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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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란 무엇인가
  • 이준일 교수
  • 승인 2021.10.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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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일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정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공정은 이미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보편적 가치로 확인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지금 이 시대에 한국사회에서 공정이 주목받는 것일까.

공정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기회의 평등으로 이해된다. 애초에 기회부터 박탈하는 차별은 공정의 부정이다. 출발 조건이 다르고 진행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 반드시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결과의 평등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고 이를 위해서는 과정에서의 특별한 고려와 결과에서의 일정한 조정이 필요하다.

장애인이나 사회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쿼터제 할당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정책을 적극적 조치(positive action) 또는 잠정적 우대조치로 부르는데 이것을 이른바 역차별이라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가 불공정한 사회인 것이다.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흔히 금수저 또는 흙수저로 표현되는 부의 대물림 혹은 빈곤의 대물림을 억제하는 것도 단순히 경제적 약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진정시키는 것을 넘어 기회의 평등을 지나 결과의 평등에까지 이르는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사유재산제를 바탕에 두고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핵심적 가치인 시장경제질서는 경쟁을 기본원리로 삼는다. 모두가 잘 사는 발전된 사회를 위하여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쟁은 공정한 사회의 필수적 조건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자유로운 경쟁에 제3자가 개입하여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 되는 것이다.

경쟁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공정한 경쟁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규칙은 오로지 실력에 따라서만 순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정해진 규칙을 위반하거나 선천적 능력과 후천적 노력의 결합으로 볼 수 있는 실력 외의 요소들이 개입되는 순간 그 경쟁은 불공한 것으로 변한다. 치열한 경쟁의 과정에서는 오로지 능력이 있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에 대한 배려는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다운 공동체를 위하여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도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특정한 사회에는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을 지도하는 다양한 규칙 원칙 규범 들이 존재한다. 공정은 이러한 규칙들의 집행과 적용을 지배하는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

굳이 법치주의라는 거창한 이름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다양한 규칙들 가운데 법 규범은 강제력 관철능력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가 합의하고 이를 반영하여 대표가 결정한 다양한 형태의 법규범이 존재한다.

한국사회의 불공정은 원래 적용받기로 예정된 모든 사람들에게 법규범이 동일하게 집행되거나 적용되지 않는 것 차이가 없는데도 사람마다 집단마다 다른 법규범이 집행되거나 적용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차별 없이 법이 집행되고 적용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고 이러한 법의 집행과 적용 과정에서 부패나 연고주의로 오염되지 않는 결정이 지배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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