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기관 통합 위해선 “이단문제부터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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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관 통합 위해선 “이단문제부터 해결하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10.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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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한기총에 이단 명단 전달
지난달 29일 3번째 통준위 모임
한교연 대표들과도 첫 번째 회동
한국교회총연합 기관통합준비위원회 제3차 모임이 지난달 29일 한교총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한국교회총연합 기관통합준비위원회 제3차 모임이 지난달 29일 한교총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보수 기독교연합기관의 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한교총-한기총-한교연의 물밑 만남이 계속 되고 있다. 연합기관을 통합해야 한다는 대명제 아래 큰 틀의 합의를 위한 조건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총연합은 한기총에 이단문제의 선 해결을 주문했고, 한국교회연합은 한교총 내 진보 교단과는 함께 가기 힘들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합에 가장 적극성을 띠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선 통합 후 조치’를 고수하는 모양새다. 

연합기관 통합 논의의 중심에 있는 한국교회총연합 기관통합준비위원회(위원장:김태영 목사, 통준위)는 지난달 29일 한교총 회의실에서 3차 회의를 열고 진행사항을 점검했다. 통준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선 이단문제 해결, 후 연합기관 통합’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지난 2차 회의에서도 한기총 내의 이단 관련 인물들에 대한 해결 없이 통합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통준위는 회원 교단들에 협조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들은 공문에서 “한국교회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이비이단과 금권선거 문제를 일소하여 한국교회 하나 됨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도로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통준위 대변인 지형은 목사는 이같은 사실을 설명하면서 “한기총에 요청에 따라 한교총 소속 교단의 이단 관련 결의 자료를 한기총에 전달했다. 한교총은 열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대화하고 있으며 한교연과도 의지를 갖고 통합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형은 목사는 또 “각 교단이 정기총회를 통해 신임 총회장을 선출한 만큼 조만간 신임 총회장들로 구성될 상임회장단을 소집해 기관 통합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할 방안”이라며 “10월 31일까지 진정성을 가지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교총은 또 같은 날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교연과 첫 번째 공식 만남을 가졌다. 한교총에서는 통준위 위원들과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가 자리했으며, 한교연에서는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와 전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사무총장 최귀수 목사가 배석했다. 양측은 1시간 30분 가량 대화를 갖고 연합기관 통합의 당위성을 확인했다. 양측은 각각 두 명의 대화위원을 선정해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차기 모임은 한교연에서 초청하기로 했다. 

한교총 소속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회원 교단과 단체에 대한 명단을 전해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기총은 일단 난감한 상황이다. 현재 한기총 임원 중 성실하게 회원의 의무를 다하는 교단과 단체가 한교총 이단 명단과 상당 부분 중복되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애초 ‘선 통합 후 이단문제 해결’을 요청해왔다. 조건 없는 통합 후에 회원 교단의 후속 논의로도 이단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교총이 이단에 대한 책임있는 해결을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양측의 대화가 얼마나 진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단문제 해결과 더불어 연합기관 통합에 걸림돌은 또 있다. 차기 대표회장들이 거머쥘 기득권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교연의 경우 차기 대표회장에 내정된 후보가 있고, 이미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이단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교연은 오히려 한기총 임시대표회장의 ‘대표성’ 문제와 진보적 색채를 보이는 한교총 회원 교단에 대한 목소리를 더 높이는 모양새다. 양 단체에 한 가지씩 조건을 내걸면서 사실상 통합 가능성을 먼 발치에서 관망만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교총 내부에서도 해결이 요원한 ‘이단’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차기 대표회장 그룹의 야심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교총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3명의 대표회장 자리를 3개 교단이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통합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결국 한국교회의 대통합을 위해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결단이 없이는 하나됨에 도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차기 한교총 대표회장 순번인 예장 통합 총회장 류영모 목사는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수 연합기관 통합에 대해 “한교총과 한기총, 한교연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이 우리 교단의 분명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단이 회원으로 들어오거나 금권선거, 불법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연합을 하려다 다시 분열이 발생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보수 연합기관이 하나가 되는 어마어마한 작업을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귀한 일일수록 천천히 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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