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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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아 같이 살자
  • 정석준 목사
  • 승인 2021.09.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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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131

“찬송하지 마세요.” 형제들이 모여 예배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린 소리다. 헐레벌떡 가파른 언덕길을 달려 올라온 묘지기는 붉은 얼굴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성묘객이 몰릴까 하여 일찍 출발해 몇몇만이 산에 올라 있었고, 산중턱에 위치한 아버지 묘소는 정말 쾌청한 날씨에 아주 깨끗한 바람이 불어, 모여 예배드리지 말라는 수칙을 잊게 했다. 이년 전 방역을 핑계로 교회 예배를 감독하러 나온 공무원과 상당한 시비가 있었던 경험으로, 사뭇 측은지심의 마음이 생겨, 아쉬운 하산의 발걸음으로 흥분한 마음을 달랬다.

1970년대 미국평화운동의 구심점이 되는 역할로 세계적인 히트를 했고,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불렸던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이 있다.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Ono Yoko)’와 공동 producing하여 빌보드 싱글차트에 올랐던 노래다. “국가라는 것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Imagine there’s no countries) 그건 어려움도 아니죠(It is not hard to do). 언젠가 당신도 동참하길 바라요(I hope someday you’ll join us).” 가사의 부정적 의미 때문에 최악의 팝송이라는 평도 있는 이 노래를, 일본인들은 왜 선택했는지 알 듯 모를 듯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애창하던 곡이지만 사실 가사의 내용을 파악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다만 ‘비틀즈’의 노래들이 그러하듯, 멜로디가 좋아서 뜻도 모르고 외워서 엄청 좋아했을 뿐이다. 신의 존재와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무정부주의의 세계를 상상했던 그의 생각은 결국 인간 세상을 억압하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유토피아였지만, 그런 세상을 보지 못하고 죽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세상은 우리 앞에 없다.

코로나 와중에 우리가 얻어낸 ‘비대면 예배’라는 것은 기상천외하다. 소용없는 일이지만 교회 스스로자 자처해냈다는 자괴감이 든다. 이 지극히 과학적이고 상식적인 말을 성경적으로 무너뜨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정해놓은 대로 고개를 숙이며 따라가는 모습은 신앙이 아니다. 역사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 세상 경영 속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믿음이다. 교회가 역사를 바꾸려하면 할수록 세상에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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