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이야기 좀 편하게 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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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이야기 좀 편하게 하면 안 될까요
  • 염평안 대표
  • 승인 2021.10.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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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평안 대표 / 히스킹덤뮤직·작곡가

얼마 전 한 지역 교회에서 제가 속한 히스킹덤뮤직 전체를 초대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한 둘이 아니라 7명이 함께 하는 공연이고, 엔지니어와 스텝이 동행해야하는 집회였습니다. 이렇게 단체로 가는 건 저희가 꼭 해야 한다거나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경우가 아니어서 이럴 경우는 페이를 좀 정해야겠다 싶어서 무리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격을 책정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담당 목사님께서는 교회에서 책정된 사례비는 제가 말씀드린 페이의 절반 가격이어서 팀에서 상의해본 후 공연 가능 여부를 ‘편하게’ 결정해서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최저시급 정도에 주유비가 포함된 금액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일을 하는 친구들은 일을 빼고 와야 하는 스케줄이어서 더더욱 고민하다가 이렇게 단체로 가는 건 아무래도 힘들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사실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이기도 하고 카톡으로 말씀드릴 수도 있었는데, 도저히 그럴 내용이 아닌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목사님도 이해해주셨고 친절하게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무슨 죄 지은 자처럼 떨리기도 하고 긴장도 하면서 전화를 했던 것 같아요.

아! 돈 문제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제가 이끌고 있는 팀 ‘같이걸어가기(임성규+조찬미+염평안)’도 사례비를 정해놓고 사역을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찬양사역자’ 분들이 사례비를 정해놓지 않고 사역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길 걸어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페이나 사례비 없이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얼마를 주시든 감사한 마음으로 사역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페이를 물어보시는 분들께는 초대하시는 교회들이 평균적으로 주시는 페이를 말씀드리기도 하는데, 가끔은 상식적이지 않은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상하기도 합니다. 

그냥 저는 이 문제가 좀 더 상식적이고,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초대나 섭외를 할 때는 페이가 많든, 적든 먼저 페이를 이야기했으면 좋겠고, 이러한 것들을 좀 더 편하게 물어보고 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교회든 방송이든 선교단체든 상관 없이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나 단체도 나름의 사정이 있으므로 사정을 나누고 서로 조율해가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돈 자체를 언급하는 것이 마치 ‘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는 시선들이 조금 사라졌으면 좋겠고요. 

더 나아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사례비를 정해놓고 사역을 하는 분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가격으로는 힘들다는 얘기에 상처받지 않고 서로의 사정과 아픔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문화가 한국교회에 자리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많은 교회와 선교단체들에서 이미 이런 문화를 만들어가시는 것들을 확인하고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 이런 것들이 어색하고 불편한 분들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사랑과 배려, 예의가 있는 문화들이 기독교 문화 안에서 잘 뿌리내리면 좋겠습니다.

염평안 대표 / 히스킹덤뮤직·'요게벳의 노래' 작곡가
염평안 대표 / 히스킹덤뮤직·'요게벳의 노래'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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