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한 사람이 그리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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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설교] 한 사람이 그리운 시대
  • 배석찬 목사
  • 승인 2021.10.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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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찬 목사/신일교회 담임

몇 년 전, 빅토르 위고의 최대 걸작인 ‘레 미제라블’ 뮤지컬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장면, 쟝발장을 거머리같이 집요하게 추적하며 그가 과거 탈옥범임을 밝혀 파멸시키려고 하는 쟈베르 경감이 총살의 위기 앞에 서게 됐을 때, 경감의 사형을 중지시키고 오히려 그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는 장면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쟈베르 경감은 쟝발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야말로 나를 가장 죽이고 싶을 텐데 왜 살려주는 겁니까…?”

그때 장발쟝이 나직이 대답합니다.

“이 세상에는 넓은 것이 많이 있소. 바다가 땅보다 넓고 하늘은 그 땅보다 더 넓소. 그러나 그보다 더 넓은 것이 있지요. 그것은 바로 용서라는 관대한 마음이오…”

차갑고 냉혹한 쟈베르 경감의 가슴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고 가슴을 열게 한 것이야말로 하늘보다 더 넓은 마음, 바로 용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쟝발장의 그 아름다운 마음이 흘러온 곳이 있었습니다. 감옥에서 출소한 후 오갈 데 없는 그에게 따뜻한 식사와 숙소를 제공해 준 은혜를 져버리고 촛대를 훔쳐 달아나던 쟝발장이 경찰에게 붙잡혀왔을 때 “형제여, 여기 있는 쟁반도 주었는데 왜 가져가지 않았소?”라며 그를 감싸준 미리엘 신부의 사랑의 울림이었던 것입니다.

예레미야 5장 1절에는 한 사람을 찾는 하나님의 구인광고가 나옵니다.

“너희는 예루살렘 거리로 빨리 다니며 그 넓은 거리에서 찾아보고 알라 너희가 만일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하리라”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한 사람은 공의를 행하며 진리를 찾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레미야는 그 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그 한 사람은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학식이 높고 덕망있고 부유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민중도 아닙니다. 정직하고 진리를 따라 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교인의 수가 아무리 많아지고 교회당 건물이 많아진다 할지라도 결코 이 세상은 변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변화될 수 있는 길은 바로 이런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미가서 6장 8절에 보면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정의는 정의로운 사람이 말할 때만 살아 움직이며, 불의한 사람이 정의를 말하면 정의는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맙니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말하고, 겸손한 사람만이 겸손을 말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너희는 내게 나아와 겸손과 온유를 배우라”고 하셨던 그 예수님을 닮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한 사람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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