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위로보다 마음부터 이해하고 돌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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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위로보다 마음부터 이해하고 돌봐주세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9.0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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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자를 위한 자살예방 가이드 (중)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조성돈)가 발간한 ‘교회와 목회자를 위한 자살예방과 정신건강 상담가이드’를 바탕으로 목회자들이 목회 현장에서 자살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살펴보고 있다. 
교인들은 정신질환을 숨기거나 표현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목회자는 이런 문제를 가진 교인들을 상담할 때 신앙적 차원에서 주로 상담하려고 할 수 있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목회자와 교회는 한 영혼의 아픔, 고통에 대해 겸손한 마음으로 접근하고 회복과 치료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주요 심리적 문제들에 대해 알아보면서 목회적 차원에서 돌봄 방안을 검토해본다. 

배우자와 사별한 교인
평생을 같이 살아온 배우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경험은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겪게 한다.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고 신체적인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사별 충격을 겪은 직후에는 극도의 탄식과 당황, 죄책감과 고통을 겪고 상실감 때문에 분노와 신앙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체념의 시간을 맞을 때에는 자신을 고립시키는 시간을 갖게 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슬픔이 작아지고 새로운 시작으로 할 수 있다.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슬픔을 경험한 사람의 기분을 받아주며 그 자리에 함께 있어 주는 것이다. 충격 때문에 일어나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교인들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주고, 공감되지 않는 진부한 표현으로 위로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목회자는 장기간이 지나도 슬픈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삶에 대한 절망감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 자살사고가 있을 경우에는 전문상담 또는 의학적 조치를 도와야 한다. 

대인관계 문제
다른 사람과 관계 때문에 자아정체감이나 자아효능감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종일토록 심리적으로 매이기 일쑤다. 
목회자는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상대방과 관계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간 이야기를 우선 들어야 한다. 교회 공동체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당사자가 건강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기술을 향상시키고, 만약 교인이 학대를 받고 있다면 피해자로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울증
남자는 5~12%, 여자는 10~25%가 평생 한번은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우울증은 보편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정서적으로 가라앉은 기분, 감정이 없어 보이거나 분노의 감정 등을 느끼게 된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집중이 어렵고 단순한 결정도 어려워진다. 희망을 잃고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기분까지 들 수 있다. 
우울증은 불면증과 과다수면 등을 겪으면서 삶의 흥미를 잃게 돼 자살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우울증은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구분되며, 특히 중증 우울증은 반드시 전문치료를 받아야 한다. 
목회자의 경우 경증 우울증과 중등도 우울증 교인들을 돌보고 상담할 수 있다. ‘목회자를 위한 상담가이드’에서는 여덟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인내하고 진지한 자세 △있는 그대로 수용 △천천히 대화 시도 △기분 표현 돕기 △중요한 결정 잠시 미룰 것 △천천히 말씀을 활용해 신앙적 확신과 희망 심어주기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시도하도록 돕기 △점진적으로 홀로서기 지원을 제시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교인이 있다면, 목회자가 주기적으로 만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받아들여주고, 대화나 식사, 산책 등 일상적인 나눔을 규칙적으로 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 

양극성 장애, 조울증
조울증은 흥분 상태인 조증과 우울 상태인 우울증을 오갈 뿐 아니라 그 사이 다양한 기분과 증상의 경험을 말한다. 경미한 우울증과 경조증 증상이 번갈아가며 2년 이상 장기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조증 또는 경조증일 때에는 과장된 자신감, 수면 욕구의 감소, 말이 많아짐, 주의산만 등의 모습을 보인다. 지나친 소비나 무분별한 성적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조울증은 집중도가 떨어져 자기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다른 사람과 관계에 문제를 만들게 한다. 우울증일 때는 절망감, 조증일 때는 대인관계 악화 등으로 인한 후회 때문에 자살사고로 나타날 수 있다. 
목회자는 조울증이 있는 교인의 감정을 추측해서 캐묻지 말고 어떤 감정인지 그냥 묻는 것을 권한다. “지금은 조증인 것 같아요”라는 말보다 “말이 빨라지는 것 같은데 기분은 괜찮나요?”라고 묻는다면, 교인은 존중받는 기분을 갖게 하고, 스스로 자기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조증과 우울증을 겪으면서 보이는 행동에 대해 비판하지 말고, 지금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더 큰 도움이 된다. 한편, 조울증은 만성적이고 재발 경향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불안
다수 연예인들이 고백하면서 잘 알려진 공황장애는 불안증의 한 종류이다.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강박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불안증은 심장이 뛰고,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두통, 현기증, 수면장애 등 신체감각이 과도하게 각성된 상태의 신체증상을 동반한다. 안절부절 못하거나 지나치게 놀라는 등 행동증상도 나타난다. 
목회자는 불안증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교인에 대한 세심한 지지와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불안증을 갖고 있는 교인에게 괜찮다고 말하기보다 불안으로 인한 고통에 공감해줘야 한다. 만났을 때는 편안한 자세를 취해 신체증상을 완화시켜 주면 좋다.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불안에 관심을 갖고 계심을 상기시켜주어 한다. 성경에는 ‘두려움’에 대한 말씀이 300번 이상 나올 만큼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불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시고, 불안의 고통 중에 있는 인간을 보호하시고 도와주시는 분임을 말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직면하고 견디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현병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지만 2011년부터 부정적 인식개선을 위해 조현병이라 불리고 있다. 조현은 현악의 줄을 고른다는 뜻으로, 조현병은 신경계 혹은 정신 조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마음 기능에 문제가 생긴 뇌 질환이다. 다양한 모습의 증상으로 발현되며 폭력이 동반될 수 있어 증상의 경중을 잘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입원치료를 도와주어야 한다. 교인이 치료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보호자 도움이 꼭 필요하다.
조현병은 오랫동안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이고, 치료목표는 재발을 막고 정상생활을 하게 하는 것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목회적으로는 조현병을 가진 교인이 위축되거나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자극적이지 않은 환경을 최대한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 목회자는 약물복용이 잘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특히 조현병 교인의 가족들은 지쳐있기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을 전하며 함께해야 한다. 

성격장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은 것 같을 때 격하게 분노하거나 자해행동을 하거나, 사람들과 관계에서 늘 혼란을 겪는 사람은 성격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성격장애는 보통 청소년기나 성인 초기에 나타나며 증상과 특성에 따라서 유형은 다양하다. 성격장애는 교인의 삶에서 심각한 고통을 초래해 자살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 
성격장애 교인을 만났을 때 특정 성격장애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성격장애 유형을 미리 알면 상담할 때 도움이 된다. 성격장애에는 ‘편집성’, ‘분열성’, ‘반사회성’, ‘연극성’, ‘자기애성’, ‘경계선’, ‘강박성’, ‘외존성’, ‘회피성’ 등이 있다. 
목회자 가이드는 “교인과 상담할 때 약속된 만남 이외 잦은 연락이 오거나 약속시간을 지나치게 초과해 이야기하길 원하는 등 경계가 잘 지켜지지 않은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교인을 그대로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경계를 잘 세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독
알코올, 도박, 마약, 게임, 성 등 5대 중독에 빠진 인구가 900만 명이나 된다. 중독은 쾌락중추를 과도하게 자극해 의존하게 되는 뇌질환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알코올 중독이 가장 많다. 중독은 교인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살펴보거나 주변인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중독치료는 단기간에 되지 않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교인이 좌절하거나 거짓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목회자가 지칠 수 있다. 목회자가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전문가와 함께 지지집단으로 치료를 도울 수 있다. 각 자치단체에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나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국 시군구 24시간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한국생명의전화(1588/112)
•라이프호프 사전예약 상담
   (070-8749-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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