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청년 문화 : 셧다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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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청년 문화 : 셧다운제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1.11.09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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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shutdown制)’ 라는 법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을 국가가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법안입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여러 가지 허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로 법안 취지의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것이 이 법률의 취지임을 밝히는데, 청소년의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 게임이 유일할까요? 야간 자율학습과 사교육은 게임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방해했고, 각종 미디어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게임 외에도 수면을 참아가며 즐길거리는 많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면권을 위해 게임을 규제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둘째로 청소년 개개인들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어떤 학생은 일찍이 자퇴를 하고 또래 청소년들과 다른 생활의 패턴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또 어떤 친구들은 게임을 통해 진로를 위한 학습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이러한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야간에 게임하는 행위를 모두 ‘일탈’로 규정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중학생은 프로게이머로서 국제 대회에 출전했는데, 대회가 길어져 야간이 되자 셧다운제 때문에 강제적으로 접속이 중단 되어 대회에서 몰수패를 당했습니다.

셋째로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의조차 세우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오락적 요소를 즐기는 행위를 게임이라 규정했는데, 이 애매한 정의 덕에 모바일 게임은 법안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달리 말해, 컴퓨터 꺼지면 핸드폰 게임을 하면 그만인 상황입니다.

결국 2021년 8월 25일, 여가부와 문체부는 법안의 실효성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셧다운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법안은 ‘자녀가 게임하는 꼴이 얄미워 보였던’ 학부모들의 비합리적인 법 감정과 게임이라는 문화에 무지한 채 표심에 눈이 멀어 섣부른 입법을 한 입법부의 합작품이었기에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청소년/청년들의 문화가 탄압 받아 온 사례는 과거부터 있었습니다. 군사 정권 시절에는 만화책이 규제의 대상이었고, 그 뒤에 하이틴 스타들이 등장하자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이 한심한 행동으로 비추어지기도 했고 저의 학창시절 때에는 특정 음악의 장르를 듣는 것이 죄악시 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사례들의 공통점이라면, 해당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낯선 문화가 등장했을 때, 감각적인 거부감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문화에 대해 옳고 그름의 잣대를 부여할 땐 최소한 그 문화를 안과 밖에서 차분히 지켜 본 다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많은 젊은이들의 문화가, 원거리의 시선으로 평가 받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청년들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 문화를 함께 향유하며,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선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는 ‘존중의 태도’ 요즘의 청년들은 이것에 목말라 있습니다.

차성진 목사(글쓰기강사)
차성진 목사(글쓰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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