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도로, 선교여행에 유용… 바울도 복음 들고 여러 곳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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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도로, 선교여행에 유용… 바울도 복음 들고 여러 곳 이동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11.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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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 여행2

로마시의 도로 사정은 어떠했을까? 프랑스의 제롬 카르코피노의 연구에 의하면, 티투스(Titus, 79~81) 황제 시절 로마의 길과 도로는 85Km 정도라고 한다. 로마의 도로 교통사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그가 말하는 이 85Km라는 통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로를 말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으나 비아(via)라고 불리는 도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마의 도로 가운데는 보행자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 이티네라(itinera), 가축이 끄는 짐수레나 가축 짐차들이 다닐 수 있는 보다 넓은 악투스(actus), 단순한 골목길 안기포르투스(angiportus), 오솔길이라 할 수 있는 세미타(semita) 등이 있었고, 두 대의 짐수레가 다닐 수 있는 보다 넓은 도로를 비아(via)라고 불렀는데, ‘비아’라고 불릴 수 있는 길로는 비아 사크라(via sacra)와 비아 노비(via nova)가 있었다고 한다. 성벽문들과 14개 지역 경계선 사이에 이런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다른 도로가 스무개 남짓 있었다고 한다. 로마시에서 다른 이탈리아 도시로 연결되는 도로로는 아파아 가도(街道), 라티나 가도, 오스티아 가도, 라비카나 가도 등이 있었다. 이 길들은 보통 4m 80cm에서 6m 50cm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카르코피노의 견해와는 달리 도로 사정이 아주 좋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도로가 여행과 이동을 용이하게 해주었을 것이다.

사도행전을 보면 바울은 로마제국의 주요 도시를 방문하고 그곳에 교회를 설립하였다. 그의 동역자들 또한 여러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하였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여러 차례에 걸쳐 본도에서 로마로, 고린도로 에베소로 이동했고(행81~3, 18ff.), 루디아는 두아디라와 빌립보 지역(행16:14)을 순회했다. 1세기 당시 바울만큼 먼 거리를 여행하고 이동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로날드 학(Ronald Hock)은 사도행전에 근거하여 바울이 일생동안 여행했던 거리를 산출하였는데 약 1만 마일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는 16,100km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호주의 메멋 타스리알란(Mehmet Taslialan)의 연구에 의하면 바울이 이동했던 거리는 약 2만km에 달한다고 말한다. 지구 둘레의 절반 거리에 해당한다. 

바울의 동역자들 가운데는 특별히 선교를 위해 여행하기도 했으나, 다른 사적인 목적으로 여행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웨인 믹스는 바울 당시의 사람들은 그 이전 시대의 어떤 나라의 사람들이나, 19세기 이전 시대의 어떤 사람들보다 용이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이동성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것이 로마제국의 도로 체계였다. 제국의 가장 중요한 2개의 고속도로 등 공공도로(common route, koinē hodos)는 당시의 편리한 도로사정을 대변해 준다. 비록 그것이 군사적, 경제적 이유에서 건설된 것이라 할지라도 여행과 이동의 수단이 되었고, 대도시 중심의 기독교 운동이 중소도시로 확장되어 갈 수 있는 외적 요인이 되었다.

신약시대의 빈번한 여행과 이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문인 로마서 16장을 보면 로마교회 성도 26명의 이름이 나온다. 바울은 로마를 방문한 적이 없지만 이 교회 성도들 26명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름을 거명하지 않는 두 사람, 곧 루포의 어머니(16:13), 네레오의 자매(16:15)도 알고 있었음으로 사실상 바울은 로마교회 성도들 가운데 28명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이들을 알게 되었을까? 이들은 동방지역에 살다가 서방, 곧 로마로 이주한 이들이었다. 26명 가운데 4분의 3 정도가 서방으로의 이주자인데, 에베네도(16:5), 안드로니고와 유니아(16:7), 아굴라(16:3), 암블리아(16:8), 스다구(16:9), 아벨레(16:10), 헤로디온(16:11), 버시(16:12), 블레곤, 바드로바, 허마, 아순그리도(16:14), 빌롤로고, 올름바(16:15) 등이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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