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그리고 천로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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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그리고 천로역정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9.14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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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천로역정. 최철규 작가가 6년간의 사투 끝에 지난 2019년 발표한 이 작품은 그해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최 작가를 처음 만난 건 8년 전이었다. 기독교 웹툰 관련 아이템에 소개할 작가를 찾고 있었는데 기독 포털 갓피플에 ‘유명 만화가 이현세의 수제자’가 연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취했다. 당시 그는 기독 만화를 그리는 동시에 ‘이현세 삼국지’ 작업을 돕고 있었다. 기독 만화만 그려서는 생계가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조만간 ‘만화 천로역정’을 그릴 거라고 했다. 2년여가 흘러 다시 연락이 닿았는데 계획대로 천로역정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작업에 필요한 돈을 대기 위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는 또 한 번 이사해야 했다. 초등학생이던 딸도 전학을 가야 했다. 두 번의 이사 끝에 작품이 완성됐다.

그는 “작품이 잘 될지 안 될지는 주님이 하실 일”이라며 “잘 안되면 시골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힘들게 그린 작품인지 잘 알기에 작품이 잘 팔리길 간절하게 바랐다. 감사하게도 작품은 날게 돋친 듯 팔렸다.

다시 2년이 흘렀다. 그의 신앙 이야기가 담긴 책 ‘나의 길, 나의 천로역정’이 최근 출간되어 취재차 그를 만났다. “생활은 좀 나아졌느냐”는 질문에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지방으로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것. 작품을 통해 소득을 얻었지만, 전세값 상승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참담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건강도 모든 육체의 즐거움도 다 포기하고 얻은 결과가 이런 것인가. 또 한 번의 전학을 가야하는 최 작가의 딸 의인이가 눈에 밟혔다.

그런데 최 작가는 의연하다. “천로역정을 그리는 작가가 등 따숩고 배부르면 되나요. 하나님은 제가 순례자의 길을 걷길 원하시는 것 같아요.” 

그가 그리고 있는 만화 천로역정 2부가 어떻게 완성되어 갈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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