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온 것은 도리어 섬기려 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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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 것은 도리어 섬기려 함이라”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1.11.0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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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시대, 한국교회 무엇을 회복해야 하나 ⑤ ‘디아코니아(봉사)’


디아코니아, 사랑의 마음으로 대상을 주인처럼 섬기는 것
환경을 탓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봐야

 

한국교회가 진정한 섬김과 봉사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섬김의 본이 되신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다일공동체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수칙과 봉쇄조치들로 사회적 관계들은 단절됐고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닫혀갔다. 위기 상황에서 나와 가족의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고 남을 돕거나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행동은 나중으로 미뤄졌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약자들은 당연히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놀라운 부흥과 성장의 역사를 경험한 한국교회는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 대표적인 종교기관으로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를 쌓아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교회의 위상은 서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교회의 위기를 가속화시켰다. 예배와 친교, 교육과 전도를 포함한 교회의 모든 사역이 크게 위축됐으며 섬김과 봉사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모두가 고대하던 위드 코로나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상으로의 회복은 아직 먼 이야기 같지만, 코로나를 핑계로 미뤄왔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볼 수 있게 됐다.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고 말씀하시며 스스로를 ‘섬기는 자’로 규정하셨던 예수님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어떻게 바라보실까. 따뜻했던 마음이 적잖이 식어버린 우리는 다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 수 있을까.

디아코니아의 진정한 의미
학창시절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피켓을 들고 있거나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을 도왔던 기억,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봉사’를 불쌍한 사람을 돕는 자선 행위, 혹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의무나 책임 정도로 여기곤 한다. 누군가를 돕는다고 하면서 도움을 받는 대상의 필요에는 관심이 없고 낮은 곳에서 ‘섬기는’ 것보다 높은 곳에서 ‘베푸는’ 것에 더 익숙하다. 교회와 성도는 어떠한가.

신약성경에서 봉사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 ‘디아코니아(διακονία)’는 헬라어로 ‘섬김’을 의미한다. 그 어원은 ‘식탁에서 시중을 드는 행위’라는 뜻으로, 종의 자리에서 주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과 같은 최상의 섬김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종은 주인에게 은혜를 받음으로써 주인을 향한 자발적인 봉사, 절대적인 충성심에서 나오는 섬김을 보여낸다. 즉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그 대상을 주인처럼 섬기는 것, 이것이 바로 디아코니아이다.

목회의 본질로서 디아코니아 사역을 한국교회에 전파해온 디아코니아연구소장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기존 사역의 잠정적 중단 또는 축소를 야기하고 교회가 사회를 섬기는 것에 여러 걸림돌을 주었다”면서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안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김 목사는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의 찾아가서 낮아지심, 그 낮은 곳에서 약자들과 찾아가서 함께하심, 그리고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외면당하던 가난한 자, 병든 자, 죄 있는 자들을 찾아가서 고쳐주심,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범하신 진정한 디아코노스의 모습”이라며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모범에 근거하여 교회와 성도가 보이는 섬김이 바로 디아코니아”라고 정의했다. 교회의 섬김과 봉사는 예수님이 보여주신 그것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보다 마음으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20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사회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종교기관’에 대한 응답에서 기독교가 1위를 차지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교회 구석구석에서 묵묵히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참된 교회들이 여전히 많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한국교회의 전반적 신뢰도’는 큰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교회의 디아코니아가 진정성 있는 모습보다는 의도적이거나 이중적인 모습으로 보여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봉사단 상임이사 김종생 목사는 “코로나19로 교회의 사회봉사 사역이 움츠러들었음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60~70%를 민간복지, 즉 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회를 향한 인식이 부정적인 이유는 교회가 인적, 물적 자원을 사용하는 목적이 수혜자의 필요가 아닌 교회의 성장이나 이익을 위함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라고 진단하며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의 접근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애로와 고충에 관심을 갖고 교회를 향해 요청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교회가 진정한 섬김과 봉사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섬김의 본이 되신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김동배 이사장(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은 “교회가 자원을 동원해 만든 프로그램에 교인들이 수동적으로 참여만 하는 것은 진정한 봉사라고 할 수 없다”라며 “봉사‘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인들에게 섬김의 마음과 봉사 정신이 함양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회자와 지도자들의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지·여·작·할·나”는 “지금부터, 여기부터,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를 줄여서 만든 다일공동체의 표어다. 매일 7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여온 다일공동체의 ‘밥퍼’ 사역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들은 나눔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인원제한으로 무료급식이 어려워지자 도시락 배달로 전환했고,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됐을 땐 일주일치 식량을 키트로 제작해 배포했다. 최근에는 바로 먹어야 하는 밥보다 보관과 휴대가 쉬운 빵을 구워서 나누는 ‘빵퍼’ 사역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섬김과 봉사에 주춤했던 교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행보다.

다일복지재단 사무총장 손민준 목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뿐만 아니라 후원자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사랑을 말로만 아닌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사역을 계속했다”면서 “위드 코로나시대에도 교회는 여전히 위축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며 환경을 탓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한편 한국디아코니아목회연구소 김윤기 박사(호서대학교)는 “교회는 지역사회 안에 존재한다.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교회는 지역사회와 교감하고 상호 소통해 나가야 한다”며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는 교회는 지역사회를 사랑으로 섬겨야 하며 지역 공동체와 상호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그 필요에 응답해야 할 사명이 있다”라고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답하는 디아코니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또 “교회의 선한 사랑의 섬김은 세상에서 가장 능력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교회가 지역사회 안에서 선포하는 구원의 메시지를 변화된 삶의 방식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그 메시지를 듣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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