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가능한 ‘여행’, 전도자들에게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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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가능한 ‘여행’, 전도자들에게 유용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11.11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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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 여행(3)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바울이 알고 있는 로마교회 성도 26명 가운데, 4분의 3정도가 동방에서 서방으로 이주한 자라는 사실은 그만큼 여행과 이동이 자유로웠고 그것이 그 시대 일상이었음을 보여 준다. 동방에서 서방으로 이주한 대표적인 인물이 ‘칭찬받는’ 이란 의미를 지닌 에배네도였다. 그러했기에 바울은 그를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께 처음 익은 열매”(롬 12:5)라고 말하고 있다. 처음 익은 열매란 첫 개종자라는 뜻인데, NIV에서는 ‘아시아에서 첫 개종자’(the first convert to Christ in the province of Asia)라고 번역하고 있다. KJV에서는 아시아가 아니라 아가야(Ackaia)로 번역하고 있지만 아가야 또한 아시아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

바울이 고린도에서 쓴 편지 로마서를 가지고 고린도에서 로마까지 전달한 이가 뵈뵈라는 여성이었는데, 로마까지 직선거리는 1,400km의 거리였다. 당시 육로와 해로 양자가 가능했지만, 선박을 이용한 해로 여행이 육로보다 값도 저렴하고 여행 시간도 짧았기 때문에 뵈뵈는 해로로 여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뵈뵈가 혼자 로마까지 갔을 수도 있지만 이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을 보면 남편 혹은 다른 이와 동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떠하든 한 여성이 이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점은 당시의 여행이 일부 특수한 계층의 특권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례 외에도 디모데는 데살로니가로(살전 3:2~6), 디모데와 디도, 그리고 두 사람의 이름을 알 수 없는 형제들은 고린도로(고전 4:17, 16:10, 고후 2:13, 7:6~16, 8:6, 16~24) 여행했고, 앞서 지적한 바처럼 바울은 당시 세계의 주요 도시들을 이동하면서 자신의 연장을 이용하여 자급선교를 할 수 있었다.

1세기 당시에도 국가 우편제도가 있었는데, 탁송한 우편물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 일정 거리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럴 경우 하루 25~30km (15~20마일)을 이동할 수 있었고, 말이나 노새가 전달할 경우 하루 이동거리는 40~50km(25~30마일)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제도는 로마제국 전역을 연결하는 도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도로는 군사적 목적 외에도 관이나 공공 기관 혹은 사적인 필요를 채워 줄 수 있었다. 특히 기독교 전도자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아브라함 말허비는, 초기 기독교의 신속한 확산은 몇 가지 외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는데, 그리스 언어와 문화의 급속한 확산, 로마의 도로 건설과 정치 행정체제, 로마군이 가져온 사회적 안정이 자유로운 여행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로마의 시인 호레이스(Horace, BC 65~8) 같은 작가가 볼 때는 1세기 당시 여행이 대중적이지 않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윌리엄 람제이(William Ramsay)는 “신약시대의 도로와 여행, Roads and Travel in the NT”(Hastings Dictionary of the Bible)이라는 글에서 “사람들은 사업을 위해서든 즐거움을 위해서든 로마제국 내에서 아무렇지도 않고 자신 있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여행을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었다는 점,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브루기아(Phrygia)의 한 상인의 묘비문에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여행이 가능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그의 묘비문에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로마를 72번이나 여행했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브루기아는 소아시아 내륙지방인데 여기서 로마까지는 1,500km 이상의 거리였다. 이런 먼 거리를 상업적 목적으로 수시로 여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당시의 자유로운 이동성(mobility)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된다.

여행은 모든 이들에게 가능했고, 특히 상인들이나 장인들에게는 흔한 일상이었음을 보여준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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