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제자도와 가볍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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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제자도와 가볍게 살기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21.10.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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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우리는 우리의 믿음이 통하지 않는 현실을 종종 자책한다. 우리의 삶이 미치는 선한 영향력은 줄어들고, 믿는 이들의 현실 인식이 심히 염려되고 실망하게 되는 때도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우선해야 할 사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창조 때 우리에게 부여된 땅을 경작하고 돌보는 일이다. 그 사명을 이루려면  지구와 지구상 생명들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그들 생명 하나하나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비록 지구상 생명들의 생존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하나님의 창조물을 돌봐야 하는 이유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그들을 좋다고 하셨고 그들을 지금도 사랑하고 계시기 때문에서다. 창조주 하나님은 물론 그가 지으신 창조물에 대한 우리의 사랑 때문이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면 하나님의 창조물에 늘 깨어 있으면서 그를 환영할 줄 알아야 한다. 일상을 살면서 하나님이 주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없어도 되는 것이라면, 의도적으로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한동안 3R(Reduce, Reuse, Recycle)을 쓰레기 문제 해결의 최선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2050년까지 순 제로를 이루되 2030년까지 50%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니, 좀 더 줄이려면 사용 자체를 줄이고 나서 재사용 하고 또 재활용해야 한다.

요사이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기후위기를 예측해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실감한다. 상황이 위급하니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기후 재난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의 공간과 아름다운 산과 바다에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 우리가 무엇에 저항하고, 또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명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주님은 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제자 된 자로서의 삶에 진지하게 임하라’고 부르고 계시다는 것이다. 제자 된 자로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이 만드신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창조의 은총과 구속의 은총을 입은 제자가 지켜야 할 도리요, 제자도의 기본이다. 기본만 해도 그리스도인의 인격을 실제 삶으로 아름답게 꽃피워낼 수 있으며, 그로써 많은 사람이 감동하여 세상은 변화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구에 끼치는 피해가 줄면, 지구는 물론 우리 자신에게 쌓이고 있는 스트레스와 불안도 줄어들 것이다. 물건을 덜 사고, 여행도 덜 하며, 때때로 고요히 머물러 창조된 존재로서의 기쁨을 즐기는 것은 우리는 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도 가벼이 할 수 있다. 물론 일회용품과 일회용품이 주는 편리함은 쉬이 포기되지 않는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년 동안 재사용할 수 있는 자신의 컵이나 텀블러를 준비하거나, 테이크-아웃 하는 음료를 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하는 물건 중 하나를 정해 같이 보낸 시간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랜 동안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창조에 깨어 그 물건으로부터 자유하게 하고, 필요 이상의 것에 연연하지 않게 도울 것이다. 때론 필요한 것도 매일 쓰는 것이 아니라면 구입하기 전에 이웃과 공유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고, 고장이 나더라도 수리 수선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물건과 연결된 생명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새처럼 가볍게 살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창조의 부르심을 입은 제자로서 기본에 충실함으로 하나님의 생명을 사랑으로 돌보게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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