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강제보다 더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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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강제보다 더 좋은 것
  • 이정익 목사
  • 승인 2021.08.3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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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 목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요즘 정부와 여당에서 부쩍 법 제정을 통해 사회를 강제하려는 경향이 도를 넘고 있다. 소위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마구잡이로 법을 제정하여 통제하려는 의도가 너무 눈에 거슬린다. 세상을 개혁하고 강제로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가장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강제는 얻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법으로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으로 터져나온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경험한 바이다.

미국이 한 때 마약을 퇴치하기 위해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적이 있다. 마약도 일종의 상품이다. 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막기가 어렵고 힘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앞에서 막으려고 강제하니까 풍선처럼 다른 한쪽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한쪽을 쥐어짜니까 죽음을 무릅쓴 판매책이 나타나 급기야 마약범들이 멕시코로 콜롬비아로 마약의 범위가 확대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던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강제하는 방법보다 인간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자발성을 제시하였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흡연을 법적으로 금지시키려 애를 썼지만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담배 소비량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조사해보니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문화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배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담뱃갑에 경고사진을 부착한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자발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흡연은 위험한 습관이라는 사회적 문화규범이 형성되어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고 금연한 결과 흡연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각종 율법과 제도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 많은 율법을 다 지키지 못한다. 그래도 하나님은 그 율법을 지키지 않고 어겼다고 해서 강제하거나 심판하지 않으신다. 만일 하나님께서 율법을 어겼다고 당장 벌주고 강제하고 심판하신다면 사람들은 당장은 율법을 지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사람들은 숨어들어가게 된다. 앞에서는 피하고 뒤에서는 숨어서 어기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들이 익히 아는 인간의 왜곡된 습성이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더 깊이 숨고 더 은밀히 자행된다. 그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청소년들이 흡연을 할 때 강제해서 끊게 하려면 반드시 실패한다.

강제하면 그 뜻을 거역하는 스릴을 맛보기 위해 줄담배를 피우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알고 끊도록 하는 방법이다. 물론 그 방법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솝 우화 중에 해와 바람의 내기 이야기가 있다. 누가 더 강한가 그리고 남자의 코트를 누가 먼저 벗게 할까 하는 내기이다. 바람은 계속해서 강하게 불게 하였다. 그런데 코트는 점점 더 옷깃을 여미게 만들었다. 의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오늘 정치권을 보면 앞을 틀어막고 보자는 식으로 법을 마구잡이로 제정하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부동산 법으로 이미 역반응을 절절히 지켜보았으면서도 계속해서 악수를 두고 있다. 오기같아 보인다. 역사와 교훈은 이미 시행착오를 거친 사람들이 들려주는 고백인데 오늘 우리나라는 여전히 바람으로 코트를 벗기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어 안타깝다. 호소하고 설득하고 안내하고 좋은 뜻을 제안하면 충분히 알아듣고 솔선할 국민들인데도 오늘 정치인들은 백성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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