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의 참주인이신 하나님만 의지하며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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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의 참주인이신 하나님만 의지하며 나아갑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7.26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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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 ‘요게벳의 노래’ 쓴 CCM 작곡가 염평안 프로듀서

안정적인 교사 일 내려놓고 찬양 사역에 ‘올 인’

CCM 불황 속 보기 드문 찬양 전문 기획사 론칭

염평안 대표는 지난 6월 7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히스킹덤뮤직을 출범했다.
염평안 대표는 지난 6월 7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히스킹덤뮤직을 출범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CCM을 꼽으라면 ‘요게벳의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떤 맘이었을까.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흐르고 흘러”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곡은 특히 자녀를 둔 크리스천 부모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을 쓴 작곡가 염평안 대표(히스킹덤뮤직)는 최근 신곡 ‘이 아이들을 만나주세요’로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으며 “가족과 자녀에 관한 메타포를 담은 CCM은 역시 염평안이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초등교사에서 작곡가, 이제는 크리스천 기획사 대표까지, 전혀 쉽지 않은 선택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만나 그의 신앙과 노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이 아이들을 만나주세요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건 무언지 놓치고 사는 인생이 되긴 싫어서 많이 고민했지만 쉽게 말할 수 없는 욕심 많고 미련한 나였기에 늘 나에게 묻곤 했지 이제서야 떠오른 답 하나님 나라와 교회와 복음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 되길 원해요 이 아이들을 만나주세요.”

염 대표의 신곡 ‘이 아이들을 만나주세요’에는 그의 고백과도 같은 가사가 담겨 있다. ‘요게벳의 노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찬미 가수가 이번에도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지난 4월 발매한 ‘이 아이들을 만나주세요’가 심상치 않다. 히즈킹덤뮤직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공식 뮤직 비디오 조회수만 30만이 넘었고, 각종 플랫폼에서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염 대표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요게벳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자녀’와 이 땅의 ‘다음세대’를 향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 곡이 수록된 앨범 ‘HOME’에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선물’과 ‘그대의 손’, 아내에 대한 노래 ‘사랑은’, 아들을 생각하며 만든 ‘한결이에게’ 등 가족과 관련한 메타포로 가득하다.

염 대표는 “아무래도 10년 넘게 부모로 살아오다 보니, 찬양사역자에 대한 소명보다 부모로서의 소명이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자녀에 대해 노래를 만들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염 대표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간증이 있다. 세 아이의 부모인 그와 그의 아내는 첫째를 낳은 뒤 한차례 쓰디쓴 유산을 경험했다. 이후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40주간 있어야 할 아이들이 23주 무렵 조산 위험에 처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지금 나오면 생존이 어렵다”고 했고,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장장 5주간을 병원 침상에 누워 꼼짝없이 시간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한 번 유산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두 아이를 동시에 잃으면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하나님의 자녀로 잘 키우겠다고 기도했죠. 다행히 29주까지 버티고 아이들을 낳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두 아이 모두 뇌출혈이 있었고, 한 아이는 폐색증과 무호흡증으로 한 달 반 이상을 중환자실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서 큰 아이가 14살, 쌍둥이들은 12살이 됐다. 염 대표는 “아픈 아이들을 두고 기도하다 보니 자녀를 하나님께 맡기는 곡들이 자연스럽게 안에서 나왔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세 아이 모두 사춘기가 시작되어, 새로운 종류의 기도 제목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염 대표는 좋은 아티스트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염 대표는 좋은 아티스트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안정’이라는 우상을 포기하기까지

염 대표는 자신의 성장기를 표현하면서 “굉장히 어렵고 가난했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무렵에는 그의 아버지가 신학 공부를 위해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 외할머니댁에서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방황할 여유조차 없었다”는 게 염 대표의 이야기다. 음악은 그에게 일종의 피난처였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운데서도 부모님은 저에게 피아노를 가르치셨고, 작은 시골교회에서 반주자를 도맡아 온 터라, 가사를 쓰고 거기에 멜로디를 붙이는 정도는 할 수 있었어요.”

이때가 어린 염 대표에게는 신앙의 방황기였다. 대학에 가서야 신앙생활의 참 맛을 알아갈 수 있었다. 교회와 친구들이 붙잡아준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좋은 찬양이 있었기에 지금의 찬양사역자 염평안이 존재할 수 있었다.

“강명식 선생님의 ‘삶’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그 곡의 후반부 코러스에 ‘한 번뿐인 너의 삶 무얼 위해 살 건가. 교회와 이웃을 위해’라는 부분이 나와요. 곡 전체로 보면 그렇게 중요한 부분도 아닌데, 이 가사가 대학 시절 내내 그렇게 제 머릿속을 떠돌아다녔습니다.”

찬양사역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였을까. 안정적인 교사의 길을 택했고, 교사가 된 후에는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2008년 알음알음 작곡을 해오던 곡 가운데 하나가 우연한 계기로 신인 찬양 사역자를 통해 음반으로 발매됐고, 이를 계기로 CCM 작곡가로 데뷔하게 됐다.

2014년부터는 교회를 찾아다니며 콘서트를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평일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찬양사역을 병행했다. 빡빡한 일정이 계속되다 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불면증이 찾아왔고, 갑상선에는 이상이 생겼다. 무엇보다 삶의 균형감이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요게벳의 노래’가 많이 알려진 뒤에는 학부모님들 사이에서도 저를 아는 분들이 생겼어요. 작곡가가 왜 학교에 있느냐는 시선도 느껴졌죠. 그때부터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마흔 살이 될 무렵이었어요. 승진을 포기한다고 하면 55세 정도에 명예 퇴임하는 게 보통인데 그렇게 치면 제 교사 인생이 15년 정도 남은 거더군요. 그 시간 동안 찬양 사역과 교사의 업무를 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 번뿐인 내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잘 사는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런 염 대표를 보며 아내가 먼저 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2020년 2월 교편을 내려놓았다.

“2019년 여름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서 사직 의사를 밝혔어요. 그런데 이날부터 한 달간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생활이 불안정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난 거죠.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사실은 안정된 삶에 대한 우상 같은 것이 있었다는 것을 직면한 시간이었습니다.”

 

염 대표가 지난 4월 발매한 신곡 ‘이 아이들을 만나주세요’가 여러 플랫폼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염 대표가 지난 4월 발매한 신곡 ‘이 아이들을 만나주세요’가 여러 플랫폼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 그리고 새로운 길

호기롭게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했는데, 마침 코로나19가 닥쳤다. 작년 2월에는 일주일 사이에 코로나로 취소된 공연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이었다. 혼자만의 일이었으면 그나마 어깨가 가벼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미 그에게는 책임져야 할 동료들까지 있었다. ‘같이 걸어가기’라는 팀으로 만난 조찬미 자매·임성규 형제가 있었고, 세션으로 만난 오벧(김은주, 정상원), 준하와 나(김준하, 박종현)등이 있었다.

“아이들이 아팠을 때도 이렇게 하나님을 원망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억울하더라고요. 정말 내려놓기 쉽지 않았던 것을 결단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왔는데, 옮기자마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으니 원망하는 마음으로 한 두 달을 보낸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쉼의 시간이고, 그동안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돌아보는 계기였음을 깨달았다.

염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 상황 속에서 유튜브를 통해 동료들과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커버 영상을 올리고, 영상 세대가 호응할만한 다양한 기획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해외에서 공연이나 특송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심심치 않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라인 상황 속에서 새로운 활로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염 대표는 “당장 유튜브를 통해 많은 수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하는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시작점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함께 하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히스킹덤뮤직’이라는 기획사를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7명의 아티스트들과 전속 계약을 맺고 앞으로 수년간 함께 활동하게 됐다. 염 대표는 “물론 제 앞가림도 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함께 하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걸어야 건강하게, 오래 걸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앞으로 이 친구들의 활동 전반을 지원하고 제작하는 일을 궁리하고 이 일들에 힘을 쏟아보려고 한다”며 좋은 “아티스트들의 시작에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기쁘고 저도 이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서 제 남은 사명들을 잘 감당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끝으로 “요즘 같은 시대에 기획사를 시작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또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혼자 고민도 많이 한다”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고 있다. 한편, 앞에 나서기보다 저 뒤 어디쯤 적당한 자리에서 서포트를 하는 자리가 제게 어울리는 자리인 것 같다고 늘 생각하는데 그런 자리를 찾은 것 같아서 행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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