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뒤에 오실 예수를 생생히 전하는 ‘신비로운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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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뒤에 오실 예수를 생생히 전하는 ‘신비로운 섭리’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8.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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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이사야 (1)

예언서 중에서도 이사야서는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모든 예언서들 중 제일 앞자리에 배치되기도 했지만 신약성경에 가장 많이 인용되고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은 예언서이기 때문입니다. 심금을 울리는 문학성과 시문의 정교함, 유다의 현실정치를 직격하는 예언에서부터 역사의 종말에 관한 예언에 이르는 다채로움에 감탄하는 학자들도 많지만, 이사야서의 탁월함은 무엇보다 ‘제5 복음서’라는 별명답게 풍성하고 세밀한 메시아 예언에서 찾아야 합니다. 신약성경은 예수께서 나사렛 회당에서 희년을 선포하시며 메시아 사역의 시작을 알리시고(눅 4:16~19; 사 61:1~2), 사람들의 병을 담당하시기 위해 치유의 사역을 행하셨으며(사 53:4; 마 8:16~17), 여호와의 종의 모습 그대로 온유함을 보이신 것(사 42:1~4; 마 12:14~21) 등이 모두 이사야 예언의 성취라고 보도합니다.

이사야서의 66개 장이 신구약 성경 66권의 요약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전반부(1~39장)가 주로 이스라엘의 죄를 지적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데 반해 후반부(40~66장)는 이스라엘의 회복과 번영을 약속하고 있어서 “구약 39권, 신약 27권, 총 66권”이라는 ‘성경전서’의 구성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66이라는 숫자의 일치 외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이사야 39장에서 40장의 도약이 뚜렷하긴 해도, 1~39장은 구약(율법), 40~66장은 신약(은혜)이라는 식으로 나누기에는 이사야서 내부의 연결망이 너무 촘촘하기 때문입니다. 뒷부분에도 죄의 지적이 있고 앞부분에도 회복과 종말에 관한 내용이 나올 뿐 아니라 핵심 어휘와 주제들이 우연일 수 없는 정교한 패턴으로 배치되어 이사야서를 한 권의 책으로 이해해야 할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사야서에 관한 좀 더 심각한 이슈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 혹은 집단이 저술한 작품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다중저작설’을 믿는 이들은 이사야 1~39장은 주전 8세기 히스기야 시대에 유다에서 활동한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의 것이지만 40장 이후는 바벨론 포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6세기 이후 무명의 예언자 혹은 예언자 그룹의 작품이라고 주장합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다중저작설의 논거로 1~39장과 40~66장 간에 보이는 현실 이해의 차이를 내세웁니다. 그 예언자(들)의 관점에서 바벨론 포로기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경험이며 그들이 대면하고 있는 ‘현실’은 바벨론 유배에서 돌아와 새 나라를 재건하는 포로공동체가 마주한 정치 사회적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비평가들이 예언자가 성령의 감동으로 미래의 일을 ‘보고’ 예언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데 있습니다. 그들에게 모든 예언은 ‘사후 예언’ 즉 이미 일어난 일을 과거 인물의 입에 넣어 예언처럼 묘사하는 창작일 뿐입니다.

주전 8세기의 예언자 이사야가 훗날 있을 페르샤 왕 고레스의 칙령이나 페르샤 왕국의 속주 유대아의 내부상황을 정확하게 서술할 수 없다고 단정하니, 40장 이후 내용은 주전 6세기 이후 익명의 저자들이 자신들의 현실에 맞는 내용을 ‘예언’했으며, 그 내용에 권위를 입히기 위해 이백 수십 년 전 과거의 예언자 이사야의 이름을 빌려 1~66장으로 된 이사야서로 편집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이 성령의 감동으로 지어진 책이며 예언자들이 성령의 감동으로 미래의 일을 예언했다는 것을 믿는다면, 이사야서를 이사야에게 주신 예언의 말씀을 담은 단일한 책으로 읽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250여 년 뒤 이스라엘의 운명 정도가 아니라, 2,500여 년 뒤 오실 메시아 그리스도를 이렇게 생생히 알려주는 이 책은, 여호와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신비로운 섭리로 가득합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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