영광이 함께 언급된 것이 좋은 예입니다. “다윗의 장막에 인자함(헤세드)으로 왕위가 굳게 설 것이요 그 위에 앉을 자는 충실함(에메트)으로 판결하며 정의(미쉬파트)를 구하며 공의(쩨데크)를 신속히 행하리라”(5절) 헤세드와 에메트는 가장 대표적인 하나님의 속성이며, 쩨데크와 미쉬파트는 하나님의 통치뿐 아니라 하나님의 위임을 받아 다스리는 왕들의 통치를 지탱하는 본질적 원리들입니다. 모압의 몰락을 조롱하듯 다윗의 왕권에 바치는 눈부신 찬미가 모압의 심판은 하나님 백성의 미래를 위한 포괄적 계획 속에 있습니다. 소돔 탈출의 트라우마, 금지된 관계에서 비롯된 불행한 출발에 더해(창 19장)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가나안 정착을 방해하고(신 23:4), 자신들에게 접근한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해 용하다고 알려진 발람을 고용해 주술로 저주했으며(민 22~24장), 결국 자신들의 영토인 싯딤에 주둔한 이스라엘 진에 여인들을 보내 이스라엘을 유혹하고 음행을 저지르게 한 것이 모압입니다(민 25:1~9). 이러한 죄로 인해 모압인들은 이스라엘의 총회 중에 드는 것이 금지되었고, 이사야를 비롯한 뭇 예언자들을 통해 심판의 메시지가 그들을 향했습니다.

그러나 심판 중에도 은혜의 역사는 이어졌습니다. 룻기가 바로 그 기록입니다. 이스라엘의 흉년을 피해 모압으로 이주했던 엘리멜렉의 가족과 국제결혼을 통해 맺어졌던 모압 여인 룻이 여호와 신앙으로 개종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나오미 곁을 지키겠다며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 어머니 백성이 나의 백성”이라는 충정의 고백을 합니다(룻 1:16). 룻의 이 헌신을 높이 산 보아스는 그녀의 행동이 자신의 이익보다 시모와 그 집안의 기업을 앞세운 충정(헤세드)의 행동이라 칭찬하면서 하나님의 인자하심(헤세드)이 룻과 함께 할 것을 기원해주고, 스스로 엘리멜렉 집안의 잃어버린 기업을 되찾아 그 대를 이어주는 헤세드를 실천해 보입니다. 결국 룻과 보아스의 결혼을 통해 얻은 아들 오벳에게서 이새와 다윗으로 계보가 이어졌습니다. 모압 여인이 메시아의 조상이 된 것입니다. 

조상의 죄로 인한 저주마저 풀어버리는 헤세드! 다윗 왕조의 영광은 바로 하나님의 헤세드와 그 하나님을 믿은 이들의 헤세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에게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이미 단죄받은 이방 나라들을 향한 심판의 메시지 속에도 구원의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것이 말씀의 놀라움이자 영광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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