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신실한 약속 믿으며 동유럽 복음화 위해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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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신실한 약속 믿으며 동유럽 복음화 위해 달립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8.31 0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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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 크로아티아 강민구 선교사

어린 시절 동경했던 선교선 ‘로고스2’에서 청춘 불태워
40년 된 ‘로고스호프’ 수리하며 크로아티아와 첫 만남
코로나 시대 속 새로운 ‘비거주 이중직’ 선교 모델 제안 

강민구 선교사가 2년여 만에 한국을 찾았다. 강 선교사는 자신의 삶을 ‘선교’로 이끄신 하나님을 소개하며 거듭 감사함을 고백했다.
강민구 선교사가 2년여 만에 한국을 찾았다. 강 선교사는 자신의 삶을 ‘선교’로 이끄신 하나님을 소개하며 거듭 감사함을 고백했다.

지중해와 접한 발칸반도 서북쪽, 동남유럽에 위치한 나라 크로아티아. 2014년 ‘꽃보다 누나’라는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면서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멋진 건축물이 자태를 뽐내지만, 영적으로는 빈곤한 나라다. 430만 명 전체 인구 가운데 등록교인은 1만8,000여 명(0.23%)뿐이고, 출석교인은 겨우 4,500명(0.04%)밖에 되지 않는다. 

OM선교회 소속으로 선교선 ‘로고스2’와 ‘로고스호프’ 등에서 사역했던 강민구 선교사(OM소속, 인애교회 파송, 44세)는 2019년 한국에서의 사역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크로아티아로 향했다. 과거 ‘로고스호프’ 수리차 체류했던 경험이 그를 크로아티아로 이끌었다. 적응도 마치기 전에 두 차례의 강진을 겪었고, 코로나19로 3개월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낯선 경험도 했다. 최근 2년 3개월 만에 잠시 한국을 찾은 강 선교사를 만났다.

 

내려놓음

지난 2014년 ‘로고스호프’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강 선교사는 배의 홍보를 맡아 기자들을 상대했다. 그가 로고스호프를 설명하는 모습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단순히 글로 공부해서는 나올 수 없는 이해와 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고스호프의 선체 가장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녹을 벗기고 망치로 두드리며 수리했던 이가 강 선교사 자신이었기에 그런 분위기가 나올 수 있었다. 

학창시절 그가 다니던 교회는 ‘로고스’ 탑승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었다. 교회에는 해당 선교사의 ‘기도 카드’가 늘 붙어 있었고, 어린 마음에는 선교선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싹텄다. 강 선교사는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로고스2’에 탑승했다. 30여 개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과 갑판에서 동고동락하며 주어진 일에 헌신했다. 승선한 지 6개월 가량 지났을 무렵부터는 전공을 살려 사진과 영상 일을 맡았다. 2006년 멕시코 인근의 카리브해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엔드류 머레이 목사가 쓴 ‘주 안에 거하는 삶’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온전히 하나님 안에 거하려면 온전히 거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까지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는 메시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당시가 갑판에서 노동하다가 사진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예요. 당시 한국에선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각광을 받고 있었죠. 저 역시 책을 읽고 ‘내려놓음’에 대한 도전이 생겼지만, 막상 어떻게 스스로 적용할지는 막막했던 때입니다. 그런데 국제회의를 다녀온 배의 단장이 이런 광고를 전하는겁니다. 로고스호프 선교선의 개조작업이 크로아티아 조선소에서 진행되고 있다고요. 우리 배에서 4명을 보내야 하는데 누가 자원하겠느냐고요.”

강 선교사의 마음 속에 “하나님이 이것 때문에 ‘내려놓음’을 말씀하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를 펴서 ‘로고스2’에 계속 남아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봤어요. 이제 언어도 아주 익숙해져서 배 바깥 사역도 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다큐멘터리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밖에도 스물 몇 가지를 금방 적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로고스호프’를 고치러 크로아티아로 떠나면 얻을 수 있는 일을 써봤어요. 한 가지가 나오더라고요. ‘하나님을 더 경험할 수 있다.’”

 

강민구 선교사가 지난 2020년 자그레브 대지진 현장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강민구 선교사가 지난 2020년 자그레브 대지진 현장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깨달음

조선소에서 그가 한 일은 그라인더로 녹을 제거하고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었다. 40년 된 배의 가장 위에서 아래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루는 땅굴 같은 지하에서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녹을 제거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무슨 일이든 하겠노라고 다짐했던 젊은이 마음속에 불쑥 불만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겁니다. 고작 이런 일을 하려고 방송과 철학을 공부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한국에서는 아버지가 위암 진단을 받으셨고, 누나들도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섬기던 교회에서 미디어팀으로 복귀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왔습니다. 이대로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제 안에서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숙소에 누우면 마치 관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숨을 쉴 수 없었어요.”

혼란스러웠다. 기도가 필요했다. 조선소 인근에서는 개신교 교회를 찾을 수가 없어서 그나마 십자가가 있는 성당에 들어갔다. 마침 특별 미사 기간이었는데, 미사 말미에 귀에 익은 개신교 찬양이 연주됐다. 

“온 땅이여 주님께 외쳐라. 능력과 위엄의 왕 되신 주. 땅과 바다 소리쳐 외쳐라. 신실하신 주의 약속 나 받았네. 신실하신 주의 약속 나 받았네. 신실하신 주의 약속 나 받았네.”

‘신실하신 주의 약속 나 받았네’라는 가사가 강 선교사를 강타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받은 약속이 뭐였지? 예수 믿고 선교하면 내 가족이 잘 먹고 잘산다는 약속이었나. 아니야. 나를 사랑하신, 그의 외아들을 죽이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약속이었어. 가족이 힘들고 어려워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는 그 약속. 그 안에서 약속을 경험하고 기도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구나.”

이때부터 그는 성당이 아닌 조선소 인근의 땅을 밟으며 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다.

“저처럼 기도하고 싶고, 하나님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성당이 아닌, 마리아와 수많은 성인의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주님을 바로 바라보며 기도할 장소가 일어나길 원합니다. 공동체가 일어나길 원합니다.”

 

강 선교사가 하는 ‘실시간 온라인 도보 기도회’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선교 방식이다.
강 선교사가 하는 ‘실시간 온라인 도보 기도회’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선교 방식이다.

 

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선교

선교선 사역을 마친 뒤 강 선교사는 한국OM본부에서 본부사역을 하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2019년 마침내 가족과 함께 크로아티아로 돌아가 장기 선교사역을 시작했다. 
현재 강 선교사가 속한 자그레브침례교회는 출석 교인 150명 수준의 크로아티아에서는 손에 꼽는 대형교회(?)다. 그는 이곳에서 크로아티아 침례교단에 속한 교회들과 해외 선교자원을 연결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교회가 있어도 사역을 감당할 물리적인 인원이 부족한 탓에 인력이 늘 부족하다. 그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영상을 사역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0년 터진 두 차례의 강진 현장을 비디오로 담았다. 이 영상은 한국의 교계 뉴스에서도 소스로 활용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이는 예배가 중단되면서 그의 달란트는 또 한 번 놀랍게 사용됐다. 아직 영상설교의 개념조차 없었던 크로아티아 교회들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던 이들도 예배를 참여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 선교사는 앞으로 크로아티아에서 ‘온라인 교회’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영상을 통해 예배 드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종래에는 교회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선교자원들이 필요하다. 다만 과거와 같은 장단기 파송 형태가 아닌 전혀 새로운 개념을 시도하고 있다. 

“수많은 분이 선교사로 헌신하고 싶지만, 여건상 오지 못합니다. 그들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선교지의 일을 돕는다면 어떨까요. 선교지에 머무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지 교회의 홈페이지를 제작해주고, SNS 활동을 하고, 영상을 만드는 일 등이 당장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역의 범위는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언어를 교환하는 것도 매력적인 사역이 될 것입니다. 한류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 크로아티아에서도 매우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곳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계산하는 직원이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소정의 선교 훈련을 받은 뒤,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들과 연결해주는 겁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영어나 크로아티아어를 배울 수도 있죠. 이뿐 아니라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한국어, 역사 교육 등도 가능합니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친한 언니 오빠 역할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선교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편 강 선교사는 코로나 이후 ‘실시간 온라인 도보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흔들림을 줄여주는 ‘짐벌’이라는 장비에 핸드폰을 연결하고 크로아티아 곳곳을 다니며 생중계를 하는 식이다. 
강 선교사가 장소와 연관된 역사, 사회적 현상 등을 이야기하고 시청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한다. 직접 찾아가는 단기선교가 어려워지고 ‘비대면’이 상식이 된 시대에 ‘실시간 온라인 도보 기도회’는 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시도해볼 만한 사역이다. 

강 선교사는 끝으로 “코로나19로 선교 현장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제가 크로아티아로 온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하나님의 일하심과 신실한 약속을 믿으며 주어진 일들을 성실하게 감당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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