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총회 결의 없는 주요재산의 임의 처분은 무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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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총회 결의 없는 주요재산의 임의 처분은 무효이다”
  • 서헌제 교수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 승인 2021.07.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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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⑩ 교회 재산의 처분

교회는 ‘비법인사단’이고, 재산은 ‘교인들의 총유’
일반재산 위임 가능, 부채도 교인총회 결의해야
“헌금은 하나님께 바친 것이기 때문에 교회의 공적 재산이다. 교회가 재산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헌금은 하나님께 바친 것이기 때문에 교회의 공적 재산이다. 교회가 재산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교회정관의 재산조항
대부분의 교회정관을 들여다보면 그 교회가 소속한 교단 헌법의 정치편에 따라 교인, 교회의 직원, 교회의 회의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것이 전부이다. 정작 많은 교회분쟁의 원인이 되는 교회재산에 관한 조항은 아예 없거나 한두 개 정도 형식적으로 둔다. 교회정관을 마련하는 목적이 분쟁의 예방에 있다고 한다면 정관에 교회재산에 관한 보다 상세한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교회법학회가 마련한 ‘한국교회표준정관’에는 교회재산과 관련해서 교회재산의 정의와 구분, 교회재산의 처분과 취득, 교회재산의 관리와 보존, 교회재산의 사용과 수익, 교회헌금의 예치, 교회 부동산의 등기, 교회 부동산의 유지재단 편입, 교단탈퇴와 교회재산의 8개 조항을 두고 있다. 

교회재산의 소유와 등기 
교회재산에 관한 규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교회의 법적 성격이 ‘비법인사단’이고, 교회의 재산은 ‘교인들의 총유’라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교회가 비법인사단이라는 말은 법인으로 등기하지 않는 교인들의 단체라는 뜻이다. 우리 민법에 따르면 권리주체는 자연인과 법인으로 나뉘는데, 교회는 대부분 법인등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권리주체로서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는 게 원칙이다. 

이렇게 되면 법률관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민법은 예외적으로 비법인사단인 교회의 소유관계를 총유(總有)로 규정하고(제275조), 총유물의 관리와 처분은 사원총회(교인총회)의 결의로, 총유물의 사용수익은 각 사원(교인)이 행사할 수 있게 하였다(제276조). 

한편 부동산등기법은 비법인 사단인 교회 명의로 부동산등기를 허용하였고(제26조), 민사소송법은 비법인사단에 소송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였다(제52조). 결국 교회가 법인등기를 하지 않아도 재산권을 소유하거나 행사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교회는 비법인사단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비법인사단’, ‘총유’에 대한 민법의 규정이 이게 전부이기 때문에 수많은 분쟁의 해결 기준으로는 태부족이다. 결국 법의 공백은 법원 판결로 메우게 되는데, 특히 비법인사단인 교회가 분열되었을 때 총유재산인 교회재산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혼선과 변화를 겪고 있다.  

교회재산의 뜻 
 한국교회표준정관에 따르면 교회재산이란 교인들의 헌금과 기부, 기타 교회의 수입으로 이루어진 동산, 부동산 및 금전채권 등 일체의 재산을 의미한다. 즉 교회의 재산에는 교회 건물이나 토지와 같은 부동산뿐 아니라 교회에서 사용하는 집기나 방송용 장비와 같은 동산, 은행예금과 같은 금전채권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교회에서 만든 성가대 악보, 성경공부 교재, 설교집과 같은 저작물도 교회의 지적재산권이 된다. 

문제는 목사의 설교에 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대형교회에서는 담임목사의 설교준비에 자료수집과 번역, 초고작성, 출판 등을 담당하는 부목사나 지원팀이 있어서 설교를 담임목사의 개인 창작물로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목사 설교집의 저작권은 목사 개인에게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교회재산의 처분과 취득
 한국교회표준정관은 교회재산을 일반재산과 주요재산으로 구분한다. 주요재산이라 함은 교회의 목적인 예배·선교·교육·봉사·친교 등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 중에서 교회 존립의 기초가 되는 재산을 말한다. 이렇게 교회재산을 구분하는 이유는 교회 주요재산의 취득 및 처분은 교인총회 결의에 의하고, 교회 일반재산의 취득 및 처분 당회에 위임하는 것으로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 주요재산의 취득 및 처분은 교인총회 특별결의에 따른다. 만일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고 당회나 담임목사가 임의로 교회주요재산을 처분하면 무효이다. 이는 교회재산이 교인들의 총유이기 때문에 총유권자인 교인들의 의사, 즉 총회결의에 따라야 한다는 이치에서 귀결되는 것이다. 다만 민법은 정관에 규정을 두면 교회재산 처분을 당회나 기타 기관에 위임해도 된다는 취지로 규정한다(민법 제276조①). 그러나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교회의 재산, 그중에서도 본당 건물과 같이 교회 존립의 기초가 되는 주요재산 처분을 담임목사와 소수의 장로들로 구성되는 당회에 위임하는 것은 사단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교회의 주요재산 ‘처분’이란 교회재산을 타인에게 증여하거나(가령 교회재산을 교회가 소속한 교단 유지재단에 증여하여 유지재단 명의로 등기), 매매하거나, 교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교회재산을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전세권을 설정하는 것도 처분행위에 포함된다. 또한 교회건물을 철거한다든지 대대적인 증개축을 하면 처분(변경)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 정도로 교회건물의 퇴락한 부분을 수리한다든지 외벽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등의 행위는 처분(변경)이 아니라 개량행위에 해당한다. 

교회채무의 부담 
교회재산 처분이 아니라 교회명의로 금전을 차용하는 채무부담행위도 교인총회결의를 얻어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 교회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금전을 차용할 경우라든지 거액의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채무를 갚기 위해서 교회재산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총회결의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A목사는 시무하던 B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원로목사로서 교회로부터 매달 천만 원씩 사례비를 받기로 약정하고 5년간 합계 5억9천만 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교회재정이 어려워져서 교인총회 결의로 지급을 정지하자 A목사는 B교회가 지급을 약속한 은퇴금 중 미지급액 15억6천만 원 및 자신이 죽을 때까지 월 4천만 원(생활비 1천만 원+선교비 3천만 원)씩을 계속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본소). 이에 대해 B교회는 A에게 은퇴예우금 지급에 구역회 내지 총회결의를 한 바 없고 A목사의 아들인 후임 담임목사가 임의로 지급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5억9천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반소). 법원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감리교 헌법인 ‘교리와 장정’은 교역자의 은퇴와 은급, 즉 퇴직금에 관한 결정을 구역회의 고유 직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B교회가 A에게 생활비, 은퇴금 및 선교비 등을 지급하려면 규정에 따라 구역회 또는 총회의 적법한 결의를 거쳐야 한다. A목사에게 은퇴금, 생활비 및 선교비 등을 지급하기로 하는 B교회의 적법한 결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A의 본소 청구는 이유 없다. 한편, A목사가 적법한 B교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전제로 수령한 5억9천만 원은 부당이득 한 것이므로,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A목사로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었다.  

다음 사례는 다른 교회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목사직 사임 대가로 받기로 한 사례금과 관련한 것이다. 사임하는 A목사는 사임의 대가로 일시금 6억 원과 70세가 될 때까지 매월 2백만 원을 퇴직사례비를 받기로 약정하고 B교회가 이를 보증하였다. 다만 이 보증계약은 목사 간의 합의에 기한 것으로 교인총회 결의를 받지 않았다. B교회가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A목사는 B교회를 상대로 사례비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의 판결을 다음과 같다.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총유물 그 자체의 관리·처분이 따르지 아니하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이를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 교회의 재정 대부분이 교인들의 헌금에 의존하고 교인수가 135명 정도인 소규모로 볼 때 이 약정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교회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가 아닌 총유물의 처분에 해당하여 공동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한 효력이 없다.” 

교회재산의 공공성 
교회재산을 교인들의 총유로 보는 이유는 교회재산의 대부분이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인인 교인들의 결의가 없는 한 교회재산을 처분하거나 교회재산에 부담이 갈 거액의 차입은 무효라고 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인들이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교회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특히 교인수가 감소하여 남아 있는 교인들이 교회재산을 사적으로 처분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인의 헌금은 하나님께 바친 것으로 교인들의 손에서 떠난 교회의 공적 재산임을 감안하면 교회가 재산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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