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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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잔치
  •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 승인 2021.11.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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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언젠가 아내와 같이 간 백화점 식품관 생선 코너였습니다.
조금 커 보이긴 했지만, 갈치 한 마리가 팔만 원이라고 쓰여 있었구요.
제가 깜짝 놀라서 “갈치가 저렇게 비싸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럼요 목사님~ 갈치 비싸서 우리 같은 가정주부들 쉽게 못 잡아요~”
가격을 보니 그렇겠다 싶었습니다.
갈치 한 마리가 팔만 원이면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가정주부들이 쉽게 살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닌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수요일 아침, 제주도 갈치 낚시 가신다던 최장문 장로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사님~ 갈치 좀 교회로 가져갈까요?”
“그럼요 무조건 갖고 오세요.”
“그런데 얼마나 되는데요?”
“제가 잡은 것과 조금 산 것 합하면 200마리는 될 겁니다.”
“무조건 다 가지고 오세요” 했구요.

수요일이 마침 어머니 기도회가 있는 날이라, 전화를 받자마자 담당 정순애 전도사님과 권사님들에게 전화를 드려 갈치조림을 해서 나온 분들에게 나눠 주기로 했습니다.
“목사님 지금은 무가 맛있는 철이라 무도 넣었구요. 감자하고 시래기도 충분히 넣었습니다.”
 교회 주방에서 커다란 솥 네 군데에서 끓고 있는 갈치는 보기만 해도 침이 돌았습니다.
자기 자식의 입으로 들어가는 건 아깝지 않은 법이죠?

수요 어머니 기도회에 나온 80여 명의 어머니들은, 이번에 6학년 딸이 예원학교 바이올린 전공에 합격해서 감사 떡을 해온 김소영 집사의 헌신과 제주도 갈치 200여 마리를 아낌없이 내놓은 최장문 장로님과 장명희 권사님 덕분에 뜻밖의 은총을 받은 날입니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갈치조림 포장을 받아가며 인사하는 성도들에게 제가~ “그럼요~ 맛나게 드세요~” 했는데요.
밤새도록 최장문 장로님은 갈치 잡아 오시고, 장명희 권사님은 그 갈치를 내어놓으시고, 저는 인사만 받고~ “참~~! 좋은 교회예요” 했습니다.

백화점에서 본 것보다는 약간 작았지만 그래도 두툼한 큰 갈치들도 제법 있었구요. 200마리의 갈치 때문에 한적했던 교회는 또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며, 우리 모두가 행복해하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교회는요~ 이런 작은 고마운 마음들이 모여서 큰 기쁨을 체험하는 공동체이기도 하구나” 하는 마음이 슬며시 들구요, 어머니 기도회를 나온 성도들도 고맙고, 그 성도들에게 큰 기쁨을 아낌없이 선물해 준 최장문 장로님과 장명희 권사님에게도 감사한 마음 가득한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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