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물었다…“교회가 왜 필요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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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물었다…“교회가 왜 필요하냐”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10.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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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위드 코로나시대, 한국교회 무엇을 회복해야 하나 ① 예배의 본질 회복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가 예고된다. 교회는 이 시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한국교회가 어떻게 하면 본질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가 예고된다. 교회는 이 시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한국교회가 어떻게 하면 본질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안일한 예배관과 교회관을 탈피해야
‘주일성수’의 참된 의미 돌아볼 기회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백신 접종률 70%를 넘어서게 될 이달 안에 ‘위드 코로나’에 시동을 걸면서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완화 조치를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는 기존엔 철저한 거리두기로 방역 기조를 유지했다면, 사망률을 낮추고 중증 환자 케어에 집중하는 등 코로나19와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영국이나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은 거리두기와 방역지침을 완화하고 ‘위드 코로나’를 시행중이다. 

방역당국이 밝힌 것처럼 ‘위드 코로나’는 거리두기를 폐지하는 것과는 분명 거리가 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행 거리두기 방침이 제한하던 많은 영역에서 더욱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지고, 멈췄던 모임들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교회들도 ‘위드 코로나’ 시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행 거리두기 4단계 아래에서 예배당 출입이 강력하게 제한되고 소모임이 금지됐던 만큼,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신앙활동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찬 전망도 나온다.

교회는 ‘위드 코로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교회의 5대 기능인 예배와 친교, 교육, 전도, 봉사의 영역과 관련하여 한국교회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코로나를 교훈 삼아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알아봤다.

예배가 무엇인지 원칙부터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5살 아들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A씨 가정은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이후 다시 비대면 예배를 드려왔는데 뜬금없이 아들이 “교회가 왜 필요해요?”하고 질문을 던져온 것. A씨는 순간적으로 “당연히 필요하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곳이니까”하고 답했지만, 충분한 답이 됐는지 알 수 없어 한참 동안 찝찝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믿는 가정’에서 자란 탓에 교회는 당연히 필요하고, 주일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당연히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온 그와 달리 자녀들은 비대면 예배가 당연한 상황에서 자라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여전히 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심각한 확산세에도 섣불리 예배당을 열고, 코로나 이전 상황처럼 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더 큰 어려움으로 돌아올 수 있다. “예배당이 왜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성도들이 정확하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이제는 교회가 안일한 예배관과 교회관을 탈피해야 한다. 

예배설교학자 정장복 명예교수(한일장신대 전 총장)는 “아직도 상당수의 교회가 예배의 고유한 특성이나 기본적인 규칙을 모르고 예배라는 이름만 따르고 있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성도들은 자신이 몸담은 교회의 목사가 예배라는 이름만 붙이면 아무런 분별없이 맹종하면서 ‘아멘’을 연발한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목사의 말만 따르는 것을 최상의 예배 행위로 여긴다”면서 “아무 데서나 찬송가 부르고 기도하고 설교만 있으면 예배가 된다고 생각하는 성직자들이나 성도들에게 예배의 대상을 비롯하여 예배의 원칙과 규칙과 내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싶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위드 코로나는 ‘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뜻의 ‘주일 성수’라는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할 기회인지 모른다. 단순히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정도의 문제의식에서 그쳐선 안 된다는 뜻이다. 주일에 정해놓은 시간의 예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일종의 행사처럼 장소적 공간을 ‘교회’라 부르면서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혹은 “교회에 예배를 보러”갔던 것은 아닌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라
그런가하면 위드 코로나는 교회마다 온라인 예배를 거두어들이고 과거처럼 ‘대면 예배’로 회귀할 것인지, 아니면 두 종류의 예배 형태를 지속할지 결정할 좋은 모멘텀이다.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든, 폐기하든, 온라인만을 선택하든 핵심은 이것이 ‘예배’로서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는 “마냥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회귀만을 고대할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도모해야 한다”며 “예배를 드리는 교인 수가 줄어 재정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관건은 예배의 본질을 되살려 대전환을 감행할 수 있는지에 있다”고 말했다. 

지 목사는 특히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자정 능력 부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지적하면서 “재난 상황 속에서 자체의 병약한 구조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그 한계는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교회적 대처를 논하기에는 한국교회의 코가 석자”라고 분석했다. 

장신대 최진봉 교수(예배학)는 “위드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했다 하더라도 교회의 예배 상황은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전망하면서 “거의 2년을 현장이 아닌 곳에서 예배할 수 있다는 것을 교인 대부분이 경험적으로 알게 됐다. 이제는 교회들이 새로운 현실을 수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예배당이나 정해진 시간으로서의 주일의 의미가 폐기됐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물리적 상징을 통해 보이지 않은 세계를 누리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 욕구다. 그렇기에 물리적 공간으로서 예배당은 여전히 중요하다. 십자가와 성경뿐 아니라 모여있는 성도들 그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로서 상징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만큼 모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지 않아도 늘 있는 고향처럼 돌아갈 공간과 지켜지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든든함과 소속감을 준다”며 “위드 코로나 시대의 예배당은 기독교 신앙의 가장 중요한 상징들이 집약된 공간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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